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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 Asador Patagonico

by 재거니

Asador는 스페인어의 굽다는 의미의 'asar'에서 파생된 고기 굽는 장치를 의미한다고 한다. 구워진 고기를 아사도라고도 한다. 'El Asador Patagonico'는 푸에르토 나탈레스의 아르마스 광장 바로 옆에 있는 22년 된 유명한 식당이다. 식당 안에 아사도가 잘 보이게 설치하여 밖에서도 잘 보인다. 꼬챙이에 끼워져 사지를 쩍 벌리고 있는 양의 몸뚱이가 조금은 징그럽다. 10년 전 파타고니아 배낭패키지 여행할 때 고기라면 환장(?)하던 친구와 둘이 왔었다.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장작 타는 냄새가 식당 안에서 진동을 한다. 그런데 손님들이나 종업원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이다. 나갈까 하다가 어제 무리(Base Torres Excursion)도 했으니 오늘 몸보신 좀 해야겠다고 며칠 전부터 점찍어 둔 식당이라 창가 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후각은 금세 무뎌지기 때문에 먼저 나온 맥주 몇 모금 마시고 나니 거의 모르겠다. 치매가 오기 시작하면 후각이 먼저 무뎌진다고 한다. 나이 들면 모든 것이 무뎌지지만...


양고기 아사도 모둠을 주문했다. 전체가 300gm이라는데 갈비뼈도 있으니 접시가 꽉 찬다. '다 먹을 수 있을까 걱정되네. '양고기 특유의 냄새가 난다. 고기 사이사이의 기름을 발라가며 간신히 접시를 비웠다. 이렇게 저녁에 고기를 듬뿍 먹으면 다음 날 아침에도 배가 안고프다. 양고기와 어울린다는 레드와인도 주문했다. 와인잔에 거의 듬뿍 따라서 가져다준다. '맘에 드네.' 듬뿍 따라주고 비싸게 받는 것과 메뉴판에는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을 써넣고 얄밉게 따라주는 것, 누가 잘하는 것일까? 가격을 묻지도 않고 주문하는 방랑객은 듬뿍 따라준 것을 인심이라고 생각한다. 착각일 수 있다.


양고기 반 근에 맥주 한잔, 포도주 두 잔 마시고, 식당문을 나섰는데 아직도 하늘이 훤하다. 배도 부르고 약물(알코올)에 취해 기분이 거나하게 좋다. 담배에 불을 붙이며, '이런 만족감 느낄 기회가 과연 얼마나 남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파타고니아에 없는 것이 있다. 우산이 없다. 파타고니아는 바람의 땅이다. 거의 항상 바람이 약하게 또는 강하게 분다. 비나 눈이 와도 하늘에서 똑바로 떨어지지 않는다. 항상 옆으로 날릴 수밖에 없다. 그러니 우산이 소용이 없다. 우산을 펴는 순간 뒤집어지면서 우산살이 전부 꺾일 것이다. 그래서 우산을 들고 다니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후드가 달린 비옷이 일상이다. 비바람과 눈보라를 이겨내려면...


다이소에서 산 3단 작은 우산이 있다. 걸리적거리기만 하는데 버릴까?

칼라파테 디저트
10년 전에도 AUSTRAL Calafate ale을 마셨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