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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로에섬(Isla Chiloe)

by 재거니

먹기 위해 사는 걸까? 살기 위해 먹는 걸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의 답 없는 문제가 아니다. 당연히 살기 위해 먹는다. 파타고니아를 방랑하며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은 '언제 어디서 무엇을 먹을 거냐?'다. 야간의 이동(특히 버스)은 절대 안 하겠다고 다짐했으니 보통 이동하는 날은 제대로 먹지 못한다. 숙소에서 주는 조식을 아주 든든하게 먹고 점심은 거의 건너뛴다. 낯선 곳에 도착하여 첫날 저녁은 음식점을 제대로 찾지 못한다. 구글맵으로 검색하고 음식점 리뷰를 탐색하고 걸어갈 만한 음식점을 선택하지만...


오늘은 푸에르토 몬트에서 칠로에섬으로 이동하는 날이다. 11:30 버스표를 인터넷( https://www.recorrido.cl/en )으로 예약했다. 외국인은 'PayPal'로만 결제가능하다. 한 시간 정도를 육로로 이동하고 페리선을 타고 20분 정도 건너서 섬에 도착한다. 그리고 두 시간 반을 다시 육로로 이동하여 칠로에섬의 제일 중심 Castro에 도착했다.


페리선에 버스가 오르자마자 버스에서 내렸다. 제일 먼저 배의 카페로 갔다. 샌드위치와 커피를 주문하려는데 영어가 안 통한다. 손가락으로 진열장의 샌드위치를 가리키는데 자꾸 뭐라고 묻는다. 아마도 선택하라는 것 같은데 'Carni'란 단어가 들린다. 카르니는 고기다. 다른 선택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이 상황을 빨리 벗어나려면 카르니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햄버거 패티와 치즈만 들은 버거였다. 갑판에 올라 우적우적 씹으면서 '이걸로 점심 해결했네' 했다.


칠로에섬은 칠레의 파타고니아 초입에 있는 큰 섬이다. 오래전부터 농사와 어업을 겸하던 원주민(벨리체)이 살던 섬인데, 스페인 정복 시절 중요한 요충지로 간주되어 일찍부터 스페인 사람들이 정주하며 피가 많이 섞인 곳이라고 한다. 원래 나무로 집과 배를 만들던 원주민들의 목공 기술과 스페인 사람들의 교회건축 소망이 결합하여 나무로 지은 독특한 교회가 많이 남아 있다고 한다. 12개의 교회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록되었단다. 칠로에섬 사람들을 '칠로체'라고 하는데 파타고니아에서 양목축이 시작되는 시기에 칠로체들이 많이 이주하여 노동력을 제공했다고 한다. 아무래도 파타고니아와 제일 가까웠으니...


Castro 중심의 버스터미널에 내렸다. 햇빛이 뜨겁게 내리쬐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반팔 차림이다. 숙소까지는 600미터라 캐리어를 끌고 걸었다. 시내는 활기찬 사람들로 붐빈다. 좁은 도로들에 자동차들이 넘쳐나 교통체증을 일으키고 있다. 대부분의 집들이 오래되었고 재료가 나무다. 이 동네 불나면 한 번에 몽땅 타겠다는 생각이 든다. 허름한 식당들이 많다. 때 묻지 않은 분위기에 마음이 안정된다. 다 좋은데 시골이라 내 트래블로그 카드로 결제가 안되면 어떡하지? 4박을 예약했는데 '현금이 충분할까'하는 걱정이 앞선다.


칠레에서 외국인은 숙박비에 붙는 부가세 19%를 내지 않을 수 있다. 그렇지만 까다로운 조건이 붙는다. 여권과 입국심사 시 받는 DNI 쪽지를 숙소 주인이 복사하여 세무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그리고 미국달러로 현금 계산하거나 신용카드로 결제해야 한다. 칠레 페소로 결제하려면 세금을 내야 한다. 숙소의 단말기가 달러 결제가 안된단다. 갖고 있는 단말기는 페소만 된단다. 결국 달러를 주고 거스름돈은 페소를 받았다. '점점 걱정되네.'




어젯밤에 'Navimag'을 검색했다. 다행히 홈페이지를 영어로도 제공한다. 푸에르토 몬트와 푸에르토 나탈레스를 'Esperanza'란 페리선을 운영하는 회사다. 배에서 3박 하며 칠레 파타고니아의 절경(피요르드 해안과 섬, 바다로 떨어지는 빙하와 폭포, 펭귄과 돌고래를 비롯한 야생동물들)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배에서 먹고 자면서. 너무 근사할 것 같다. 방랑에 최적화된 것 아닌가? 크루즈여행이 생각나네. 그런데 삼시 세 끼는 무엇을 줄까 좀 걱정된다. 숙박에 계급이 있다. 'Suite'가 있고, 'AA'가 있고, 'A'가 있고, 'C'가 있다. 룸을 공유하는 것은 C만이 가능하다. 미국달러로 540불이다. 3박을 먹여주고, 재워주고, 파타고니아 해안을 구경시켜 주는데 괜찮은 가격이라 생각했다. 단점이라면 3박 동안 와이파이는 물론 전화도 먹통이란다. 책 두 권 있으니 버틸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하마터면 클릭할 뻔했다.


홈페이지 설명에 뱃멀미에 대한 내용이 전혀 없어 개떡같이 물어도 찰떡같이 답한다는 AI에게 물었다. 뱃멀미가 심할 수 있단다. 섬 사이로 주로 다니지만, 하루는 태평양 바닷길을 간단다. 그때 파도가 높을 수 있단다. 뱃멀미가 심했다는 사람들의 리뷰가 있단다. 뱃멀미가 얼마나 끔찍한 줄 난 안다. 고산증상은 은근하게 계속 머리가 아프지만, 심한 뱃멀미는 휴지통 부여 안고 모든 것을 토한다. 다 토하고 나도 울렁거리고 어지러워 꼼짝 못 한 경험(중국 웨이하이에서 인천)이 있었다. 그 이후 절대 배는 타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는데, 벌써 25년 전 일이라 깜빡했다.


AI 가 큰 일 했네!!!

연어 세비체가 그래도 먹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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