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일기-2025.05.12. 월요일
학교 건물과 연결되어 있는 산책로인데, 사람들이 잘 찾지 않은 곳이 있다. 그 이유를 짐작해 보자면, 캠퍼스 내에 건물들 중에서도 언덕 가장 높은 곳에 있고, 그 건물들은 학부나 대학원 수업을 진행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건물들 뒤에 산이 이어진다.
그곳에 들어서자 내가 밟는 나뭇잎의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멀리서 도시의 소리가 들리기 하지만, 나에게 익숙한 도시 풍경으로부터 멀어진 것 같은 느낌이다.
철봉이 있길래 철봉에 두 팔로 매달려보기도 하고, 외나무다리 같은 것도 건너보고, 그네도 타본다.
숲에서는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다. 사람 사이에서는 이야기 가운데 길을 잃고 더 외로워질 때도 있지만, 숲에서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사람을 외롭게 하는 건 사람뿐이다. 그게 나이든, 너이든. 숲에는 내가 발견하지 않았을 뿐 내가 채 발견하지 못한 것들로 꽉 찬 느낌이다. 언제든 날 놀라게 하며 등장할 무언가.
내가 속해있는 곳에서 종종 내가 지워진다는 느낌을 받는데, 그런 느낌이 들 때에 내가 나무라고 상상해 보기로 했다. 말은 없고 항상 그들 곁에 있고 바라보는 존재. 가끔 누군가 나를 잊는다고 해도 분명히 그곳에 뿌리내리고 있는 거다.
바람이 찾아와 가지를 흔들 때 내 소리를 듣고, 예고 없이 내린 소나기에 내 곁에 잠시 머물기를 바라고, 누군가 홀로 울고 싶을 때 그 자리에 나의 그늘에서 충분히 울다 가기를.
숲이 나에게 그러했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