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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델리 Nov 23. 2015

돌아갈 길을 모를 때

너도 떠나 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26


돌아갈 길을 모를 때

Barkly Homestead, Northern Territory  

Australia



지금까지 여행을 하면서 난 행복했어.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좋은 기억도 나눴지. 여행을 통해서 분명 난 더 나은 사람이 되었고, 많은 변화를 이뤄냈다고 믿었어.


그런데 어느 날 내가 믿던 모든 것들이 현실이라는 거대한 벽에 부딪혀 버렸어. 별이 보이고 눈물이 핑 돌고 코피를 줄줄 흘리면서, 그 자리에 쓰러졌어. 얼마나 엎어져 있었는지는 몰라. 간신히 다시 털고 일어나서 앞에 놓인 거대한 벽을 보면서 생각했지.


"이 길은 아닌 것 같아."


분명 멀지 않은 곳에 우회로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에 곰곰이 돌아갈 길을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알 수가 없는 거야. 돌아갈 길을 모를 때, 충격은 배가 되고, 패닉 어택이 찾아오지. 난 아주 행복한 사람이었는데, 다시 그 길로 돌아가고 싶은데. 돌아갈 방법이 생각나지 않는 거야. 깜깜하게.



한번 지나치고 나면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길, 나는 그런 길을 걸어온 모양이야. 얇은 얼음이 낀 거대한 호수를 걸으면서, 걸어온 뒤로는 모두 부서져 사라지고 가야 할 길들 만 남는 거지. 어느 방향으로 가든 상관없어. 어느 길은 분명 짧고, 또 어느 길은 조금 길겠지만, 어떤 길을 택하든 호수 저편에 안전한 초록 대지가 있어. 그러니 어서 호수를 건너 버리는 거야.


호수에 빠져 죽지 않고 무사히 건너갈 수만 있다면, 질러가든 돌아가든 상관없지만 온 길을 되돌아갈 수는 없어.


돌아갈 길이란 게 없기 때문에

우리 모두 돌아갈 길을 모르는 거야.



우리 이 차가운 호수 위에 함께 서서 어디로 갈지 몰라 서성이고 있을 때, 발밑의 얼음은 점점 얇아지고 그럴수록 더더욱 발을 떼기가 어려워지지. 설령 내가 서 있는 이 자리가, 언젠가는 돌아오고 싶어질 자리라고 해도, 멈춰서는 안 돼. 용기를 갖고 발을  떼야해.


용감한 한 걸음, 그리고 뒤를 돌아보지 않는 확고함이 필요해. 어디로든 꾸준히 걸으면 초록 대지에 닿을 수 있을 테니까.


돌아갈 길을 모른다고 두려워할 필요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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