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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병철 Nov 05. 2017

67. [인터뷰] 벤처캐피탈은?

스타트업에 관심 있는 포스텍 구성원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동문 선배님들의 창업 이야기를 전달해드리는 ‘수요일 수요일은 기업가’ 스물여섯 번째 시간입니다. 이번 주와 다음 주는 특별히 벤처캐피털 업계에서 투자심사역으로 계시는 KTB네트워크 고병철 상무님과 진행한 인터뷰를 보내드리려고 합니다. 벤처캐피털 업계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과 더불어 창업자가 투자를 잘 받기 위한 노하우 등을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 스타트업에 관심 있는 포스텍 학생들이 관련 동문 선배를 찾아 이야기 듣는 ‘수요일 수요일은 기업가’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2015년 9월에 인터뷰 한 내용입니다. 시간이 좀 지나 내용을 약간 수정했습니다. ). 




(질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스텍 87학번 산업공학과(현 산업경영공학과) 고병철입니다. 석사과정 후 포스데이타(현 포스코 ICT) 입사해 병역특례를 했습니다. 7년 동안 포스코 사내 시스템과 공장 현장에서 필요한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2000년 KTB네트워크에서 벤처투자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질문) 투자심사역으로 직업을 바꾸시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는지요?


지금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좋은 시절입니다. 게임, O2O 서비스까지 개발자 구하는 게 큰 일입니다. 제가 취업할 때에는 사정이 달랐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독자적인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가 거의 없었습니다. 대부분이 SI 였습니다. 포스데이타도 포스코 업무에 필요한 시스템, 사무 자동화 솔루션을 개발하고, 보수하고 관리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개발자로 회사 다니는 재미가 크지 않았습니다.   


IMF 이후 벤처 붐이 일었습니다. 증권사, 창업투자사도 기술, 산업 트렌드 이해가 빠른 공대 출신, 산업계 경력자를 뽑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창업보다 관련된 산업을 하는 게 맞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투자회사로 옮겼습니다.



(질문) 투자심사역으로 계시는 KTB네트워크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한국 종합기술금융(Korea Technical Banking)"이라는 공기업이었습니다. 1981년 설립되고, IMF 때 민영화가 됐습니다. 영문 회사명에서 KTB를, 이쪽 업무에 네트워크가 중요하다 해서 "KTB네트워크"로 사명을 바꿨습니다. 2006년 상해 사무소를 열어 중국 벤처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국내 창업투자사 중 처음입니다. 현재 자기자본금은 400억 원, 펀드 운용 규모는 약 5,000억 원으로,  국내 투자와 중국 등 해외투자에 절반씩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질문) KTB네트워크는 어떤 분야에 어떤 회사를 주로 투자하는지요?


KTB네트워크는 종합 벤처 투자회사입니다. 시리즈 A부터 pre-IPO, 상장 후에도 투자하고, 투자 분야도 다양합니다. 바이오 분야, 콘텐츠, IT 서비스에 주로 투자합니다. 저는 ICT 에 투자합니다.



(질문) KTB네트워크에서 투자한 회사 중에 대표적으로 무엇이 있는지요?


2000년대 초에는 KTB네트워크의 투자가 국내 벤처 전체 투자금의 10%가 넘었습니다. 휴맥스나 팬택앤큐리텔 같은 여러 투자회사가 크게 성공했습니다. 최근에는 바이오 쪽에 펩트론, 바디텍메드가 상장했고, 테라세미콘이라는 반도체 장비 회사도 좋은 성과를 냈습니다.



(질문) 국내에서 바이오 쪽에 대한 투자가 얼마나 활발한지요?


2000년대에는 소위 무늬만 바이오라는 회사가 많았습니다. 오래 투자해야 하는 산업이고, 성공 사례도 별로 없어서 투자가 그다지 활발하지 않았습니다. 2010년 정도부터 매출을 내고, 이익도 내는 기업들이 등장하면서 투자가 활발해졌습니다. 최근에는 거품이 아니냐고 할 만큼 투자가 활발합니다.


투자사 입장에서는 IPO든 M&A든 투자금 회수가 용이한 산업에 주목하기 마련입니다. 기술성 평가제도로 여러 바이오 기업이 상장하고, 우수한 기업도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투자가 많아졌습니다. 사회가 고령화되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도 바이오 투자가 많이 이뤄지는 이유입니다.



(질문) 벤처캐피털에서 투자하는 분야는 어떻게 정해지는지요?


우리나라 IT 산업의 주요 흐름을 보면, 1990년대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관련된 시장이 성장했습니다. 초고속 인터넷 장비 등 인프라 쪽 투자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인터넷 산업 즉 네이버, 다음 같은 포털 서비스에 많이 투자했습니다. 이동통신 사업도 발전했습니다. 중계기나 핸드폰 산업이 성장했죠. 지금은 삼성전자나 LG전자밖에 없지만, 그때는 많은 핸드폰 제조업체들이 경쟁했습니다. 부품 공급하는 회사들도 호황이었습니다. 이런 분야에 투자를 했습니다.


인터넷망이 다 깔린 후에는 시장이 커지지 않았습니다. 이동통신도 3G, 4G, LTE까지, 전국에 망은 이미 다 깔려 중계기 업체는 사양산업이 됩니다. 피처폰 시대에는 디자인이 많고, 이에 대응하는 여러 부품 제조업체들이 필요했지만, 지금 스마트폰에는 큰 디스플레이에 버튼 하나만 있습니다. 부품이 단순화되고 표준화되었습니다. 핸드폰 부품업체가 줄었습니다. 아제 새로운 업체가 나오는 것을 기대하기도 어렵습니다.


