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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훈 Jan 09. 2019

솔직하게 야망이 담긴 글

어떠한 인생을 살고 싶은가

저는 솔직한 사람입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런 글은 브런치에서 안 읽힌다는 것도 알고 있. 브런치는 감성에 공감하나 아니면 유용하게 공유될만한 글이 잘 팔립니다. 하지만 저는 잘팔리는 글이 아닌 진짜 의미 있는 글을 쓰고 싶어요. 


그럼 무슨 글이 의미있는 글일까요? 저는 솔직한 글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책장에 빌게이츠가 쓴 '생각의 속도'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은 제가 2페이지 보다 넘긴 유일한 책입니다. 왜 이 책을 안 봤을까요? 저 마음 속엔 마이크로소프트가 짱짱하게 잘나가던 시절의 빌게이츠 목소리는 너무 옛날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죠. 


반면 빌게이츠가 한창 사춘기를 보내며 다크 에너지에 빠져있을 때 쓴 글이 있다면 어떨까요? 저는 그 글을 여러번 볼 겁니다. 빌게이츠가 아무리 돈이 많아도 그의 다크한 어린시절 글을 지우는건 불가능할겁니다. 조회수는 엄청날테고, 그가 죽은 후에도 살아남아 전세계 최대 부호의 흑역사로 기록되겠죠. 


솔직한 글은 질기게도 생명력이 강합니다. 모든 사람들을 보게 만들 수 있는 힘이 있어요. 어떤 분들은 이렇게 말하겠죠. "그건 유명인이니까 그렇지 딴사람들한텐 그냥 방구석 흑역사야."


아닙니다. 방구석 흑역사라도 그건 당신을 담고 있는 기록입니다. 솔직하면 솔직할 수록 당신이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했는지 무엇보다 잘 알려주는 글이 될 겁니다. 


조회수는 글의 가치가 아닙니다. 별 의미없는 연예인 가쉽은 조회수는 어마어마하지만 아무 쓸모없는 글들이죠. 그럼 정보가 많아야 가치있는 글일까요? 우리가 쓴 모든 정보는 사라지고, 희석되고, 다른 정보글로 대체됩니다. "애플 힙을 만드는 10가지 팁" 같은건 조회수가 몇 만은 쉽게 찍지만, 비슷한 짝퉁들이 곧 그자리를 대체할 것이고, 꿀팁이라고 여겼던건 아무도 관심없는 디지털 쓰레기가 될 거에요.


반면 난중일기를 생각해볼께요. 이순신이 쓴 일기가 아직까지 읽히고 있는걸 보세요. 이순신 장군님이 '전쟁하는 꿀팁 100가지', '왜구를 쉽게 죽이는 방법' 을 적었다면 그것도 많이 보겠지만(엄청 재밌겠는데), 우리는 난중일기에서 영웅의 모습과 함께 힘겨워하는 한 명의 인간인 이순신을 마주하게 되죠. 그러면서 우리는 삶이 무엇인지 알게되고, 그가 진정한 영웅이었다는걸 기억하게 되요.


우리가 일기를 쓰는건 생각의 단면을 기록하기 때문이죠. 글은 사라지지 않고, 그 순간의 당신을 담은 그릇이 되어 순간의 당신을 그대로 담아요. 글은 당신이 나이가 들수록 보석처럼 가치있어져요. 당신이 어떤 생각과 선택을 하면서 인생을 살아왔는지 선명하게 알려주죠. 삶의 흔적과 고민, 무엇을 두려워했는지, 무엇을 꿈꾸고 바랬는지 담을 수 있는건 글이 유일해요.


특별히 저는 스타트업을 하는 사람으로써 솔직한 글을 통한 꿈을 가지고 있어요. 이 꿈은 제가 쓴 글들 속에 제품을 만드는 모든 과정들과 더불어 실패와 고민, 힘들고 기쁜 모든 과정을 적는거에요. 저는 제 모습을 정갈하게 담아서 "짜잔 저는 대단한 사람입니다. 폼나죠?" 라고 떠드는 짓은 하고 싶지 않아요. 이런 글은 아무짝에도 쓸모없어요. 


제가 브런치에 쓴 글은 아직까지 120개가 넘어요. 하지만 지금은 80개 정도에요. 그럼 40개는 어디로 갔을까요? "짜잔 저는 대단하고, 대단한 일을 했어요!" 라고 쓴 글이라서 다 삭제했어요. 저는 글을 삭제하며 깨달았죠. 허레허식으로 가득찬 글의 종착역은 휴지통이라는 진리를요.


힘들고, 고통스러웠고, 외로웠던 순간을 담은 글은 달라요.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들에게 알리지 않아요. 하지만 진정한 고통을 담은 글이야 말로 따라오는 이들에겐 힘이 될 수 있어요. 


저처럼 프로그래밍을 독학으로 공부했어요. 창업을 하고, 5년 가까이 사귄 여자친구에게 차였죠. 돈이 없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제품을 만들었어요. 거기에 어린 나이에 머리숱이 빠지기 시작하는 사람이죠. 그러나 이런 기록이 저와 같은 길을 따라오는 이들에게는 정말 힘이 되는 글일거에요. 


저는 성공 원칙이나 떠드는 CEO들에겐 지쳤어요. 그 분들은 맘먹고 자랑하기 시작하면 무한정 할 수 있는 분들이에요. 한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인생에 대해 얼마나 할 말이 많겠어요.


하지만 저는 그런 성공담은 더이상 들을 수 없어요. 이제 더이상 성공담을 들을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죠. 저는 성공한 사람들이 평범했던 시절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요. 그들이 어리고, 가진 것 없었을 때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물론 이 글은 지금 시점에선 영양가 없는 수돗같은 글이란걸 알아요. 저라는 사람은 당신에게 의미가 없다는걸 알아요. 이 글은 유익한 무언가도 담겨있지 않은 제 주장만 담은 글이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 글은 제가 적은 다른 '쓸모있는 글'들보다 훨씬 중요한 글이 될거에요. 그리고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휙 보고 지나갈 글이 아닌 진짜 글다운 글이 될거에요.


이 글은 저와 연결된 사람들에 특별한 의미를 줄 거에요. 제가 자식을 갖게 된다면 자식들은 부모의 젊은 시절 한장면을 보게되겠죠. 또한 제가 죽게 된다면 이 글은 전에 없던 새로운 의미를 담게 되요. 이 글에 여러 댓글이 달리겠죠. "당신 말대로 이 글이야 말로 의미 있는 글이네요. 당신이 쓴 다른 글들은 이제 아무도 안쓰는 기술에 관한거라 쓸모가 없거든요."


저는 솔직한 글이 좋아요. 공유도 좋아요도 못받는 그냥 솔직한 글이 좋아요. 그런 글을 쓰는 사람을 좋아하고, 그 글이 가장 위대한 글이란걸 알아요. 저는 글을 통해 먼 훗날 이 순간을 기억할 수 있어서 좋아요. 만약 제 솔직함이 누군가에게 힘이 된다면 그것도 좋아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글을 많이 써봤는데, 그게 꼭 제 삶을 행복하게 만들지는 않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제가 쓰고 싶은대로 쓰기로 했어요. 이제 진짜 아시겠죠? 이 글이야 말로 제 솔직한 야망을 담은 글이란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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