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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델리 Nov 19. 2015

나만 그런 것이 아니기에

너도 떠나 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24


나만 그런 것이 아니기에

Kaikoura, Canterbury

New Zealand  



하루하루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은

나만 그런 것이 아니기에

박차고 나오기가 쉽지 않았다.


남들도 다들 그렇게 사는데

나도 그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이유 모를 책임감에

오늘 하루도 그저 그렇게

넘긴 것이 불만스럽지 않았다.


여행을 생각하면 가슴이 떨리는 게

나만이 아니기에 쉽게 떠날 수 없어

망설이는 날 이해할 수 있었다.


10년 후, 20년 후를 생각하며

인생을 길게 봐야겠다고 다짐하면서도

이 달만, 올 해만 보는

근시안을 가진 것이 나만이 아니기에

멀리 떠나온 후에도

늘 작은 실수에 목이 매였다.


다들 자기 자리를 찾아 방황하는데,

그 사이에서 내 자리 찾기가 힘들어

이렇게 멀리 떠나와서도

여전히 허우적대는 내가 못 미더웠다.


좋다고 마냥 좋아하지 못하고,

슬퍼도 엉엉 울지도 못하는 게

어딘가 단단히 고장 난 것 같다고

느끼는 것이 나만이 아니기에

오늘도 멀쩡한 척, 괜찮은 척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비정상적인 불안함과

외로움에도 불구하고

나만 그런 것이 아니기에

혹은 너만 그런 것이 아니기에,

다 괜찮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 똑똑하지 않아도,

잘하는 게 많지 않아도,

사람들과 쉽게 친해질 수 없어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고 싶다.


다만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내가 그리는 삶의 방식을 실행할

용기만큼은 가지고 있다고 믿고 싶다.


두려움에 맞서고 어려움을 헤쳐서

내 인생의 가닥을 잡을

용기는 갖고 살고 싶다.


이런 기분을 느끼는 것이

나만이 아니기에

나에게 미안하지 않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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