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랑 단둘이 여행갈 수 있을까?
오늘도 자기 입을 바지 말도 안하고 빨래했다고, 세탁기 멈추라고 하더니 물 축축한 바지 다려서 입고 나갔다. 저런 얘가 아니였는데 어떻게 저렇게 변할 수 있지? 작년 청소년 기관에서 상담했던 문제 중딩 생각난다.
어릴 적 부터, 순딩이에 내 말을 거역한 기억이 없고, 애교가 많아 어디서나 귀염받았다. 초딩 6년동안 ㅇㅇ시 합창단원에, 초등학교 내내 반에서는 회장, 전교어린이 부회장을 역임했고, 전교에서 1명 뽑는 방송반 아나운서에도 붙어서 열성적으로 학교생활에 순응했다.
그런데 중학교 입학하고 나서, 완전 딴 사람이 되었다.
눈에 살기가 느껴진다. 뭐든 내 말은 반대하고 본다. 뭐든 비이성적으로 우긴다. 묻는 말에 대답만 하며, 자발적으로 오늘 있었던 일을 종알대던 모습은 온대간대 사라졌다. 집에 오면 문을 닫고 자기만의 세상에 빠진다. 친구가 전화오면 가족과의 약속은 뒷전이다.
나도 저랬을까?
돌이켜보면 나도 음악 한다고 결심을 혈서로 써서 스스로 다짐받던 중학교 시절이 있었다. 내 기억의 저편에 중.고등학교 시절, 엄마랑 아빠, 동생들은 없었다. 오직 친구와 공부 그리고 진로에 대한 걱정과 불안뿐이었다.
발달은 비연속적이다.
점차 발달하는게 아니라, 단계별로 갑자기 변화는 것이다.
그 단계가 오기 전까지는 전혀 다음 단계가 어떠한 모습인지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 도와주면 능력이상을 발휘할 수 있다는 비고츠키(Vygotsky)의 말보단 그 단계가 오기 전에는 선행도 필요없다는 피아제(piaget)의 말이 더 신빙성있게 다가온다.
나는 사춘기가 이런건지 경험하기 전에는 정말 몰랐다.
내가 사춘기 일때는 그 속에 빠져있어 허우적 댔고, 사춘기 D를 겪고 나서야, 그 단계의 어려움을 직접 몸소 겪고 있는 중이다. 막연히 사춘기는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전두엽이 덜 발달되어, 청소년기엔 당연 충동조절이 어렵고 경솔한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고, 이론적으로야 알고 학생들을 가르쳤지, 경험은 또 다른 세계였다.
그 단계에 이르지 않고는 아무도 모른다.
선행이 불가하다. 추측만으로는 부족하다.
D가 나를 이해 못하듯이, 나는 나의 부모님의 현 노년생활을 100%이해하기 어렵다.
죽기 전에야 나도 죽음의 의미를 사후의 의미를 알게 되는 단계에 이르게 될까?
문득 미국 여행이 두려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