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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4th

설레고 또 설레고, 설렘으로 남을

by Someone

나이때문인지, 유난히 예민한 성격때문인지, 가슴에 안고 가야만 하는 아픔, 벗어낼 수 없는 무겁고 단단한 갑옷때문인지 잠에 들지 못하는 날이 반복되었다.


감기기운이 있을 때 병뚜껑을 열어 한 컵 마시면 푹 자고 일어나 감기가 낫는 것만 같았던 감기약, 미국에서 살던 중 처음 만난 그 감기약은 효과가 참 좋았다. 특히 NIght 라고 적힌 그 약은 잠못들어 뒤척일 때마다 나를 도왔다. 감기기운이 없어도 그 약을 찾았고 콸콸콸 쏟아부어도 잠을 잘 수 없게 된 어느날, 용기를 내 약국에 들러 수면제를 구입했다. 약을 바꾸어 보아도 복용량을 늘려 보아도 꼬박 닷새동안 오분도 잠을 자지 못해 좀비상태가 된 나는 머릿속으로 수만번 상상했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일, 정신과 진료를 받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주기적으로 정신과에 들러 진료를 받고 수면제를 처방받아야만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 수면장애환자가 되었다. 수면장애의 원인은 이것저것 다양하게 진단받았지만 안그래도 결이 촘촘하고 깊은 마음에 아픔이 파고들어서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쌍꺼풀이 없고 어떤 사람은 쌍꺼풀이 있고, 그 중에서도 누구는 얇은 쌍꺼풀인 반면 어떤 이는 진하고 선명한 쌍꺼풀을 가지고 있듯 마음의 결 또한 사람마다 각기 다르다. 그래서 어떤 이는 긍정적이고 무던한 반면 어떤 이는 스치는 바람에도 베이고 피가 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 어떤 이의 피는 멈추지 않고 상처가 아물지 않는 것이다.


하필 깊고 촘촘한 마음의 결을 가지고 있는 나는 그 마음의 결 사이사이에 존재하는 수많은 시간과 장소, 사람을 끌어안고 산다.


내 마음의 결 하나, 하나를 조심스레 살펴보면 설레고 설레고 또 설레고 지금까지도 설렘으로 남은 이가 있다. 그저 가수라 하기엔 부족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아름답고 섬세한 천재 박효신이 긴 호흡으로 이어져 있다.

그 설렘의 순간 순간에 함께 떠오르는 이, 장소, 계절이 있지만 그에게만 집중하기로 했다.


새벽부터 뒤치닥거리다가 운좋게 한 장 남은 공연표를 예매했다. 티켓팅에 실패해도 한 자리 정도는 중간중간 구할 수 있으니 생각날 때마다 시도해 본 성과다. 잠못 든 새벽이 감사한 일이 되었다.



누군가와 대화를 시작한다면 열띤 숨을 뱉으며 한참을

재잘거릴 것만 같다.


나 그를 만나러 간다고


그 날이 기다려진다. 대장님 고맙습니다.

내 인생에 설렘으로 남아주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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