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떠나 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22
Cheviot, Canterbury
New Zealand
나는 달리는 버스의 창밖을 몇 시간 째 바라보고 있었다. 빛의 바다인 듯 반짝임이 수평선까지 일렁거렸다.
너와 영원이 아닌 이별을 하고,
네가 없을 목적지로 향한 버스 안에서,
나는 나를 둘러싸고 앉은 모든 사람들이 민망할 정도로 눈물을 줄줄 흘렸다.
나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
우린 분명 다시 만나게 될 거라는 걸.
나는 또한 분명히 알고 있었다.
우리가 다시 만난다 해도, 그때의 너와 나는 지금의 우리는 아닐 거라는 걸.
이건 너와의 이별이라기보다는,
나에겐 아직 낯선 어떤 감정과의 이별.
혹은 너라는 사람에게 깊은 애정을 가졌던 내 마음과의 이별이었다.
방금 체비엇을 지났다.
불과 한 달여 전에 모두 함께 여행하면서, 어느 축축한 새벽에 아침을 먹으러 잠깐 멈췄던 정말 작은 동네.
이렇게 안개 낀 축축한 아침.
우리가 아침을 먹었던 가게도,
새까맣게 젖은 교차로도,
모든 건 같은데 나만 혼자 지나간다.
우리가 함께 했던 그 길을 따라서.
벌써 우리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