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는 그저 그랬는데 이정은 배우님이 등장하면서 부터 몰입도가 좋았다.
만년 공시생인 여주가 취업 사기를 당하는데
마침 같은 현장에 있던 검사 남주가 이를 목격하고 얽히게 된다는 것이
무척 작위적으로 느껴져 1화에 꽂히지 않았던 것 같다.
여주는 이번에도 공시에 떨어졌고 우연히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었다가
고양이의 보은인지 저주인지,
낮에는 50대 아줌마가, 밤에는 현재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이 판타지 설정은 매우 전형적이고 뻔하게 느껴지지만
과거와 현재를 잘 엮어놓았고, 여주가 모습을 바꾸며 남주와 연결되는 지점들이
코믹하고 적절하게 그려져 극에 흥미를 더했다.
낮에는 50대 아줌마가 되는 여주는 아주 오래전 실종된 이모 행세를 하면서
구청의 시니어 인턴으로 일하게 되는데,
속은 20대라 엄청난 능력으로 단숨에 인정을 받아
마침 이 도시로 발령 받아온 남주의 사무원 보조로 일하게 된다.
남주는 오래 전 친모를 죽인 범인을 잡기 위해 이 도시로 자진해서 온 것인데
이 도시를 조사하다 용의자로 추정되는 범인을 쫓던 중
20대 여주가 용의자를 목격하면서 엮이게 된다.
극의 초반에는 남주와 20대/50대 여주가 각자의 사건으로 적절히 엮이는 스토리에 중점을 두었고,
중후반으로 흘러가면서는 서서히 빌런의 정체가 드러나며
여주와 남주 모두가 그 빌런과 연결되어 있음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둘 다 빌런에게 소중한 사람을 잃은 피해자인데,
그 빌런이 최근까지도 무척 가까운 곳에서 사람들을 죽이고 있는 것을 알게 되고
둘은 빌런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툰한다.
요즘 많이 보이는 복합장르물.
진짜 빌런이 밝혀지기 전에 페이크 빌런을 두어서 시청자와 심리싸움을 시도한 점도
조금은 뻔하지만 흥미롭게 풀었고, 누가 범인인지 밝혀가는 것도 괜찮은 흐름이었다.
다만 빌런이 왜 지금 시점에 다시 활개를 치는지
빌런의 명확한 사연은 보여주지 않아서 혼자 궁금해지던 장면들은 있었다.
빌런 자체가 큰 메시지를 던져주지는 않고
이야기를 흥미롭게 끌어가며, 남녀 주인공을 엮는 매개로 이용되는 점은 좀 아쉬웠다.
하지만 한편으론 그런 빌런에게 큰 서사를 설정해서
극 전체의 분위기를 바꾸는 것도 부담스러웠을 것 같다.
확실히 잘 되는 드라마들은 적당히 수위 조절을 할 줄 아는 것 같다.
보면서 <동백꽃 필무렵>이 떠오르기도 했다.
특히 이정은 배우님의 캐스팅은 신의 한수였던 듯.
이정은 배우님만 나오면 뭐든 재밌고 유쾌했다.
중간에 이정은 배우님이 아이돌 춤을 추는 무대가 있었는데
잠깐 등장하는 이 장면을 위해 몇시간 씩 춤을 배웠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걸 봐서 그런지 모든 장면이 다시 보인다.
이 한 장면을 위해 얼마나 노력을 많이 했을까.
글쓰기를 하다보면 쉬워 보이는 글이 제일 어렵고, 잘 쓴 거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뭐든 쉬워보이는 건 그 이면에 엄청난 노력이 숨어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 사람이 보이지 않는 수많은 땀을 흘렸기에 쉬워보이는 것 뿐.
이 드라마도 쉬워보이지만 그 안에 촘촘한 과거와 사건들이 숨어 있으니
결코 쉬운 플롯은 아니다.
게다가 여주인공이 2명이나 마찬가지라 그에 따른 감정선 구분,
사건 구별도 쉽지 않았을 텐데 물 흐르듯 잘 흘러가서 헷갈리는 부분도 없었다.
개그코드가 과하지 않고 좋아서 작가님을 찾아보니
예전에 흥미롭게 본 <굿캐스팅>을 집필하셨었네.
좀 과한 듯 하면서 명랑만화처럼 붕 뜬 분위기, 내가 좋아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