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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자본과 한국 농업발전


* 신뢰 자본을 쌓는 신기술의 역할(feat. 프랜시스 후쿠야마)


유명한 정치경제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신뢰자본"이 선진국과 후진국을 가르는 결정적 차이라고 봤다.

558220028_10162948069327777_9175958023615217597_n.jpg 출처 : 유튜브 메타산책 https://www.youtube.com/watch?v=rUA5RekNuR4


그는 "신뢰자본"이란 신뢰를 바탕으로 사회 구성원들이 협력하고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능력을 의미하며, 이는 사회 전체의 경쟁력이자 경제적 번영의 핵심 요소라고 보았다. 그는 이러한 사회적 신뢰 수준에 따라 '고신뢰 사회'와 '저신뢰 사회'로 나누고, 신뢰가 풍부한 고신뢰 사회일수록 강대국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신뢰 구축이 국가 발전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1. 최근 농업유통에 대한 정부의 입장과 여러 주장들을 보면서.


결국 한국 농업이 저성장 저개발도상국 모델에 머물러 있는 이유는 "신뢰자본"이 부족하기 때문. 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생산자는 내가 열심히 생산한 농산물을 싸게 사서 비싸게 소비지에 파는 유통업자가 그렇게 밉게 보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모든 생산자가 다 그렇지는 않을거라 생각한다. 유통업자에게 고마움을 갖고 있는 생산자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데..

문제는 담론에 참여하고 주도하는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갖고 있으니까 문제가 증폭된다.

유통,가공업자 역시 마찬가지.

국내 농부들, 생산자들에 대해 한마디 해달라고 하면, 못믿을 존재, 욕심꾸러기집단, 품질은 개떡같이 해놓고.. 가격은 비싸게 달라고..한다는 등.

나쁜 얘기를 한가득 풀어놓은게 이미 오래전부터다.


서로 이러니, 농업시스템이 잘 돌아갈리 있겠어?


여기에 최근 정부와 장관이 앞장서서 유통수취분이 너무 많다며 갈라치기를 하고 물가상승의 원인이 유통업자의 담합이라는 소리까지 하고 있으니 신뢰자본은 더더 바닥을 치고 있을게 뻔하다.


2. 신뢰에 기반한 시스템이 구축되고, 서로 일하는 만큼 충분히 가져간다고 생각해야 그 산업이 잘 돌아갈건 자명한 일이다.


내가 쌀산업으로 무언가 잘 하려면 산업에 신뢰자본을 만들어놓는 것이 최우선 목표다.

생산자는 고작 밥한공기에 300원 쓰는게 아깝냐고 거듭 얘기를 한다.

근데, 소비자 입장에선 식당 공기밥 하나가 수십년 1천원이다가 1500원으로 올라가도 부담스러운데. 자꾸 쌀값을 올리자는게 영 불편하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해결책은.

현재의 수익구조와 유통으로는 한계가 명백해서 생산자와 소비자간 생각의 간극을 줄이기 어렵기때문에..(서로 손해보고 있다고 생각)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고 시스템을 덮어씌워서 쌀 1kg로 만들수 있는 부가가치를 지금의 4배 이상으로 키우자는게 기본생각이다.


쌀이 밥으로 소비되는 양은 많지만. 부가가치는 형편없이 낮다.

부가가치를 올리려면 용도를 다양화해서 쓸 곳을 많이 만들어야한다.

소비가 늘어나고, 새로운 가공기술을 더해 시장을 대폭 확대한다.

핵심은 쌀을 그냥 모양을 유지한 밥이 아니라.

단백질과 전분, 대체당류, 부산물이용까지 다양한 소재로 만드는 기술을 적용하는 거다.

목표는 신뢰자본을 구축하는 것.

가격은 유지하되 생산자에게 충분한 이익이 돌아가도록 한다.

동시에 새로운 기술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면 참여자에게 경제적 이익으로 되돌아 오도록 만든다.


3. 지금 한국 농업의 현실을 보면 무질서하기 짝이 없다.


한마디로 A가 B에게서 약탈해와야 이익을 챙길 수 있는 약탈경제다.

서로가 서로에게 피해를 보고 약탈을 당한다 생각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내 재산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절대 빼앗길수 없다. 이런 식으로 생각한다. 시스템을 지키는 것보다 이기적으로 행동해야 내 이익을 챙길 수 있다는 인식이 전반적으로 깔려 있는 상황이다.


시스템보다는 내 이익이 훨씬 더 먼저다.


그러나, 그게 모두들 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보니 결국 누가 일방적으로 뺏고 빼앗기는 구조가 아니라 서로 각자의 것이 빼앗는 구조로서 일방적 승자는 없는 채. 서로 조그만 재화를 두고 치고받고 싸우는 완전 무질서한 약육강식의 시스템으로 돌아갈 수 밖엔 없다.



4. 우리가 아는 농업 선진국의 발전은..

농산업의 신뢰자본을 어떻게 쌓아서 성공했느냐..의 결과물로 나타난다.


항상 모범사례로 꼽는 네덜란드도..

사회적 합의에 의해 농지연금과 고령농의 은퇴, 점진적인 농지의 대규모화, 자본의 축적, 농산업의 발전..

이런 일련의 신뢰자본 축적 과정을 거치면서 발전했다고 한다.

국내에도 이걸 보면서 농지연금, 고령농 은퇴, 농지규모의 확대.. 이걸 사회적 합의에 의해 진행하자고 주장하는 분들이 좀 있다.


