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델리 Nov 02. 2015

여기서 나랑 살자

너도 떠나 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15


여기서 나랑 살자

Atherton, Queensland

Australia

   



오후 6시가 넘으면, 조금씩 어둑어둑해져.

한산하던 거리는 금세 차조차 한 대 지나가지 않는 유령도시처럼 창백해지지. 집들만 드문드문, 불은 켜져 있지만 사람이 정말 살고는 있는 건지 의문이 생겨.


큰 마트 하나, 맥도널드 하나.

카페 겸 레스토랑도 하나.

코너에 제법 빽빽한 DVD 컬렉션을 자랑하는 렌털 샵도 하나.

모든 게 하나씩.

불편함도, 부족함도 없게 자리 잡고 있어.


밤 9시가 미처 되기도 전에 불을 꺼버리고 잠자리에 드는 작은 마을. 이곳에서 너와 함께 푹신한 소파에 누워 TV에서 하는 오래된 영화를 보다 잠들고 싶어.


창밖으로 학교에 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꼼지락거리며 일어나 우유에 시리얼을 말아 아침을 해치우고 맛있는 커피 내리기에 아무렇지 않게 한 시간쯤 보내면서.


커피를 마시곤 나란히 침대에 누워 나른해진 서로의 머리카락을 한 올 한 올 쓰다듬으면서.


이 조용한 마을에서 그렇게 살아보고 싶어.

    


여기서 너와 함께.

이 지루하고 고요한 일상을.


천천히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을 핥아먹듯이.

할짝할짝. 야곰야곰.



이전 14화 바다를 가로지르는 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