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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은 실패_실패는 횟수가 아니라 방법이다

책읽는 즐거움 3. 에이미 에드먼슨 : 실패, 심리적 안전감, 조직문화

by 남서진


옳은 실패: 성장과 혁신을 위한 새로운 관점

우리는 흔히 실패를 두려워하고 회피하려 한다. 마치 실패는 성공의 반대편에 있는 무언가처럼. 과연 실패는 항상 나쁜 것일까? 실패라고 다 같은 실패일까?, 실패도 여러가지 실패가 있는 것일까?, 도움되는 실패는 어떤 것일까? 실패를 어떻게 구분해 볼 수 있을까?


실패의 새로운 정의: 세 가지 유형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에이미 에드먼슨 교수는 그의 최신 저서 '옳은 실패(Right Kind of Wrong)'에서 실패를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1) 기본적 실패 : 예방 가능한 실패(preventable failures), 피할 수 있었던 실수들

2) 복잡한 실패 : 복잡성으로 인한 실패(complexity-related failures), 복잡한 시스템 속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실패

3) 교훈적 실패 : 지능적 실패(intelligent failures), 혁신과 발전을 위해 의도적으로 시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패


시스템 사고와 실패의 연결고리

에드먼슨 교수는 실패를 개인의 실수나 능력 부족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전체 시스템의 맥락에서 바라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그녀의 이전 저서 '두려움 없는 조직'에서 다룬 심리적 안전성의 개념과 연결되는 부분이기도하다.


시스템 사고는 개별적인 사건이나 문제를 개인의 잘못으로만 돌리지 않고, 조직 전체의 시스템적인 문제와의 연결성을 파악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패를 개인의 실수로 치부하기보다는, 시스템 내의 문제점을 찾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실패는 단순히 고립된 사건이 아니라, 조직 내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는 결과다. 실패의 원인을 파악하고 이를 연결해보면, 조직의 시스템적인 문제점을 더욱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심리적 안전성은 조직 구성원들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의미한다. 심리적 안전성이 높은 조직에서는 구성원들이 실패를 개인적인 문제로 받아들이기보다는,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게 될 수 있다. 따라서 심리적 안전성이 높은 조직에서는 구성원들이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이를 통해 배우려는 태도를 가지게 되고, 이는 실패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기보다는, 시스템적인 문제점을 찾아 개선하려는 시스템 사고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더하여 심리적 안전성이 높은 조직에서는 구성원들이 다양한 관점을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어서, 이를 통해 실패의 원인을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실패의 연결고리를 찾아내고, 실패를 두려와하기 보다 새로운 시도를 장려하고 성장하는 문화가 조성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요약하자면 심리적으로 안전한 환경에서는 실패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적 관점에서 이해하고 개선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실패는 단순히 개인의 실수가 아닌, 조직의 학습과 혁신을 위한 중요한 피드백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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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은 실패'를 위한 리더십 실천

리더의 역할은 어떤 실패가 '옳은 실패'인지 구분하고, 이를 조직의 성장 동력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에드먼슨 교수는 '두려움 없는 조직'에서 제시했던 심리적 안전성의 개념을 한 단계 발전시켜, 실패를 통한 학습을 촉진하는 구체적인 리더십 방안을 제시한다. 특히 책의 8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실천 방안을 제시한다:


[ 실패 회피 ]

증상: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고, 안전한 선택만을 하는 조직.

해결책: '작은 실험' 문화 조성, 실패 비용이 적은 파일럿 프로젝트 장려, 안전지대 벗어나 탐색을 장려하는 리더십 교육

[ 실패 부인]

증상: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문제를 회피하려는 태도.

해결책: 실패 사례 공유 세션 정례화, 리더가 먼저 자신의 실패 경험 공유, 실패를 통해 배우는 과정을 가시화

[ 실패 반복 ]

증상: 과거의 실패에서 배우지 못하고, 유사한 실수를 반복하는 경우.

해결책: 실패 학습 데이터베이스 구축, After Action Review 제도화, 실패 분석 시스템 구축, 실패 원인 규명을 위한 root cause analysis 실시


[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할 증상과 해결 묶음 ]

증상 1 : 실패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경우

해결책 1 : 시스템적인 문제를 파악하고 개선하기 위한 노력,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공동 책임을 강조

증상 2 : 실패에 대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지 않는 경우

해결책 2 : 실패 분석 시스템 구축,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고 개선 방안을 모색

증상 3 : 실패를 통해 얻은 교훈을 적용하지 못하는 경우

해결책 3 : 실패 학습 프로그램 운영, 실제 업무에 실패 경험을 적용하는 연습


혁신을 위한 새로운 시각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은 실패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데 있다. 실패는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혁신과 성장을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라는 것이다.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실패 없는 혁신은 불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것을 통해 배우며,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인문사회심리학 분야의 책들은 때로 너무 학술적이거나, 반대로 너무 일반적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옳은 실패'는 탄탄한 학문적 기반 위에서 실용적인 통찰을 제공한다. 단순히 실패에 대한 이론을 제시하는 것을 넘어, 우리가 실패를 통해 어떻게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는지, 사소한 실수는 어떻게 잘 다룰 수 있는 지등 구체적인 실행 방법도 제시하고 있어 비즈니스 현장의 실무자들에게도 유익하리라 생각된다.

지금 실패가 없다는 것은 어떤 도전도 없다는 것일 수도 있음을 성찰해 보자. 목적이 실패가 아니라 현상이 실패처럼 보일 수 있다. 실패라는 이름표에 초점 맞추는 것이 아니라 목적과 도전에 포커스하자. 생각과 다른 결과를 꼭 실패라 이름할 필요가 있을까, 수많은 혁신 아이템들도 거기서 출발했다고 하니 고도의 불확실성의 시기를 그렇게 걸어나가 보면 어떨까.


※ 이 책의 옥에 티는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을 '심리적 안정감으로 번역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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