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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인 Oct 25. 2021

유기견 입양 후, 산책 훈련 1년




요즘 토리와의 산책이 정말 많이 수월해졌다. 산책이 힘들지 않다고 생각하기까지 1년이 넘게 걸렸다. 일부러 아주아주 천천히 걷는데, 그 속도에 맞춰 살랑살랑 걷고, 부르지 않아도 얼굴 보고 눈 마주치려고도 한다. 예전 영상을 찾아보는데 정말.. 우리 셋 모두 고생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처음 토리와의 산책이 어땠냐면, 바깥의 자극에 너무 흥분한 나머지 우리의 목소리를 전혀 듣지 못하고, 목줄이 당겨지든 말든 앞으로 정신없이 끌고 갔다. 걷지도 않고  뛰었다. 작은 강아지가 아니기에 손목이 너무 아팠다. 이때 토리를  훈련사분들은 한 번도 산책을 안 해본 강아지 같다고 했다. 집에서는 무릎 강아지인데 산책 중에는 교감이 하나도 되지 않았다.


전혀 줄 컨트롤이 안되어 목줄+하네스 둘다 착용하던 시절


심지어 입양  주에 하네스를 벗으려고 하더니, 결국 벗어서 그대로 차도로 돌진해 교통사고도 났었다. 다행히 크게 다치진 않았지만 탈출 사고로 우리는  예민하고  많은 견주가 되었고, 돌아보면 이로 인한 우리의 안절부절못함이 토리의 산책 습관 개선을  더디게 만들었던  같다.

하네스를 벗을 수 있는 강아지는 목줄을 써야 한다.



토리를 입양하기 전에 철저히 준비한다고 분리불안 관련 영상을 엄청 찾아봤었는데, 분리불안은 전혀 없고 대신 산책이 이렇게 우리를 힘들게 할 줄은 몰랐다. 1년 동안 하루 세 번의 산책을 채웠고 훈련사분이 계신 유치원도 꾸준히 보내서 이만큼 온 것 같다. 결코 즐겁지만은 않은 과정이었던 게, 오빠랑 서로의 산책 리드에 훈수를 두다가 정말 많이 다투고, 토리가 너무 제멋대로인 날은 길에서 소리 지르고 집에서 울었던 적도 많다.


처음에 비해 많이 수월해졌다 뿐이지 토리의 산책은 여전히 모범적이진 않다. 아직도 원하는 게 있으면 무작정 치고 나가고, 늘 우리보다 앞서 걷는 데다, 다른 강아지 보면 흥분해서 짖는다. 그래도 확실히 전해지는 건, 토리의 머릿속 한편에 “엄마 아빠의 말을 들으면 좋은 일이 생긴다”라는 게 각인된 것. 아직 정말 낮은 성공률이지만 어제, 오늘은 꽤 가까이서 지나가는 강아지를 보고 흥분은 했지만 짖지 않았고, 곧 앉으라는 지시에도 따라주었다.


강아지와 함께하는 삶이란 무엇일까,

개를 통해 배운다는 말이 무엇인지 아주 조금은 알 것 같다. 인생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받아들이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그 과정에서의 기쁨을 누리고 사랑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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