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떠나 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18
Napier, Hawke's Bay
New Zealand
올해 나이 27세.
나는 지금 72세의 무기력증에 빠져있다.
92세 할머니가 마음은 29세라며
농담을 던지는 가운데,
나는 72세의 무기력과 우울함과
죽음의 공포를 느낀다.
앞으로 몇 년간은 더 심해지겠지.
내년이면 82세, 그리고 92세가 될 테니까.
발 디딜 틈도 없는 칼끝 같은
낭떠러지로 내몰리겠지.
하지만 그 낭떠러지에 몸을 던지고 나면,
다시 태어나듯 새해가 밝고
나는 03세가 될 것이다.
그리고 다시 13살, 23살, 33살을 거쳐,
73세, 83세, 93세가 되고,
다시 죽고, 다시 태어나 04세가 된다.
나이를 먹을수록 철이 없어진다고?
사실은 이런 순환을
계속 반복하고 있는 게 아닐까?
어른의 문을 넘고 넘어
죽고 또다시 태어나는 윤회의 순간은,
이 생애에서만 몇 번이나
행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