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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인천상륙작전’, 리암 니슨은 왜 나왔을까

이 영화의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는 영화를 내놓았다 하면 ‘중박’ 이상은 터트릴 수 있는 막강한 배급력을 갖춘 진영에 속한 배급사다. 개봉 첫 주에 CGV 상영관에 자사가 배급하는 최신 상영작을 집중 투하할 수 있다면 막강한 개봉관 수 덕에 타 배급사보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기에 그렇다.      


그런데 이렇게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CJ엔터테인먼트에게도 아킬레스 건이 있었다. 2012년 야심차게 기획한 <알투비: 리턴투베이스>의 처참한 실패다. 수많은 개봉관을 확보할 수 있다는 유리함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퀄리티가 따라주지 못했기 때문에 CJ엔터테인먼트에게는 되돌아보기도 싫을 정도의 뼈아픈 추억을 남긴 영화가 <알투비: 리턴투베이스>다.     

 <알투비: 리턴투베이스>의 악몽이 올 여름에 다시 되살아날듯 할 전망이다. 개봉예정작인 <인천상륙작전>의 영화적인 완성도가 180억 원이라는 제작비에 걸맞지 않는 극악의 오락성과 작품성을 가지기에 그렇다. 리암 니슨이라는 할리우드 배우가 한국영화에 출연했다는 기대감, 리암 니슨 내한 기자회견 당시 실시간 뉴스가 포털에서 상위권에 검색되는 등으로 개봉 전부터 대중의 호기심을 이끌기에는 충분했으나, 개봉 후에는 관객에게 외면 받을 소지가 상당할 정도로 저열한 수준의 작품이 되고 말았다.     


<인천상륙작전>은 2차 세계대전의 백미인 노르망디 상륙작전과 같은 대규모 스펙터클한 영상미를 기대하면 안 된다. 5000분의 일이라는 희박한 확률을 뚫고 성공한 X-Ray 작전의 일등공신인 한국 첩보원의 활약을 영화가 묘사하기에, <인천상륙작전>은 스펙터클함 대신에 어떡하면 북한군을 속이고 인천상륙작전을 가능하게 하는가 하는 첩보 스릴러에 방점을 맞추고 관람해야 하는 영화다.      


영화는 첩보전의 ‘밀당’조차 모르고 패를 짜는 패착을 저지른다. 첩보전이라 하면 적의 환심을 사는 게 먼저고, 나중에 원하는 정보를 손에 얻는 것이 정석이다. 정보를 가지고 있는 적의 환심을 사지도 못한 채 자신이 바라는 패를 노출하는 것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한데 영화는 인천상륙작전의 주인공인 장학수(이정재 분)를 첩보전의 아마추어로 묘사하는 패착을 저지르고야 만다.     

북한군의 포대 위치와 지뢰가 어디에 매설되었는가를 알지 못하고 연합군이 인천에 상륙한다면 제아무리 맥아더 장군이라 해도 백전백패하기 쉽다. 이에 연합군 측은 북한군이 지뢰를 어디에 묻었는가를 하는 것이 급선무. 북한군이 지뢰를 어디에 묻었는가를 알 수 있는 지뢰 매설 지도는 북한군 림계진이 북한군 상부에 직접 보고하는 일급 기밀이라는 걸 장학수가 알아차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장학수가 림계진 마음을 먼저 서는 림계진 포섭 활동은 등한시한 채 지뢰 매설 지도가 어디에 있는지만 알기에 급급한 ‘조급증 환자’로 묘사하고 마는 패착을 저지른다.     


영화음악은 시퀀스의 긴장감 고조나 감흥 등의 감정선을 건드리는 촉매제로 작용해야 하는 게 옳다. 하지만 <인천상륙작전>의 영화음악은 객석의 감정선이 전환될 여유도 갖추기 전에 객석의 감정선을 과잉 고양시키려고 작정한 듯 웅장한 음악으로 맥아더 장군을 등장시키곤 한다. 감정 고양은 시퀀스와 시퀀스의 맥락이 객석에 울림이 있어야 전달 가능한 것이지, 신파조의 음악만 있다고 되는 걸 영화는 모르는 모양새다.      


한채선(진세연 분)이 장학수를 북한군으로 오인하고 질겁할 때 장학수가 북한군이 아니라고 먼저 그녀를 설득하기보다는 한채선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등 물리적으로 한채선을 진압하는 모습에서는 차마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영화적인 완성도를 포기한 이런 영화에 리암 니슨은 왜 출연했는지 자못 궁금하기만 하다. 


미디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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