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에 다시 그 기회를 잡게 된다면 어떤 결정을 한 건가요?
지금 선택이 후회가 된다면, 다음에 다시 그 기회를 잡게 된다면 어떤 결정을 한 건가요?
2023년 5월 23일, 산티아고 순례길 프랑스 길의 시작점인 생장에서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37일 동안 순례길을 걸으면서 나로서 존재한다는 것, 나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순례길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보면서 깨달았던 것을 얼른 글로 써야지 마음먹었지만, 벌써 2년이 지났다. 여러 번의 시도를 했지만, 항상 끝내지 못하고 중단을 했다. 계속 실패했던 이유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을 쓰려했기 때문인 것 같다. 보여주기 위한 글을 쓰다 보니 점점 더 나의 글이 아닌 것 같았고,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서 멀어졌다.
이번에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나를 위해 쓰기로 했다. 멋있게 보이는 글보다는 직접 내가 겪고, 생각한 것들을 있는 그대로 써보기로 했다. 2년 전 오롯이 나를 위해서 걸었던 산티아고 순례길처럼, 이번 글도 나를 위해 쓰기로 했다. 보통 산티아고 순례길의 글은 날짜 순서의 여행기가 많은데, 내가 쓰는 글은 순서와 관계없이 지금 내게 필요한 깨달음, 생각들을 꺼내보려 한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와서 출근했던 회사를 퇴사하기로 했다.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지만, 조금 더 나답게 살기 위한 결정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연히 퇴사를 말렸다.
퇴사하기 전에 이직할 곳은 정하고 가야지.
지금 경기가 좋지 않아서, 이직하기도 쉽지 않을 거야.
너무 성급하게 결정한 거야.
조금 더 버티다 보면 상황이 괜찮아질 거야.
매번 원하는 것을 하고 살 수는 없는 거야.
이런 조언을 듣다 보니 퇴사를 결정하고 나서도 불안, 걱정과 함께 후회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나답게 사는 것을 포기하고, 일과 삶을 분리해 가면서 살아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그런 고민의 끝에 다시 한번 내가 퇴사하기로 질문을 떠올렸다.
지금 이 순간 나답게 살고 있는가?
회사를 계속 다닌다면 이 질문의 답은 계속해서 '그렇지 않다'라고 말할 것 같았다. 그렇다면 가장 나답게 살아왔던 순간이 언제였을까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결국 다시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올렸다. 그리고 다시 한번 걸으면서 남겼던 일기와 사진을 살펴보았다.
지금, 현재의 순간들이 쌓여 결국 삶이 된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는 그 ‘지금’을 온전히 살 수 있었다. 생장에 닿는 순간부터 걷기 시작해, 오직 “어떻게 발을 내디딜까”에만 집중한다. 걸음을 이어갈수록 내 몸은 '지금 이 순간'을 온몸으로 살아있음을 느낀다.
한국에서의 삶에서는 그렇게 살지 못했다. 지금 하고 싶은 것보다는 앞으로 해야 할 것, 과거에 하지 못한 것이 머릿속을 채운다. 사람마다 이유는 다르겠지만, 나 역시 아쉬움, 불안, 후회 탓에 현재를 충분히 살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그런데 이 길 위에서는 마음껏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있다.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을 눈치 보지 않고 시도한다. 예전엔 남의 시선을 의식해 망설였던 일들을 ‘지금’ 바로 실행한다. 여전히 겁도 나지만, 한 걸음은 확실히 더 전진한 기분이다.
산티아고를 향해 한 발씩 나아가듯, 나 자신을 향해서도 조금씩 전진한다. 피스테라와 묵시아에는 언젠가 도착하겠지만, ‘나’에게 도착하는 길은 한국에 돌아가서도 매일 계속될 것이다. 스스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여정의 끝이 어디일지는 알 수 없지만, 이 길에서 배운 대로 묵묵히 걷다 보면 언젠가 닿으리라는 확신이 생겼다.
- 2023.06.27, 산티아고 순례길 36일 차, 세상의 끝 피스테라에서
순례길의 막바지에 ‘지금을 산다’라는 감각을 일깨워 줄 수 있었던 가장 큰 깨달음이 있었다.
후회를 후회하지 않기
이 깨달음 덕분에 나의 산티아고 순례길이 오롯이 나를 위한 길이 되었다. 지금의 내가 다시 한번 오롯이 나로 살기 위해서 가장 필요했던 말이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서 많은 후회의 순간들이 있었다.
더 있는 것 같은데, 지금 생각나는 것들이다. 초반에는 할까 말까 고민하던 것들을 대부분 하지 않았다. 한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는 방법을 따라 하려 했다. 그러니 이 먼 곳까지 와서도 계속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과 후회가 밀려왔다. 생각의 생각이 꼬리를 물기 시작하면 결국에는 이 길을 왜 걷고 있는가, 이 길을 괜히 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이어졌다. 후회를 할수록 점점 더 길을 걷는 게 고단해졌다. 하지 못한 것들에 계속 붙잡혀 있는 것 같았다. 매일 10kg의 가방을 짊어지고 30km를 걸어가는 자체로도 힘듦의 연속이다. 그런데 하지 못한 후회 때문에 순례길을 즐기지 못하고, 아쉬움과 고단함만 쌓였다. 말 그대로 ‘지가 사서 고생’을 하고 있었다. 스스로 몸과 마음을 고생시키고 있었다.
