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의 D의 교육?
떠나오기 전에는 나름 간절했는데, 지금은 회의 적이다. 좀 생각해 봐야 겠다. 이 나라는 더이상 올라갈 때가 없다. 이제 내리막길이란 생각이 든다.
아직도 버스문을 열면 하버드 대학 시내, 한 복판에서 거지가컵을 드리밀며, 동전을 구걸한다. 학교 앞, 던킨 길바닥에 버젓이 홈리스가 거적을 깔고 누워있다. 시골 변두리 학교가 아니다. 버스,기차역 근처가 아니다. 온갖 명품들이 즐비한 뉴베리스트릿, 별 다섯 호텔들이 늘어서 있는 잘사는 동네 앞, 버클리 등교길 에서 요즘 매일 보는 풍경이다. 사람들도 그러려니, 그냥 지나간다. 프루덴셜안에서 아침마다 아닌척 겉으로는 멀쩡히 앉아 있는 흑인하나를 본다. 곁을 가니 오랫동안 씻지 않은 가난의 냄새가 코를 찌른다. 그래서 백인들은 향수를 몸에 샤워하듯 뿌리는 걸까? 겉모습으론 긴가민가해도 냄새를 맡아보면 그 사람의 계급을 단번에 알 수 있다. 영화 <기생충>에서 언급했듯이 말이다.
미래 좀비사회의 전형을 보는 듯하다. 학생때는 몰랐다. 20년이 지난 후, 똑같은 장소를 성인이 되어 다시 돌아와 생활해보니, 이전에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인다. 그때 나는 돈 많고 안전한 구역에서 섬처럼 살았구나! 현실을 보지 않고 꿈꾸듯 옆은 보지 않고 앞만 보며 살았구나!
철저히 강한자에게 약하고 약한자에게 강하며, 빈익부와 부익부, 돈의 맛을 피부로 완벽히 느낄 수 있는 나라가 미국이다. 왜 내가 로스쿨 합격하고, 변호사를 준비하던 재미교포 2세 B와 결혼하지 않고 떠나기로 했는지, 왜 B의 이민온 부모는 가게를 하면서 악착 같이 자식들 셋을 모두 변호사로 만들었으며, B와는 철저히 집에선 영어를 썼는 지, 나와의 결혼을 왜 극도로 반대했는 지, 이제야 진정으로 그 입장이 되어 보니 이해된다. 미국 사회에서 무시당하지 않고 살아남으려면, 강해지려면, 언어로 무장하고, 전문직에, 돈이 필수적이며, 같은 배경의 같은 인종끼리 뭉쳐야 한다. 나같은 이방인은 필요없다.
미국 사회, 겉으로는 이성적이며 여유있고 배려하는 듯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곪을때로 곪아 있다. 사람들은 그냥 자기 일이 아니니까, 모르는 척, 안볼 뿐이다. 지금 미국와서 공부하는 것은 어쩜 막차를 타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20년이 지나도 안변했던 건, 더이상의 성장 가능성이 없기 때문은 아닐까?
그럼 나의, D의 다음 목적지는 어디가 되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