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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후드티를 못 입는 이유

(유튜브에서) 다시 만난 카피 04

by 이유미

과거, 그러니까 약 20여 년 전의 내 사진을 보면 지금과 확연히 다른 신체변형이 있다. 하긴 한 군데가 아니지만, 이번 장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신체 부위는 어깨다. 사진 찍어주는 걸 좋아하는 남편이 잊을 만하면 내게 들이대는 옛날 내 사진이 있는데, 발리로 떠났던 신혼여행 사진이다. 당시 나는 결혼식을 위해 엄청난 다이어트를 했고 지금보다 약 9킬로그램 정도는 적은 몸무게로 제법 날씬했다. 최고의 성형은 다이어트라고 하지 않던가. 남편이 잊을만하면 꺼내 볼 정도로 봐줄만했다. 그가 좋아하는 사진 속 나는 어깨를 훤히 드러낸 튜브탑 원피스를 입고 발리 시장을 활보하고 있다. 유독 돋보이는 곳은 어깨라인이다. 지금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승모가 없다. 지금은 승모가 화가 바짝 나서 툭 튀어나와 돌덩이처럼 굳어버렸으나 그때는 매끄러운 직각의 어깨 라인이었다. 그동안 내 어깨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화난 승모근 때문에 덕분에 내가 즐겨 입지 못하는 옷까지 생겼다. 바로 후드티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지는 가을부터 한 겨울까지 후드만큼 실용적인 옷이 또 있을까? 단독으로 입어도 좋고 외투와 매칭하기도 유용한 패션 아이템. 이 좋은 옷을 나는 (20대 시절만큼) 잘 입지 못한다. 이유는 하나! 어깨가 아파서다. 더 구체적으로는 목과 어깨가 아파서다. 이해가 전혀 안 되는 사람들도 있겠지. 아니 후드티에서 후드(모자)가 무거워봤자 얼마나 무겁다고 그걸 못 입는다는 거야? 네, 이해가 안 되실 수 있습니다만 실제로 목과 어깨가 많이 아프답니다. 그래서 어깨가 많이 아픈 내가 후드티 대신 자주 입는 아이템이 후드를 뺀 맨투맨 티셔츠가 됐다.


한 유튜브 채널을 우연히 보는데 평소 맨투맨 티셔츠를 즐겨 입는다며 후드를 못 입는 이유에 대해 나와 비슷하게 이야기하는 여성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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