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차이
연휴가 길다. 긴 연휴는 참 불편하다.
바쁜 척을 한다 해도 이 긴 연휴내내 집밖을 떠돌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며 누군가를 집밖으로 불러내기도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족도 무언가를 함께 하기를 강력히 소망하는 자녀가 있다면 더욱 그렇다. 그렇게 근교의 가족회식장소를 정했다.
일전에 근처 드라이브를 갔다가 유명한 곳이라기에 다녀온 곳이고 나뿐민 아니라 같이 갔던 그 역시 너무 맛있게 먹었는지 다음에 아이와 함께 왔음 좋겠다고 했다. 덕분에 이런 곳와서 정말 맛있게 먹었노라 했으며 그 이후로도 그집 참 맛있었다고 수차례 이야기한 곳이다.
연휴중 길이 밀릴 것을 예상하고 이른 시각에 서둘러 출발했다. 하지만 오픈전부터 대기하고 있던 이들이 테이블을 다 채우는 바람이 그들이 한차례 먹고 빈 자리가 나기를 한시간 조금 넘게 기다렸다.
역시 맛있었다. 아이도 좋아하는 눈치고 다같이 맛있게잘 먹았다. 영수증리뷰를 작성하면 이층에 자리한 카페에서 아이스크림을 준다기에 큰 애는 열심히 리뷰창을 검색한다.
별로라고 남기거라
하아……오늘은 왜 아닌가 했다. 그냥 넘어갈 리가 없다.
아이스크림 받으러 가면서 별로라 쓴 리뷰를
내밀라고?
이정도 맛은 동네에도 많고 이동거리, 기름값, 고기값 생각하면 너무 별루니까
애들 아빠는 늘 이런 식이었고 나는 늘 상처받았다.
그렇게 나는 그를 지워나갔다.
하지만 여전히 애들아빠이기 때문에 적당한 거리를 둘지언정 등을 영영 돌릴 수는 없다.
아이들이 엄마와 아빠를 동시에 원하는 경우가 간혹 있기 때문이다
쥐어짜내듯 가슴이 아린다. 이런 사람인줄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모든 일에 이런 반응이다. 그 반응들을 온몸으로 막아내며 내 마음까지 다치지는 말자고 부단히 애썼지만 상처는 아물기도 전에 패이고 또 상처가 나 패이고 패이고 문드러졌다
이십년 결혼생활을 이어온 부부가 알콩이달콩이 어딨어. 다 그렇게 사는거야
십수년 이상 결혼생활을 이어 온 이들이 늘상 하는 말이다. 하지만 난 알콩달콩하지 않아서, 아이를 낳아 기르고 공동의 목표달성을 위해 남자와 여자는 사라지고 아빠와 엄마라는 동지가 생겼다는 것이 안타까운 것이 아니라 이 안타까움에 아프고 외로운 것이 아니라 다른 행성의 다른 언어와 다른 두뇌작용을 하는 괴생명체와 함께 하며 바랬던 기쁨, 행복을 박탈당했다는 것에 분노한다.
결국 카페에 들러 마음을 추스리고 다잡고 일을 핑계로 집을 떠났다.
점점 혼자가 좋다.
그리고 이혼사유가 성격차이라던 많은 이들이 어떤 마음으로 어떤 상처끝에 성격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던 것인지 하필, 이해가 된다. 모르고 싶은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