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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희 Oct 06. 2024

고양이를 키운다는 건

냥집사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주변에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을 몇 보았다

길냥이를 키우는 사람도 있었고

봉사하러 갔다 어떻게 키우게 되었다는 사람도 있었다

나에게도 몇 번 권하여 고민도 하였지만 나 하나도 감당하기 힘든데 그러면서 거절했었다

강아지를 한번 키워본 경험이 있었지만 이별을 겪고 나니 선뜻 내키지가 않았다

어느 날 아빠가 검은 치와와를 데려와서 키우는 걸 보았을 때도 반려동물을 키우려면 여유가 생겨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일을 하며 아래층 카페사장님이 길냥이에게 밥을 주셨다 1년여 넘게 늦게 출근하는 카페 사장님을 대신해 아침마다 밥을 주는 일이 많아졌다

그러면서 고양이에 대한 나의 인식도 차차 변하게 되었다







어느 날 저녁 약속이 있어 지나가다 집 앞 동네 미용실에 사람들이 둥그렇게 모여 있었다

나도 궁금해서 지나가며 비집고 들어가 보는데 점박이 고양이와 노란 아기 고양이가 있었다

미용실 사장님은 엄마가 사람손을 타서 고양이를 두고 간 거 갔다며 난처해하셨다

남은 사료와 모래를 준다며 누군가 가져가기를 바라셨다

내 앞에 조그만 노란 고양이가 눈앞에 보였다

덥석 잡아서 제가 데려가 키우겠다고 했다

사료와 모래를 주면서 암컷인 거 같은데 3개월 후에 데려오면 길냥이라 중성화 수술 지원비도 가능하다는 말씀을 뒤로하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


나는 그렇게 냥집사가 되었다


약속 장소는 예전 일했던 공간의 아래층 카페였다.

고양이를 입양했다고 어린 고양이를 안고 가니 소식을 듣고 전 카페 사장님도 오랜만에 들르셨다

미용실 사장님은 콩이라 불렀고 방문해 준 예전 카페 사장님은 덥석 안아 보더니 심바라 불렀다

나도 새로 이름을 지으리라 잠시 생각해 보았지만 마땅히 떠오르거나 맘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심바로 부르기로 했다



그 후 , 6개월이 지난 10월

중성화수술을 동물병원에서 하기로 정하고 병원에서  성별을 알 수 있었다 암컷이 아닌 수컷이었다는 걸

이름을 먼저 지었는데 심바라는 이름이 제법 잘 어울렸다

작년 7월쯤 되려 왔는데 벌써 1년이 넘었다

심바가 나를 의지 하는 거 같지만 때로는 내가 심바를 의지하고 있는 거 같다




심바 하고 부르면 시큰둥이다 안으려고 하거나 다가가면 냥냥 된다

아침에 눈떠서 보면 머리 위에 심바 엉덩이가 내 얼굴에 들이밀며 있다

어떨 땐 발가락을 깨물며 놀아달라고 깨운다

창밖을 한참을 보다 내려오더니 누워있을 때면 배위로 기어 온다 배 위에 쭈그리고 앉아 갸릉갸릉 거린다

놀아달라고 양모볼을 물고 와서는 던져달라고 할 때면 개냥이가 따로 없다

심바의 포근한 털냄새가 똥꼬 냄새가 너무나 좋다


강아지를 키우면 좋은 점을 찾던 나는 고양이를 키우면 좋은 점을 찾고 있다


한 달에 한번 씻겨도 심바에겐 아무 냄새가 나지 않고 아기 냄새처럼 털냄새만 있다


가끔씩 이불 위에 똥을 싸거나 비닐 위에 소변을 볼 때도  있어 당황스럽지만 대부분은 모래상자에 들어가 스스로 대소변을 잘 가려 기특하기까지 하다


산책을 매일 시키지 않아 좋다 간혹 가다 며칠 집을 비우게 되어 밥이랑 대소변 치우는 걸 부탁하게 된다

그럴 때는 산책을 좋아하는 고양이면 좋겠다란 생각이 들기도 하다


고양이는 집사를 선택한다는데 어떻게 보면 나는 간택당해 집사가 되었던 거다 첫눈에 홀려서 데리고 와버렸으니 말이다

심바가 내 곁에 있다  

참 따스하다

자다깨서 갑자기 혓바닥 낼름! 메롱 하고 있는 메롱상태 심바

나에게 와주어 너무 고맙다 심바

건강하게 나랑 오래 함께 했으면 좋겠다

잠들 때가 세상 제일 예쁜 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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