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권력은 데이타와 밧데리다. 물론 돈은 필수다. 넉넉하게 준비해서 가야한다. 부족하면 불안하고, 이는 조급함을 부른다. 여유롭고 싶다. 갈때는 에어 캐나다를 타고, 13시간 반을 걸쳐, 몬트리올 경유해서 간다. 몬트리올 공항에서 밤을새고, 다음날 아침 보스턴 로건 국제공항도착이다.
많은 시간을 비행기를 타고 기다려서 가는 여행이기 때문에 책과 영화나 드라마 다운로드는 필수다. 비행기안에서는 자체 영화들을 두편정도 보고, 노이즈 캔슬링 우수한 헤드폰을 들으며, 잠을 청할 것이다. 귀국시에는 여행끝이자, 대한항공 직항이라, 여느때 처럼 포도주나 맥주 마시면서 여유 부려도 괜찮겠지만 D랑 단둘이 함께하는 여행이라, 아무래도 출국은 불안하다.
터키때는 튀르키예의 문학가 오르한 파묵이 쓴 장편 추리소설로 200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 한 <내 이름은 빨강>을 가져갔다. 첫 장 ‘나는 죽은 몸’에서 ‘나는 지금 우물바닥에 시체로 누워있다. 마지막 숨을 쉰 지도 오래되었고 심장은 벌써 멈춰 버렸다.’로 시작되는 문장부터 굉장히 신선하고 충격적인 책이었지만 학회일정이 빠듯해 결국 다 읽지 못했다. 진정 교수님의 박사생이 소설을 읽는 것은 사치라는 말이 이해가 간다.
이번여행엔 스티븐 샤비로의 <탈인지>를 들고 갈 예정이다.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에서 “나는 느낀다”를 전제하는 책으로 철학과 SF를 매개하여 다섯권의 과학소설 이야기와 하나의 철학적 논문, 이와 관련된 논평으로 구성된 도서이다. 이제는 논리 필요 없고, 스토리나 서사 없고, 내용 없고, "감흥"하기만 하면 되는 사회, Affective Labor 가 중요한 시대라며, 아는 교수님이 관련도서로 추천해 주신 책인데, 내용이 살짝 어려울 것 같기는 하지만 흥미로울 것 같다.
영화는 일단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랑 패스트 라이브즈(Past Lives) 를 다운받았다. 벌써부터 보고 싶었지만 이번 여행을 위해 아껴둔 영화들이다. 그리고 스티브연의 <성난 사람들>시리즈도 다운받았다. 모두 미국 관련물들이라, 많은 공감을 얻으리라 본다.
요 며칠, D랑 옥신각신하면서 엄마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엄마도 나 키우면서, 나랑 같은 심정이었을까? 딸이 셋이었으니까 딸 하나인 나랑은 그래도 다를까?’
자아가 성장함에 따라 과거는 다르게 해석된다고 한다. 사춘기 D를 통해 엄마속의 내 모습을 본다. 그건 ‘통제’가 아니라, ‘불안’이었다. 너무나 소중해서 어떻게 되는 건 아닐까, 잃어버리거나 도망가는 건 아닐까,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집착하지 말고 놓아야 한다. 홀로 설 수 있도록 믿어주어야 한다. 그래야 한다. 정말로 사랑한다면.
둘 모두에게 의미있는 여행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