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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10th

어디선가 불어 온 미풍

by Someone

낯선 도시에서 30~40분 정도

사부작 사부작 걷고 있는데

어디선가 불어오는 미풍에

복잡한 생각이 사라지고 인생 뭐 별거 있나?

잠시 이렇게 좋으면 되는 거지

그러면서 다시 보게 되는 그 30~40분 같아요.


최고의 찬사에요



이젠 습관이라고 하기도 뭣하게 저절로

그냥 맥주 한 캔, 일하든 뭘하든 집에서 밤에

그렇게 매일 맥주 한 캔을 마신다, 내가?


너, 그거 왜그러는줄 알아?

공허해서

내가 어어엄청 재미있게 본 드라마인데

공항가는 길이라는 드라마에 나오는 여주인공이 매일 혼자 맥주 한 캔을 마셔, 공허해서



공항가는 길

TV를 보지 않는 나는 이렇게 공허함이라는 단어와 함께 공항가는 길을 만났다. 공항가는 길을 전한 것은 따뜻하고 차분한 음성이었고 다정하고 부드러운 미소였지만 공항가는 길 드라마를 볼 때마다 나는 공허함과 아픔을 느꼈다.


인생의 두번째 사춘기라는 말도,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서도우라는 남자, 애니아빠도, 여성스럽고 사랑스러운 수아, 김하늘도, 매듭할머니의 미소만큼 인자하고 따사롭던 고택의 햇살도, 서로 맞잡은 두손도 그렇게나 아프게 다가왔다.


몇화인지 모르겠다. 유난히 저 고택의 햇살과 두 사람의 눈빛, 꼭 쥔 두 손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아 미풍처럼 간지럽힌다. 제주도 어디메, 한강 어디메 드라마배경이 된 아름다운 장소는 많았지만 유난히 마음이 가는 장소가 저 고택이다.


어디인지 궁금해 찾아보니 장욱진화가의 고택, 용인어디쯤,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나, 공항가는 길, 조금씩 조금씩 아껴보고 있어.

재밌지?

응, 그런데 슬퍼

또 슬퍼?

응…슬퍼

에휴, 뭐가 그렇게 맨날 슬퍼


너를 어쩜 좋니…. 딱 그런 표정으로 바라본다. 아니야, 씩씩해야지! 활짝 웃으며 이야기한다.


낮잠자는 김하늘을 이상윤이 바라보고, 창문열면 막 햇살 비추고 했던 거기 말이야, 기억나? 거긴 장욱진 고택이래, 용인어디? 가을에 단풍들면 엄청 근사하대. 가보고 싶어!


그래, 가을에 같이 가자,

장욱진미술관이라고 건물자체도 엄청 근사하대, 거기도 같이 가자.


응! 같이 가자.


그런데 수해가 지난 지금도 아직 가질 못했다. 새벽비맞으며 골프치다 감기몸살에 걸려서, 급하게 일하느라 의자에 걸려 넘어져 발목에 금이 가서,


뭐가 또 기분이 상한건데….꾹꾹 눌러왔던 서운함이 울컥 올라와 가시를 세우느라,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답답하지만 가시를 하나하나 다듬어주느라, 미룰 수 없는 다른 일이 생겨버려서


짧은 가을은 달아나듯 지나버려서 다음에, 다음에,

그렇게 아직도 가보질 못했다.



벚꽃시즌을 기다리며 우연히 찾아간 양재천 카페에 장욱진 화가의 전시포스터가 있었다.뭐랄까, 장욱진고택도 미술관도 가지 못하고 있지만 이곳만은 쉽개 올 수 있어 안심이 된달까? 주말마다 노트북을 들고 이곳을 찾았다. 음, 그땐 산책친구가 들러주곤 했구나


지난 번 양재천을 찾았을 때, 생각보다 바람이 차서 조금만 걷고 황급히 돌아가느라 들르지 못했고 오늘은 조심스레 보듬고 다스려야 하는 마음의 상처가 있어 그 일에 집중하느라 대화가 필요했으나 이 카페는 그런 슬프고 미안한 대화와 걸맞지 않는 장소였기에 걸음하지 못했다.


다음주엔 갈 것 같다. 벚꽃도 예쁘지만 초록도 참 예쁘고 싱그러우니까, 그리고 다음주엔 혼자 주말을 보내며 빈 자리를 채워내야 하니까





도망가요

손잡고 갑자기 달리던 두 사람의 착장이 무척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저 가디건과 원피스를 사고 싶어서 오만 곳을 다 뒤졌지만 구하지 못했다. 드라마 종영 9년쯤 지난 뒤였으니 구해질리 없기도 하다.


(멋지다, 정말! 난 대형 멍뭉이를 좋아하는 것 같다)

( 너무 맘에 든다)


김하늘 배우의 의상이 평소 내가 즐기던 의상과 비슷한분위기여서인지 이상윤배우가 남주혁배우, 공유 배우와 함께 최애남배우 3인방이어서인지 저들의 이야기가유난히 나의 이야기같았다.


누구에게나 인생의 두번째 사춘기는 찾아오니까


이번 가을엔 저 고택에 갈 수 있을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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