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오지 않았을 거야
까치발을 하고 다가간다
이런
어느새 쭈그리고 앉아
너를 보고 있다
가느다란 몸매
투명하게 맑은 얼굴
도르르 맺힌 눈물방울
너는 미동도 없이
나를 보고 있다
어떻게 온 거야
더위와 비바람을 이겨내고
흙의 두께를 기어이 뚫고
어디 그뿐이겠어
사흘째 되던 날
기색 없는 네가
얼마나 서운하던지
너를 탓했지
나의 불신과 한없는 가벼움
부디 용서해 다오
연두에게 사과할게
2
이제 한 번쯤 늦더위가
한두 번의 태풍이
너를 탐하는 벌레가
때 이른 찬바람이
힘들게 할지도 몰라
지금처럼 견디어 줄거지
항상 보고 있을게
그런데 연두야
네가 녹갈색으로 짙어질 때쯤
너의 정수(靜髓)
잎과 뿌리를 먹을 거야
보답이라고 생각해
그것 봐
사랑도 주고받는 거잖아
그래도 미리 사과할게
너를 먹게 돼서 미안해
연두야
와줘서 고마워
참 잘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