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비됐던 오른 쪽 얼굴의 눈 밑이 불룩하게 튀어나와 있다. 오후가 되면 정도가 심해진다. '안면마비 1년이 지난 얼굴은 신경 회복될 가능성이 거의 없으니 수술적 치료를 해야 한다'는 둥의 의사 영상이 유튜브 알고리즘에 올라온다. 정말 수술밖에 없나, 괜히 수술했다가 회복 중이던 다른 신경들이 또 손상되는 건 아닐까? 같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물리치료를 받으러 가서 선생님께 이 고민을 말씀드렸다. 눈 윗꺼풀이 아직 끝까지 다 내려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눈을 감을 때마다 아래꺼풀도 안구를 감싸러 올라가버릇해서, 계속 긴장상태라서 그렇다고 하셨다. 눈 감을 때 더이상 흰자위가 보이지 않는다고 안이하게만 생각했었는데, 부정확한 움직임을 그저 습관적으로 계속 하고 있던 거였다.
올해 초에 교수님이 95% 회복됐다고 했을 때 엄청나게 안도했었다. 그리고 이 속도라면 곧 100%로 회복되겠거니 막연하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살이 확 쪄서 10kg를 단기간에 뺄 때에도, 고등학교때 성적을 확 올릴 때에도, 목표치가 눈 앞이라고 생각했을 때 훨씬 더디게 진행됐었다는 점을 간과했다. 섣불리 '이제 다 나았나보다' 하고 안이하게 생각했던 지금의 내 상태는 여전히 95%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얼굴 많이 좋아졌다' '얘기 안하면 잘 모르겠다'고 사람들이 덕담을 건넬 때마다, 나는 '불쾌한 골짜기' 이야기를 한다. "비슷한데 미묘하게 다르니까 더 이질감이 크게 느껴져서 짜증나." 차라리 완전 마비상태였을 때는 좌우가 너무나도 다르니까, 언젠가 마비가 풀리면 정상이 되겠거니 하는 막연한(순진한) 희망을 가졌었다. 그런데 점차 회복이 되고 거의 모든 기능이 제자리를 찾아 간 것 같은데도 어색하니까 좌절감이 자꾸만 든다.
물리치료 선생님이 천천히 정확하게 근육을 사용하는 연습을 하라고 몇 가지 알려주셨다. 성격이 급해서 운전할 때에도 급발진 급정거하기 일쑤인 나는 눈을 천~천히 뜨고 감는 것부터 사실 쉽지 않다. 그래도 그렇게 연습할때마다 파르르 파르르 얼굴 속 근육이 떨리는 것은 안도감을 준다. 유튜브 속 의사들의 말과 달리 내 신경은 아직 죽지 않았을 거라고 믿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