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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선적 정의

달려들어야 할 더 큰 개들은 당신 주변에 있다

by 이영선

사람들이 쓰러진 작은 강아지 한 마리를 타깃으로 잡았다.

강아지는 다시 일어나지 못할 것이다.

다시 일어날 줄 알았다면 아무도 침을 뱉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들은 혼자서는 남을 비난할 수도 없을 만큼 비겁하기 때문이다.


혹시나 다시 일어날까 발로 한 번 차보고

또 차보고,

강아지가 계속 끙끙거리며

짖을 생각을 안 하니,

사람들의 눈이 점점 더 뻘게지고

몸은 더 까맣게 변해갔다.

머리에는 뿔이 나고

손가락에서 징그러운 손톱이 자랐다.


넘어진 강아지는

발로 조금씩 지르밟아야 한다.

침을 뱉어야 한다.

그렇지만 아무도 강아지를 완전히 죽여서는 안 된다.

이들은 자신의 비난에 책임질 만큼 용기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도 별다르지 않다는 걸 모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 강아지가 스스로 죽은 다음에야 멈출 것이다.

그러고 나서 다시 순한 양의 얼굴로 돌아와서

교양 있게 말할 것이다.

조금 더 버티지 그랬어, 별 거 아닌데.

우리가 죽으라고 그런 건 아니잖아.

그러게 왜 혼자 잘났지?

우리를 부러워하게 만들었어.


사람들의 질시와 부러움을 한 몸에 받은 강아지

작고 마른 체구에 비싼 값에 팔렸다.

처음엔 예쁘다고 하면서

십리 밖까지 하루 종일 줄을 서서

강아지가 사는 작은 집을 찾아오더니,

언젠가부터

그 집이 넘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겼다.

누군가 이 강아지의 성격이 지랄 맞다고 하더니

털이 사실은 뻣뻣했던 거라고 했으며

예쁜 게 아니라

비쩍 마른 게 혐오스럽다고 했으며

심지어는 강아지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강아지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세상의 모든 혐오를 뒤집어쓰고

그들 사이에서 악마로 만들어졌다.


세상에 크고 못되고 사나운 개들이 많이 있었다.

사람들은 작고 나약한 강아지를 선택했다.

작고 나약한 강아지는

그들의 질시와 무력함과 열등감을 쏟아내기에

매우 안전하고, 적절했다.


비슷한 나약한 마음들이 함께 모여

매일 작은 강아지에게 돌을 던지고 있다.

홀로 서지도 못하는 나약한 마음들이 모이면

집단이라는 못난 악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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