반도체 산업 초창기에는 장비나 소재를 외국에서 수입했습니다. 점차 국산화하면서 장비업체와 소재업체가 많이 생겼습니다. 이쪽 산업도 지금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자동차와 조선업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내 하드웨어 관련 산업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는 어렵고, 중국 일본의 샌드위치로 위협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전방산업이 어려우면, 그와 관련된 산업에 투자하기 어렵습니다.


마크 앤드리슨이 “소프트웨어가 모든 산업을 집어삼킬 것이다”라고 했던 것처럼, 단순하게 생긴 스마트폰을 이용한 다양한 서비스가 나오고 있습니다. 애플리케이션, 모바일 게임, O2O 서비스가 성장하고 있습니다. 투자도 이 분야에 많아집니다. 소득이 높아지고 미용에 신경 쓰니 화장품 투자도 많아졌습니다. 한류 콘텐츠가 고도화되고 수출까지 되니, 이 분야도 투자 대상이 됩니다. 이런 식으로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가지는 분야에 투자가 이뤄진다 생각하면 됩니다.              



(질문) 창업자가 사업 아이템을 정하는 기준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산업 트렌드를 파악해 앞으로 커지는 시장에 참가해야 수월하겠지요. 소비자들이 본질적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예전 B2B 사업 창업 때는 대기업 주요 의사결정자들 생각이 중요했습니다. 최근에는 B2C 사업 창업이 많습니다. 이제 일반 소비자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아는 것이 한층 중요해졌습니다.


소비자가 지출하는 데는 여러 변수가 있습니다만 소득 수준에 따라 소비 패턴이 있다는 것도 참고할 만합니다. 국민 소득이 100불일 때, 1천불일 때, 또는 1만불일 때 다릅니다. 가령 국민 소득이 얼마 이상일 때 세탁기가 잘 팔리고, 얼마 이상일 때 여행을 많이 가는지는 여러 국가를 조사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산업 트렌드 파악만큼 자신이 무얼 잘하는지 찾아야 합니다. 잘해야 남들보다 열심히,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실력과 노하우를 쌓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더 나은 제품으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집니다. 이왕이면 앞으로 커지는 시장에서 자신이 잘하는 것을 찾으면 좋겠지요. 



(질문) 산업 트렌드에 따라서 비슷한 벤처기업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벤처투자자 입장에서 이 중에 잘 되는 기업을 어떻게 선정하시는지요?

 

보통 벤처 투자는 4, 5년 뒤 회수를 목표로 합니다. 예측하기 쉽지 않지만, 산업 트렌드에 대한 자기 확신이 있는 기업, 그래서 회사 내에 고유한 지식과 경험을 쌓아가는 기업을 높게 평가합니다. 사업은 단기적인 장사가 아닙니다. 그래서 5년, 10년이 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잘 만드는 능력과 리더십이 있는지 봅니다.



(질문) 이러한 심사 기준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은 무엇인가요?

 

첫 번째는 창업자를 신뢰할 수 있는 가입니다. 투자는 오랫동안 지속해야 하는데,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믿을 수 없으면 어렵습니다. 사람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시행착오를 겪습니다. 그 와중에도 투자자와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하고자 하는 사업이 앞으로가 더 유망해야 합니다. 



(질문) 창업가 입장에서 투자를 쉽게 받기 위한 노하우가 있는지요?

 

투자자마다 성향이 달라서 꼭 이렇다 이야기하기 어렵습니다. 관계 형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투자자에게는 지속적으로 자신을 노출하고, 신뢰를 쌓는 게 좋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투자자에게 사업을 요약하는 엘리베이터 피치도 필요하지만, 투자자를 움직이는 것은 한순간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해당 산업에 대한 이해가 충분한 투자자를 먼저 만나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더 오래 이야기할 수 있고, 여러 번 만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어느 투자자가 어디에 투자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먼저 투자받은 창업자의 추천을 받기를 권합니다. 투자자가 어떤 기업에 투자했다는 것은 그 사람을 믿는다는 것이고, 그 사람이 추천한 사람도 믿습니다. 좋은 분위기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질문) 창업을 꿈꾸는 포스텍 학생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1년에 몇 번씩 창업을 꿈꾸는 학생들과 만났니다. 우선 창업이란 선택이 좋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평균 수명이 70세였던 때에는 안정적인 직장에서 20~30년 일하고 정년퇴직하고 여생을 보냈습니다. 이제는 80년을 넘게 삽니다. 그런 패턴이 통하지 않습니다. 정년까지 다니기도 어렵습니다만 퇴직하고도 다른 무엇을 해야 합니다. 창업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기업을 20년 다니는 것보다, 몇 번 실패하더라도 한번 성공하면 지속적인 사회 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단, 실패를 줄이기 위한 준비와 노력을 해야 합니다. 대기업을 다니면서 조직의 이점을 흡수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수도권과 멀어서 발생하는 정보의 격차입니다. 인터넷 시대라 많이 줄어들었지만, 사람들의 머릿속에 있는 정보는 만나서 이야기하고 나눠야 합니다. 이를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수도권에 자주 올라와서 동종 업계 사람들과 많이 교류하시기 바랍니다.


자신과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교류하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나와 이해관계나 관심 분야가 같은 사람은 아는 정보가 비슷합니다. 새로운 정보를 얻거나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위해서는 나와 동떨어진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원문 출처] [수요일 수요일은 기업가] KTB네트워크 고병철 상무 1편|작성자 APGC      

[원문 출처] [수수기-27] 스물일곱 번째 특집, KTB네트워크 고병철 상무|작성자 APG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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