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째다. 시차 적응이 너무 힘들다.
튀르키예랑 6시간 시차인데 이렇게 차이가 날 수 있나? 호주 한달간 갔다 올때도 멀쩡했는데, 아침에 일어났다, 바로 다시 누워, 1시간 자고, 점심 먹고 졸려서 낮잠을 또 잤다. 커피를 연신 마셔댔는데도 소용 없고, 어제도 밤 9시에 바로 골아 떨어졌다.
그간 밀린 긴장과 여독때문일까? 나이탓인가? 아님 혹시 병이 있나? (초등학교 4학년때 극심한 피로로 병원에 갔었는데, 간염진단을 받고 한달간 입원한 경력이 있다. 물론 지금은 완치상태다.) 흡사 약기운에 쩐 중독자마냥 귀국 후, 며칠째 계속 졸고 있다. 일상 생활이 어렵다.
2주후에는 D랑 미국엘 가는 데, 벌써부터 걱정이다. 사춘기로 잔뜩 독이 올라, 눈에 살기마져 느껴지는 D를 모시고, 몸종으로 떠난다. 미국은 20년만이다!! 설렘도 잠시. 나 혼자 출국 부터, 생활에, 귀국까지 전부 다 준비하고, 처리해야 하는 데,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온다.
‘약먹은 개마냥 졸립다?’
그러고보니, 튀르키예에서 무척 인상 깊었던 것중의 하나가 들개들이었다. 집채만한 들개들이 호텔근처에 목줄도 없이 어슬렁 거렸다. 특이한 점은 모두 다 약에 쩔은 듯한 모습으로 공격도 하지 않고 무기력하게 대부분을 드러누워 있다는 점이다. 학회 함께 참석했던 교수님 한분 말로는 믿거나 말거나 튀르키예 정부에서 주인 없는 들개들을 없애기 위해, 밤에 몰래 주사나 약을주고 아침에 쓰러진 들개들을 차로 수거해 간다고 한다. 개들 중엔 내가 좋아하는 골든 리트리버도 있었다!
이슬람문화권에서 개와 고양이에 대한 인식은 천지차이다. 개는 대부분 혐오한다. 예언자 무함마드가 초기 이슬람 포교때, 박해를 피해 동굴에 피신했는데, 이때 개가 짖어 곤경해 처한 이후로 개를 천시했다는 설이 있다. 반대로 고양이는 뱀과 전장으로 부터 무함마드를 구해 신성한 동물이자 청결함의 상징으로 존경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개들은 얼마나 사랑받는 존재인가! 존재는 동일한데, 어디에 태어나서 살아가느냐에 따라 이렇게 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니, 불쌍하기도 하고 씁슬하다.
솔직히 이스탄불 아야소피아 성당에서도 느낀 점은 9년전 모로코에서 보았던 모스크에 비해, 건물 외관상으로는 더 뛰어난 지 모르겠더라. 하지만 그것이 어느 장소에 있었느냐에 따라 그 가치는 달라진다. 과거 정교회의 성당이자 현재는 모스크로 역사상의 중요한 중심지에 있었기에 아야소피아는 세계인의 선택받는 운명에 놓이게 된것이다.
제 값을 하려면 그 값을 처주는 장소에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