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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골목에 숨은 보석 같은 맛집

‘속초킹김밥&도시락’ㆍ‘우리식당’

쌍문동 우이천변 백운시장 ‘속초킹김밥&도시락’

후암동 삼광초교 근처 가정식 백반 ‘우리식당’       


도심의 오래된 뒷골목에는 축적된 고유의 정서가 숨어 있다. 골목의 사전적 정의는 ‘큰길에서 들어가 동네 안을 이리저리 통하는 좁은 길’이다. 어디나 골목은 존재하지만 대도시 서울의 골목은 강남보다는 강북 쪽이 옛 정취를 담고 있다. 직선보다는 곡선이 살아 있고 고층에 가려진 길이 아닌 눈높이의 담장이 있는 곳이 많기 때문에 정서적 안정감이 있다.     


골목은 도심의 숨통을 트이게 해주는 곳이며 사람 사는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곳이다. 허준영(한국문화관광연구원 위촉연구원)과 이병민(건대 문화콘텐츠학과 부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도로 중심으로 근대건물 및 시설들이 들어서면서 도심이 발달하고 골목은 많은 영향을 받았다.     


골목은 삶의 공간인 기본적인 구조로 인위적인 것이 아닌 자연스러운 생활문화가 나타나는 곳이다. 연구자들은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골목 상실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골목을 밀어내고 새롭게 건물들을 세워 상업화되어가고 있는 거리들을 흔하게 볼 수 있으며, 자본주의에 밀려 그나마 남아있는 골목에서도 더 이상 타인과 공존하는 곳이라는 의미를 찾기 힘들어졌다”고 했다.       


이웃과 삶을 나눴던 네트워크의 장소였던 골목이 도시화에 따라 점차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다. 골목은 사회적 자본이 담긴 곳으로 공동체와 상호관계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주장이다. 화려한 도시의 대로변에서 골목으로 이리저리 스미면 다양한 삶의 체취와 문화를 느낄 수 있다. 이런 면에서 골목은 중요한 문화자원이고 인문학적인 가치를 품고 있는 공간이다.      


골목에는 문화, 거주, 상업 자원이 혼재돼 있다. 그중에서 골목에 활기를 주는 것은 역시 식당, 베이커리, 카페 등 먹거리를 취급하는 곳이다. 이런 공간은 골목에 사는 주민과 골목 여행자를 연결하는 사랑방 역할을 한다. 이곳을 통해 골목 문화가 형성될 때 공동체가 회복되고 지속 가능한 골목 생태계가 유지된다. 이번 호는 골목 생태계를 유지하는 보석 같은 골목 맛집 몇 곳을 소개한다.      


‘오징어게임’ 때문에 유명해진 골목시장 

      

백운시장은 오징어게임 촬영지로 유명해졌다. 시장에는 오징어게임 체험장이 있다.[제공=백운시장]

경전철 우이신설선 솔밭공원역에서 내려서 우이천을 가로지르는 백운교란 다리를 건너면 조그만 골목시장이 나온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 등장하면서 유명해진 백운시장이다. 주인공 성기훈(이정재 역)이 백운시장 근처에 사는 것으로 나온다. 상우(박해수 역) 어머니가 운영하는 생선가게로 나왔던 ‘팔도건어물’, 두 등장인물이 대화를 나누던 ‘도봉중앙교회’ 등 오징어게임 속 촬영지가 제법 있다.      


‘오징어게임’이 올 에미상 시상식에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해 백운시장이 관광 명소로 뜰지 기대된다. 백운시장은 좁은 골목에 1960~70년대부터 상인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잡으며 자생적으로 형성됐다. 제법 역사가 있는 만큼 옛 재래시장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작은 골목시장 트렌디한 김밥집

‘속초킹김밥&도시락’의 대표메뉴인 치즈닭강정김밥·명태회김밥, 궁채킹유부, 속초킹김밥.[사진=필자, 속초킹김밥&도시락 제공]

오징어게임에서 상우네생선가게로 나왔던 팔도건어물 옆은 ‘속초킹김밥&도시락’이란 별난 상호를 가진 트렌디한 김밥집이 있다. 상호만 들어서는 강원도 속초에 있을 것만 같은데, 서울 북단 북한산 밑 쌍문동 골목시장에 있는 것도 재밌다.      


