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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스테파노 Oct 16. 2024

네버 렛 미 고

사람답게 산다는 건

기린은 탄생부터 투쟁의 시작이었다

중력을 거슬러 기립해야 하는

태어나면서부터 육중한 몸뚱이를 이겨내어 네 발을 딛고 일어 서야 하는 역행이었다


청춘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이제  기립한 기린의  다른 서툰 자화상이자 어설픈 자서전이었다 

자각하던 자각하지 못하던지 간에

이 시대를 청춘으로 산다는 것은 결국 내 것이 될 리 만무한 권력과 재화의 유지를 위해 무한 재생하는 복제품으로 육성되는 숙명이었다


누구나 자신의 삶을 추구한다는 말처럼 하얀 소리는 없다 그저 살아간다

추구하는 삶이라는 것이 과연 온전히 자신의 삶인가에 대해서 확신을 가지기도 전에 높게 기립해 굶주린 야수들의 이빨을 피해내야 하는 현실


살아가는 것은 생각보다 생존의 날 것

생존의 끝에 남 좋은 일로 남더라도

일단 살고 보자 기린의 기립처럼


사람이 자기의 삶은 산다는 건

사실이나 진리에 대하여 굴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곧게 세우는 일이다


좌절될지도 모를 확신할 수 없는 희망이라도 품고서 사는 것은 그저 바람고문이어도

기린이 일어서 이겨내는 일 그것이 삶이니까


누군가는 누구를 사랑했고

누군가는 누구에게 상처를 주었고

누군가는 누군가에게 용서를 빌었고

누군가는 누군가를 용서한다

그게 사는 것


몇 점 짜리 인지 자꾸 자신의 삶을 채점하는 시간은 그저 무쓸모의 민낯

남에게 보여 줄 필요 없는 남이 궁금하지도 않을

내 삶에 빨간 색연필로 채점하기보다


누군가 사랑하고

누군가 용서하고

누군가에게 용서 빌고

누군가에게  용서받고 살아 보자

기린이 일어서듯이

영화 <네버 렛 미 고>

https://brunch.co.kr/@parkchulwoo/1034

내가 확신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의 인생이 우리가 구하는 사람들의 것과 많이 달랐는가 하는 점이다. 우리는 모두 세상을 떠난다. 우리가 무엇을 살아왔는지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혹은 우리가 충분히 시간을 가졌는지 모르는 것일 수도 있다.

– 극 중 마지막 캐시의 내레이션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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