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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밍아빠 Oct 19. 2016

우리가 일하는 목적

직원들과의 따뜻한 이야기

며칠간 직원들과 함께 다니며 일을 했다.

덕분에 차 타고 가며 대화할 시간이 많았다. 1:1로 대화할 때는 주로 업무 이야기가 아닌 개인적인 이야기를 주고받는 편이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무난하고, 공감을 형성하기 좋다. 2년 정도 함께 일하며 대화를 하다 보니 직원들의 자녀들에 대해 잘 알게 되었다.


유정이는 두드러기는 좀 괜찮아요?

나정이는 학원 잘 다녀요?

수인이 축구 열심히 하나요?

자영이 친구들이랑 잘 어울려요?

규영이는 우유 500리터씩 마셔요?

민관이는 게임 많이 해요?


대화 중에 알게 된 자녀들의 생일, 졸업식 등 이벤트 날에는 기프티콘을 보낸다. 주로 케이크나 치킨이다.


"삼촌이 OO 많이 많이 축하한다고 전해주세요^^"


아이들 엄마를 찾아서 일터로 올 때가 많다. 그럴 때는 간식을 사서 손에 쥐어주면서 꼭 엄마에 대한 칭찬을 해준다.


"엄마가 일을 엄청 잘하거든, 그래서 삼촌이 맨날 엄마한테 고마워해."


직원들이 가족 앞에서 뿌듯하고 당당했으면 좋겠다.




직원들에게 자주 하는 이야기가 있다.

다들 힘듭니다. 우리가 나와서 일하는 목적이 뭡니까? 우리 애들 맛있는 거 사주고, 좋은 옷 입히고, 학원도 보내고 잘 키우려고 일하잖아요. 그런데 일보다는 가족이 우선입니다. 자녀가 아프거나, 학교에 문제가 생기면 조퇴나 연차 쓰고 바로 달려가세요. 그 시간에 눈치 보고 일하고 있어도 일 안됩니다. 저도 딸 가진 아빠라서 잘 압니다. 대신에 일하는 시간에는 치열하게 잘하셔야 합니다. 가족들 얼굴 떠올리시면서 빡세게 하는 겁니다.  


불과 올해 초까지만 해도 모든 지표에서 전국 최하위였던 우리 사업소는 많이 달라졌다. 2분기 상위권, 3분기 역시 상위권을 예상하고 있다. 의욕이 넘치고 행동이 빨라졌다. 시상에서도 소외되어 있던 직원들도 상을 받더니 자신감이 생겼다. 역시 가족들 얼굴을 떠올리며 일했기 때문일까? 


3일 전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받았다.

하루에 1~2건 하던 것을 이틀간 20건을 하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계산이 안 나왔다. 퇴근시간이 다 된 직원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서 혼자 야근을 했다. 해내지는 못해도 최선을 다해야 했다.

다음날 혼자서 많은 작업을 한 것을 안 직원들이 함께 해주었다. 슬그머니 목표를 밝히자 직원들의 움직임이 한순간 멈추었다. 일단 목표를 나누되 다 못하면 내가 밤새서라도 해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 정말 맨땅에 헤딩이었다. 모두가 상상 이상의 능력을 발휘했고 거짓말 같이 목표를 달성해버렸다. 퇴근길에 나는 눈물범벅이 되었다.  



 도움을 주고 받으며 힘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린 누군가의 엄마, 아빠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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