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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채 Mar 08. 2018

[책방창업 1] 창업 공간 구하기

도보, 공인중개사사무소, 온라인 플랫폼

창업을 마음먹고 뭐라도 시작은 해야겠는데, 뭐부터 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일단 나는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거리로 나갔다. 아무래도 오프라인 가게를 차리는 것이기에 가장 먼저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판단했고, 자리를 찾기 위해서 골목골목 샅샅이 뒤지고 다닌 것이다. 


무엇보다 나는 부산 지리와 문화에 익숙하지 않았기에, 도보로 공간을 직접 걸어보고 눈으로 익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어느 동네에 젊은이들이 오가는지, 어느 동네에 상권이 어떻게 발달해 있는지를 미숙한 감과 내 나름의 관점으로 확인하고 다녔다. 또 골목을 오가다가 문 앞에 ‘점포세’ ‘임대’ 등을 적어놓은 곳은 사진을 찍어두고 연락해봤다. 


하필 계절은 한겨울이었던 탓에 한두 시간만 걸어도 금방 온몸이 꽁꽁 얼었다(부산은 생각보다 춥다!). 하루 종일 걷고도 별다른 소득 없었던 날은 차갑게 식어버린 몸을 겨우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다. 의욕만 앞서 돌아다니는 날들이 계속되자 몸이 금세 지쳤다. 그제서야 ‘무작정 거리를 뒤지고 다니는 것은 너무 무식한 방법이 아닌가’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처음엔 도보로 이동하며 거리의 상권을 익히고 임대로 나온 가게를 찾아보았다.


그때부터 ‘공인중개사사무소’를 통해 자리를 찾는 방법을 병행하기 시작했다. 원하는 동네를 걷다가 믿음직해(?) 보이는 공인중개사사무소로 들어가 문의하는 식이었다.

사실 도보를 이용한 방법에서는 생각보다 임대 매물이 많지 않았다. 그리고 문 앞에 붙어 있는 번호를 보고 전화를 걸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심리적인 면에서 꽤 에너지 소모가 컸다. 그나마 전면 유리로 되어 있는 가게는 미리 내부를 보고 전화할 수 있었지만, 셔터가 내려진 자리는 내부도 모르는 채 전화해 임대료를 묻고 방문 약속을 잡아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그에 비해 공인중개사사무소를 통하면 위치, 예산, 층수 등에 얼추 맞는 매물을 검토해서 알려주고 함께 방문해준다. 또 임대인(건물주)과 이야기 나눠야 할 보증금이나 월세 등에 대한 조율을 공인중개사사무소에서 맡아서 진행해주기에, 세입자 입장에서는 보다 마음이 편하다. 혼자 도보로 이동하며 살펴볼 때보다 훨씬 더 많은 매물을 빠르게 살펴볼 수 있었다. 물론 그 모든 혜택은 결국 중개수수료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되지만 말이다.


도보 이동 시에는 찾을 수 없는 매물들이 공인중개사사무소에 있는 경우가 많다.


도보 탐방과 공인중개사사무소 방문, 두 가지 통로를 이용하며 또 다른 방법을 썼다. ‘피터팬의 좋은 방 구하기’ ‘한방’ ‘네이버 부동산’ 등의 온라인 플랫폼이었다. 이러한 웹/모바일 플랫폼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언제 어디서나 매물을 검토할 수 있다는 점이다.


‘피터팬의 좋은 방 구하기’는 임차인(세입자)끼리 직거래를 할 수 있는 카페인데, 일반 주택 외에 상가 역시 거래된다. 세입자끼리 바로 연결되어 중개수수료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그러나 부동산이 관리하는 매물도 있다). 괜찮은 매물이 이따금 올라왔으나 역시 시시때때로 이 카페에 들어와 보는 이들이 많아서인지, 가성비가 좋은 매물은 조금만 늦어도 이미 거래가 끝나 있었다. 그래서 하루에도 몇 번씩 수시로 들어가 봐야 했다.


‘한방’은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서 만든 사이트다. 공인중개사사무소 입구마다 한방을 소개하는 포스터가 붙어 있어서 알게 됐다. 도보 탐방, 공인중개사사무소 방문을 통해 익힌 매물들과 견주어보니 이 사이트에 올라온 매물 정보는 실제와 가장 일치했으며 종류도 다양했다. 애플리케이션도 있지만, 세부 정보는 웹에 더 상세히 뜨고, 지도나 상세분류 등을 통해 검색하기에도 웹이 한결 편리하다.


그러나 실제 매물 사진은 거의 올라와 있지 않아 답답했다. 예산에는 맞지만 어디에 있고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 공간을 메모하고 연락해서 결국 공인중개사사무소로 갈 수밖에 없다. 그래도 원하는 금액대의 매물이 ‘존재하는’ 곳을 찾아갈 수 있다는 의미였기에, 매물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일단 아무 공인중개사사무소 문을 두드리던 이전의 방식보다는 훨씬 효율적이었다. ‘네이버 부동산’도 한방과 거의 동일한 장단점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한 공인중개사사무소가 모든 온라인 플랫폼에 매물을 등록하는 것은 아니기에 여러 플랫폼을 교차로 확인해야 했다.


온라인 플랫폼은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만큼 수시로 확인해야만 하는 족쇄가 되기도 했다.


이 모든 방식을 동시에 진행하면서도 완전히 마음에 드는 장소는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공간이 괜찮으면 예산을 초과했고, 예산에 맞추려니 너무 열악한 환경이거나 희망했던 지역을 벗어났다. 몸과 마음이 지칠수록 ‘그냥 적당히 괜찮은 데로 계약해버릴까?’라는 유혹이 자라났다. 그러나 짧은 자취 경력이나마 몇 번 집을 구하며 갖게 된 지론이 있었다.


정말 괜찮은 공간은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단박에 마음에 든다는 느낌이 들며,

그런 곳이 며칠 둘러보며 나오지 않더라도 어느 때인가 나타나는 타이밍이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언젠가 나타날 그곳을 기다렸다. 새로운 공인중개사사무소 직원과 안면을 트는 일도 지겨워질 때쯤의 어느 날, 겨우겨우 게으른 몸뚱어리를 일으켜 도보 탐방을 나섰고, 해운대의 어느 동네에서 나는 드디어 책방 자리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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