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의 끝자락에서
2024년은 나의 세상이 넓어진 해로 기억될 것 같다.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들, 기회들, 사람들을 마주하게 되면서 내가 인지하는 세상이 한순간에 확장되었다. 세상의 진실은 결국'관계‘에 있었고, 객체 간의 상호작용이 모든 것을 구성하고 있었다. 관계가 없으면 각각의 점들이 서로를 지나칠 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각자가 고유한 파동을 일으키면 신기하리만치 서로를 끌어당겨 어느 순간 마주치게 된다.
올해 새롭게 알게 된 수많은 사람들도 각자의 주기를 가진 체 세상을 떠돌다 어느 순간 비슷한 중심을 향해 기울어졌을 때 비로소 서로를 끌어당기고 있었음을 나는 눈앞에 닥치고서야, 혹은 이미 부딪히고 난 뒤에나 깨달았다.
초등학교 때 보았던 다큐멘터리인 ’The Secret‘에는 'The Law of attraction’이라는 개념이 있다. 한 개인이 어떠한 생각, 목표를 일상 속에서 끊임 없이, 집요하리만치 되뇌면 온 우주가 그를 중심으로 당겨진다는 것인데, 어렸을 때는 약간의 픽션이라 생각했지만 지금은 내 피부로 그것이 사실임을 느낀다.
생각을 집중하면 그 기운이 나라는 육체를 통해 발산되고, 내 주변에는 그것을 느낀 사람들이 모이기 마련이다. 내가 느끼지 못하더라도 그 에너지는 세상의 것들을 끌어오고 있다. 올해 나에게 주어졌던 여러 가지의 기회와 경험들이 지금까지 내가 걸어온 길이 아니었다면 나의 것이 아니었을 수 있는 것처럼, 지난 30년간 살아오면서 다듬어간 나의 생각과 에너지가 지금의 내가 살아가고 있는 환경을 나에게 끌어다 준 것이었다.
그러나 반대로 말한다면 지금 내가 가졌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모두 이 세상이 나에게 붙여준 것일 뿐 내가 소유하거나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관계'가 주는 끈끈함은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것이 아닌, 기의 공명을 통해 연결되어 있는 것이기에 어느 하나의 주파수가 바뀌면 손가락을 튕기듯이 단숨에 서로를 밀어낼 수도 있는 것이다. 감사하게도 올해 나에게 주어진 모든 것들이 나를 행복하고, 달려갈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있지만, 그들도 결국 각자의 여행을 떠나는 중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들과 행선지가 같아 평생을 함께 여행할지, 잠깐동안의 교차로에서 마주친 인연이었을지는 액셀을 밟고 나아가보아야 알 수 있는 것이겠지만 무엇이든 어떠하랴, 잠시 헤어지더라도 또 다른 여행에서 마주쳐 반갑게 인사할 수 있다면 우리는 서로의 세상을 공유하는 정찰대가 되어 깜깜하기만 했던 우주를 밝혀줄 것이다.
감사하자, 나와 생각을 나누어준 모든 사람과 상황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