개인 식당이 아니라 제이앤디에스란 법인이 프랜차이즈 사업을 위해 오픈한 플래그 숍이다. 다양한 김밥은 물론 도시락, 국수, 비건, 유부요리 등을 판매하고 있는데 구성이 남다르다. 매장 규모에 비해 메뉴가 많다 싶었는데 이유는 이곳이 플래그 숍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메뉴 개발과 시판과정에서 잘 팔리는 메뉴와 안 팔리는 것을 솎아 낸다는 계획이다.      


필자는 명태회김밥과 꼬시래기 해물국수를 주문했다. 이곳 점장이자 법인 이사인 성명진 씨는 명태회 등 해산물과 해초류가 속초에서 공수된다고 했다. 그래서 상호에 속초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밥으로는 명태회. 치즈샐러드, 궁채와 들깨가 들어간 김밥을 시그니처로 추천하고 있다. 도시락으로는 속초킹도시락, 크다는 의미의 킹유부로는 치즈닭강정, 궁채, 명란을 토핑 한 유부요리를 주력으로 선보인다. 덕성여대 근방이라는 특성과 점차 늘어나고 있는 비건족들을 겨냥한 비건 메뉴도 김밥, 국수, 유부, 주먹밥 등으로 당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메뉴판 한쪽에 적혀 있는 특선요리 오징어 물회와 오징어먹물순대+명태회 메뉴가 눈에 들어왔다. 김밥집에 난데없는 메뉴란 생각이 들었지만 쇼케이스 안을 꽥 채우고 있는 소주와 맥주를 보니 이해가 됐다. 주류를 취급하다 보니 안주가 될 만한 메뉴까지 개발한 것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두 김밥이나 유부요리에 쓰이는 재료여서 준비에 큰 부담이 없는 메뉴란 점에서 지능적인 구성이다. 프랜차이즈 가맹사업이 잘 진행돼 집 가까이서 맛볼 수 있기를 바란다는 덕담을 건넸다. 작은 골목시장에 반짝이는 보석 같은 김밥집이란 느낌을 받은 곳이다,            


‘겉허속깔’한 후암동 골목식당

‘우리식당’의 집밥 같은 반찬 구성과 생선구이, 제육볶음.

용산구 후암동의 도로명은 후암(厚巖)을 우리말로 직역한 두텁바위로다. 후암동은 조선시대 한성부를 형성했던 도성 밖 성저십리중 도성의 남서쪽에 위치한 곳이다. 개항 이후 부설된 경인철도 남대문역의 존재로 인해 가장 빠르게 시가지로 변화했다. 특히 러일전쟁 이후 용산에 일본군 병영이 건설되면서 후암동은 상전벽해로 바뀌었다. 한적한 한인 마을이었던 후암동 일대 땅을 일본인들이 집중 매입하면서 1930년대 대표적인 일인들 주거지가 됐다.      


일제강점기 전에는 물길을 중심으로 한인 주거지가 있었고 192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개발된 택지에는 고급 서양식 주택을 의미한 문화주택이 대거 들어섰다. 문화주택에는 정치인, 관료,  금융인 등 일인 유력자들이 많이 거주하면서 후암동 일대는 일제강점기 대표적인 일인들의 고급 주거지로 자리 잡았다.      


당시는 이 지역은 삼판통이라고 불렀고 일인 자녀들을 위한 삼판초등학교가 있었다. 지금은 그 자리에 삼광초등학교가 들어섰다. 삼광초 정문 앞에는 지금도 일본식 문화주택이 다수 남아 있다. 삼광초등학교 근처에는 네이버 플레이스에도 등록돼 있지 않은 ‘우리식당’(두텁바위로1길 68)이란 전형적인 집밥 같은 백반집이 있다.         

월 생선조림, 화 오징어볶음, 수 생선구이, 목 비빔밥, 금은 제육볶음, 마지막 주 목요일은 김치찌개가 요일별 정식 메뉴다. 이밖에도 청국장, 순두부 등 찌개류와 오징어볶음, 제육볶음이 식사 또는 안주류로 제공된다. 계란말이, 계란찜, 두부김치 등도 안주로 곁들일 수 있다. 식사와 반주를 곁들일 수 있는 곳이다.        


매일 백반메뉴가 바뀌지만 원하는 것을 다 맛볼 수 있다. 이달 초 목요일에 찾았는데 마침 정식 메뉴가 모수 소진돼 생선구이와 제육볶음을 주문했다. 오래전에는 혼자서 오징어볶음과  넉넉함과 인심, 맛, 친절 삼박자가 좋은 곳이다. 외관은 허름하나 실내는 깔끔한 ‘겉허속깔’ 식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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