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retera Austral
Balmaceda 공항에 비행기가 내려앉는 중이다. 주변 안데스의 풍경이 예사롭지 않다. 창문에 얼굴을 박고 눈을 떼지 못한다. Airbus321 이 아주 부드럽게 터치다운 한다. 에콰도르의 키토에서 페루 리마, 리마에서 칠레 산티아고, 산티아고에서 푼타 아레나스, 푸에르토 나탈레스에서 푸에르토 몬트, 그리고 푸에르토 몬트에서 지금 발마세다까지 전부 A320 계열이었다. 그저께 뉴스가 발표되었다. 전 세계 A320계열 비행기에 문제가 있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하기 전에는 절대 운항하지 말라는. 만대가 넘는 A320계열 중에 7,000여 대가 포함이란다. 혹시 내가 타고 갈 비행기 스케줄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닐까? 숙소 예약도 이미 했는데...
유럽항공사들이 여러 편의 A320계열의 운항을 취소하고, 콜롬비아의 아비앙카 항공사는 일주일 후까지의 예약도 받지 않는다던데, 라탐항공의 내 비행기는 예정대로 발마세다 공항에 나를 내려줬다. 두 개의 탑승교가 있는 공항청사 옆에는 탑승교 네 개를 갖는 새로운 청사가 거의 완성단계다. 발마세다 공항은 칠레 아이센주의 주도 코이아이케(Coyhaique)와 56km나 떨어져 있다. 청사 앞에는 여러 대의 하얀 미니버스들이 줄지어 대기 중이다. 코이아이케의 호텔까지 데려다준다. 그 대신 요금이 9,000페소다. 칠레의 물가가 결코 싸지 않은데 여기는 더 사악한 듯...
코이아이케 및 발마세다 공항을 알지 못했다. 칠레의 파타고니아 영상들을 보다 보면 호숫가의 대리석 동굴(Marble cave)을 카약을 타고 들어가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에메랄드 빛 호수와 신기하게 깎인 대리석 동굴이 내 시선을 붙잡았다. 그때부터 대리석 동굴에 대해 찾아보기 시작했다.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대리석동굴과 가장 가까운 마을은 Puerto Rio Tranquilo다. 그렇지만 마을이 너무 작아 접근이 용이하지 않다. 가장 가까운 공항인 발마세다 비행 편을 예매하고, 공항과 가장 가까운 도시 코이아이케의 숙소를 예약했다. 코이아이케를 가면 방법이 생길 테니깐...
발마세다 공항에서 코이아이케로 벤츠의 스프린터가 신나게 달린다. 주변 안데스 산세가 예사롭지 않다. 어릴 때부터 안데스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원주민 소년이 나오는 디즈니 만화였던 것 같다. 그때부터 아콩카구와가 안데스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란 것을 알고 있었다. 코이아이케를 향해 달려가는 내내 'Carretera Austral'이란 표시가 여기저기 보인다. 무슨 의미일까 궁금하네.
카레테라 오스트랄(Carretera Austral)은 칠레 남부의 유명한 경치 좋은 고속도로로, 약 1,240km 길이입니다. 로스 라고스 지방의 푸에르토 몬트에서 아이센 지방의 외딴 마을 빌라 오이긴스까지 이어집니다. 이 도로는 울창한 상록수림, 맑은 강, 청록색 호수, 빙하를 지나며 칠레 파타고니아의 가장 아름답고 보존된 자연경관을 선보입니다. 주요 구간은 둘로 나뉩니다. 북부 구간은 푸에르토 몬트에서 코이아이케까지, 남부 구간은 코이아이케에서 빌라 오이긴스까지입니다. 197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에 걸쳐 영토 연결과 주권 강화를 위해 단계적으로 건설되었습니다. 구불구불하고 좁은 지형이 도전적이지만 일반 차량으로도 접근 가능하며, 오늘날 칠레 파타고니아의 야생적이고 험준한 풍경을 탐험하는 상징적인 루트입니다.(Perplexity)
내가 카레테라 오스트랄의 제일 가운데로 날아온 것이다. 카레테라 오스트랄 주변에는 변변한 도시가 없단다. 그나마 코이아이케가 인구 5만의 제일 큰 도시란다. 일단 숙소 체크인을 하고 버스터미널을 찾아 나섰다. 2박 이후에 대리석 동굴 투어가 시작되는 푸에르토 리오 트란퀼로 이동을 위해서. 일요일 늦은 오후, 버스터미널 건물은 크고 근사한데 사람이 없다. 다섯 군데 정도의 버스회사 사무실은 있는데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내가 잘못 찾아왔나? 코이아이케 버스터미널만 오면 다양한 버스루트들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는데...'
Coyhaique에서 Cochrane까지 운행하는 버스회사가 있다. 사무실 유리창의 정보를 갖고 검색하니 코이아이케에서 아침 8시 출발하는 한 편의 버스밖에 없다. 이렇게 아침 일찍 서두르는 것은 싫지만 어쩔 수가 없다. 렌터카를 하지 않는 이상 이 버스를 타야 한다. 214km 떨어진 푸에르토 리오 트란퀼로까지 4시간 반이 걸린단다. 좀 이상하다. 150km가 비포장도로란다. '아침부터 부지런 떨어야 하고, 비포장도로를 3시간 이상 달려야 한다니 고생 좀 하겠는걸... 대리석 동굴이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 걱정되네...'
https://maps.app.goo.gl/bTD22yWtCMFv9Haf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