난 그분들의 주장처럼 밑도끝도 없이 사회적 합의 추진해봐야 절대 변하지 않는다라고 생각하고 있다.

사회적 합의를 하려면 자본의 축적이 선행되어야하고.

그렇게 자본이 쌓이고 나에게도 이익이 오는 구나.. 라고 인식하게 될때.

그때 비로소 합의가 이뤄지기 시작하고 시스템을 따르기 시작한다.

한때 품목별 생산자 조직에 대해 좋게 생각하고 지지한적이 있었는데.

그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돌아가는게 없다보니 아직도 그냥 말뿐인 구호에 그치고 있다.

난 현재 방식에 대해 부정적이다. 단합해서 어떤 조직의 힘을 보여주는게 먼저가 아니라..

유통을 개혁하고 이윤을 늘려줄 혁명적 신기술이 개발되고 늘어난 이윤을 조합원들이 공평하게 나눠갖는 방향으로 가야 성공가능성이 그나마 있다고 생각한다.


5. 사회 전반의 발전에 따라 농업분야에서도 새로운 물결이 도입되고 있다. 핀테크 등 유통과 금융기술이 결합한 모델이 농업유통에도 적용되려하고 있고.. 스마트팜과 로봇 등 다양한 자동화, LoT, AI 등이 결합된 새로운 농업기술이 접목되어 생산쪽에도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다만, 제일 아쉬운 부분은.

부가가치를 제일 크게 만들어줄 수 있는 농산물 가공기술부분의 혁신이 한국에서는 지지부진하다는 점이다.

언젠가부터 국내 농산물가공기술은 국내 농산물과는 완전히 다른 시스템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한때 기능성 식품이 차세대 식품가공기술이라며 주목받고, 열심히 R&D투자가 진행되었던적이 있는데...

유감스럽지만 95% 이상이 해외 수입농산물을 기반으로 생산되고 있다.

식품 혹은 바이오분야 R&D과제 심사를 하다보면, 항상 국산 농산물 기반으로 뭘 만들겠다고 하는 사업기획이 올라오는데, 결론을 보면 항상 국내에 생산기반이 없어서 결국은 중국산 수입품으로 대신해야하는 경우가 대다수가 된다.

일반 식품가공기술 쪽은 더하다.

여태껏 쌀가루 규격을 제대로 맞게 정하지 못해 우왕좌왕인데..

정해진게 있긴하지만, 그게 원래 산업진흥을 위해 만든 규격임을 생각해봤을때.. 실제 쌀가공업체는 정해놓은 규격 상관없이 자기들 나름대로 만들어 유통시키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단백질만해도.. 다른 나라. 심지어 중국과 인도 마저도 식용단백질 만들어 수출하는데, 한국은 자체적으로 개발한 기술을 사용해서 유통하고 있는 제품 자체가 없다. 가격을 떠나 시중유통가능하게끔 규격에 맞는 단백질 소재를 만들 수 있는 회사가 없다.


몇년전부터 국산 단백질을 만들겠다면서 R&D과제 따간 회사가 수두룩한데 여태껏 이정도라니 원천기술이 없는게 분명하다. 순전히 과제용 기술로 만들어서 보고서 내고 특허 내면 끝난 거다.

(예외. 단백질은 이번달 우리회사가 출시할테니 이젠 대한민국도 단백질 생산국가가 된다.)


네덜란드도 그냥 농지정리해서 농업선진국이 된게 아니다.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원래 네덜란드는 농산물가공기술이 글로벌 선두권을 달리고 있던 나라다. 카카오빈을 가공해서 초콜릿 원료를 만드는 기술은 독보적이며, 그외 각종 유가공품들과 유가공소재들, 단백질과 전분등 기초 식품소재들에 대한 원천기술을 많이 가지고 있다.

이러한 기술자산은 와게닝겐 대학을 중심으로하여 푸드밸리 입주기업들이 협업하는 시스템으로 지속적으로 계속 만들어낸다.

이런 상황이니까 농산업에 계속 고부가가치가 되는 기술을 공급해주어 농업과 전후방산업을 가치있고 돈벌어주는, 규모있는 산업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한국에서의 푸드테크란 이부분에서 반드시 해결해야할 사회적, 역사적 소명이 있다.

그냥 동물성 고기보다는 식물성 고기가 좋잖아.. 외국엔 비건식품이 뜬다더라. 이런 식으로 단순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반드시 국산 농산물을 활용해서 보다 가치있는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핵심기술 개발과 사업화가 필요하다.


6. 요약하면, 한국의 농업발전을 위해서라면, 신뢰자본 구축을 목표로 삼고. 직접적 시장확대와 부가가치를 향상시켜 줄 수 있는 가공기술개발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자본이 구축되고, 거기에서 나오는 이익이 각 참여집단에 공정하게 분배되기 시작하면, 우리나라도 농업선진국으로 가는 첫발을 뗄 수 있게 될 것이다.

사람은 이기적 동물이라 어쩔 수 없다.

내 입에 뭔가 더 들어가야 그쪽으로 마음이 더 돌아서게 되어있으며..

아무것도 안주고, 혹은 시스템구축없이 1회성으로 찔끔 줘봐야 사람의 마음을 바꿀수도 없고 신뢰는 당연히 쌓을 수가 없다.


내가 돈을 더 많이 벌고, 더 크게 회사를 키워야하는 이유가 이거다.

쌀산업에서 먼저 세상을 바꿔버릴 걸 만들어버릴 거고.

다음엔 그걸 모델로 전체 농업을 바꿀 수 있는 신기술과 새 시스템을 만들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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