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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16th

행복의 균형

by Someone

왜, 또 어느 포인트에서 기분이 상한건데….


한 순간에 싸늘해진 공기와 표정을 놓쳤을리 없다. 그리고 어느 포인트인지는 모르지만 늘 그렇듯 내가 기분이 상하는 기저에는 가족이라는 단어가 있다.


공항가는 길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의 남편이 가볍게 만나는 상대여성에게 이야기한 가족에 대한 정의가 계속 맴돈다.그만큼 공감했기 때문이다.


그는 가족은, 좀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아내는 가구와 같다고 했다. 집에 가면 늘 있는 존재, 새로울 것도 아무런 감흥도 없이 그냥 크게 자리만 차지하는 존재. 그러나 결정적 한 방이 있다. 살아가는 동안 어지간해서는 가구를 바꾸지 않는다고 했다.


가구를 바꾸려면 집을 바꾸든 어찌하든 엄청난 작업이 필요하다. 감당할 자신이 없으면 인테리어 소품이나 사부작 사부작 바꿔보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애정하는 아이템이 생기면서 발생한다. 낡고 커다란 4인가족 쇼파자리에 너무나 편안하고 아늑해서 매일 앉아 시간을 보내고 싶은 1인용 쇼파를 두고 싶어질 때 차마 다른 가족이 필요할지도 모르는 4인용 쇼파를 내다버릴 수 없어 갈등하게 된다. 1인용 쇼파를 애지중지 해본들 들었다 놨다 이곳 저곳으로 옮겨두어 볼 뿐, 집안에 두지 못한다. 그동안 편안하고 아늑했던 1인용 쇼파에 흠집이 나고 색이 바라면서 편안함과 아늑함을 상실해 간다.


나는 흠집이 나고 색이 바라는 동안 밝게 웃으며 맞이하던 그 따스한 미소가 어느 순간 싸늘한 표정으로 변해 버리는 지점을 갖게 되었다. 예측할 수 없지만 예견되는 반사작용과도 같은 그런 가시가 돋힌다.


그렇게 상처입고 상처주고… 소멸되어 가던 소중함은 삭제가 된다




어떤 이는 내게 이런 말을 했다.


가족화되면 안돼, 가족화되는 순간 존재와 존재가 행하는 모든 행위에 대해 감사를 잊게 되고 그냥 당연한게 되버리는 거야, 난 그게 싫어.



그래서 그는 혼자만의 밤산책에서 감사를 잊은 이가 아닌 꽃 사진 한 장에 웃어주는 이를 위해 열심히 사진을 찍는가 보다.


감사를 모르지만 묵직한 가구처럼 집을 채워주는 가족은 분명 감사한 존재이고 행복을 나눌 존재이다. 하지만 누군가가 나에게 감사를 느끼고 나 역시 감사한 존재가 있다면 조금 더 행복할 것 같기는 하다.


그 행복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몹시나 어렵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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