순례길 10일 차, Atapuerca에서 외국인 친구들과 저녁 식사를 함께 했다. 그 친구들은 영어가 부족한 나를 위해 정말 잘 들어주고, 한국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었다. 같이 식사하고 이야기 나누는 것도 즐거웠지만, 어느 순간에 내가 이 친구들의 시간을 뺐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빼고는 모두 영어로 편하게 소통을 했고, 처음부터 같이 걸어온 사이라 유쾌한 모임이었었다. 내가 낌으로 인해서 무언가 어색한 공기, 나를 맞춰준다는 느낌이 들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 마음을 느낀 내가 또 불편해졌다.
그때부터 억지로 사람들 틈에 끼려 하지 않기로 했다. 태생부터 남들의 눈치를 많이 보고, 배려하는 사람이었기에 한국에서는 내가 원하는 대로 하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나, 또는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은 나로 살았다. 순례길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다. 그 생각을 한 다음에 가장 처음 한 선택은 휴식을 위해서 부르고스라는 대도시에서 혼자 편히 쉴 수 있는 호텔을 잡았던 것이다.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쓴 일기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정말로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구나, 그리고 좋아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어제 나에게 같은 방에서 묵자고 해준 것도 친구들에게 너무 감사했지만, 여러 가지로 불편한 부분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나에게 진정한 휴식이란 혼자서 있는 시간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그저 혼자서 침대에 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아이패드로 예능을 보는 것 자체로 많은 힐링이 된 것 같다.
꽤 많은 돈을 들여서 혼자서 누울 수 있는 곳을 찾았는데, 당연히 사치라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순례자로서 제대로 걷고 있는 건가에 대한 생각도 들었고, 굳이 호텔이 아니라, 알베르게에서도 충분히 혼자서 조용히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누군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아픈 발 때문에 소음이 생길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그 공간과 시간이 나에겐 너무나 필요했고, 편안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내가 돈이 아주 많은 사람이 아니기에 어쩌면 부담이 될 수도 있는 것인데… 그래도 이 시간을 가진 것이 충분히 만족스러웠으니, 더 이상 부정적인 생각은 그만하고, 후회도 하지 말자.
내가 한 모든 선택이 언제나 완벽할 수는 없고, 언제나 옳을 수도 없다. 하지만 일단 선택을 하고 나면, 그 이후의 후회는 아무 소용이 없다. 이미 선택했고, 이미 실행한 일이니 이제는 그 행동이 가져다준 좋은 점에 더 집중하자. 후회란 결국 나 자신을 향한 질책일 뿐이고, 그 어떤 것도 바꿔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순례길을 걸으며, 나는 결정 전의 고민이나 결정 후의 후회에 너무 빠지지 않으려 하고 있다. 결정하기까지 많은 시간을 쓰고, 신중히 고민하지만 결국 선택지는 ‘할까, 말까’ 두 가지뿐이다. 그리고 선택한 이상, 그 선택이 불러올 영향이나 결과를 받아들이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는 걸 조금씩 배우고 있다.
한국에서 회사 일을 할 때도, 내 개인적인 일들(이사나 여행 등)을 결정할 때도 항상 ‘뭔가 더 나은 게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많은 시간을 썼다. 어렵게 선택한 후에도 '이게 맞는 걸까?' 하고 또다시 고민하곤 했다. 물론 고민한 만큼 좋은 결과로 이어질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타이밍을 놓쳐 더 좋은 결과를 만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이제는 조금 더 내 선택을 믿고, 설령 틀리더라도 너무 자책하지 않는 그런 순간들을 이 순례길에서 하나하나 만들어가고 싶다.
- 2023.06.12, 산티아고 순례길 11일 차, 순례길답지 않게 너무 포근했고, 편안했던 나 혼자 묵었던 부르고스 호텔에서
그날 이후부터 나는 오롯이 혼자서 걸어보기로 결정했다. 혹시나 이상한 사람이라 어울리지 못하는 건지? 혼자 있는 걸 안쓰러워하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들은 접어보기로 했다. 그냥 내가 진짜 편안한 상태로 걸어보기로 했다. 억지로 무리에 끼어보려고 하거나, 말이 통하지 않는 식사 초대에 응해서 괜히 눈치 보면서 불편하게 식사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혼자서 걷고, 혼자서 순례길의 하루를 정리하니 내 마음이 너무 편안해졌다. 순례길에서 내가 하고 싶어 하던 것들을, 후회하던 것들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누군가 저녁 식사를 같이 하자고 했을 때, 내가 마음이 내키지 않으면 ‘신경 써줘서 고마워, 근데 괜찮아’라고 말하고 혼자 밥을 먹었다. 덕분에 혼자 식사를 하고 나서는 커피/맥주/와인과 함께 그날의 순례길을 정리했다. 그다음에는 나 혼자 동네를 산책하기도 하고, 일몰을 보러 가기도 했다. 근데 더 신기한 것은 혼자 걷기로 선택하니, 더 편하게 다른 사람들과 함께 걸을 수 있었다. 내가 마음이 편한 모임을 선택할 수 있었다. 억지로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으로 함께 할 수 있었다. 내가 원하는 모임에 있는 그대로의 나의 모습으로 함께 할 수 있으니, 그 자리를 즐길 수 있었다.
후회하지 않기 위한 선택을 하기 시작하니, 한 번 후회한 것들이 생기면 바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로 했다. 앞서 후회한 순간들을 다시 후회하기 위해 선택하니, 후회보다는 즐거움이 가득한 순례길로 바뀌었다.
(이런 순간들도 하나씩 풀어봐야겠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모두 걷고 돌아보니, 혼자서 걷기로 한 선택이 오롯이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걸을 수 있게 해주었다. 괜히 다른 무리에 끼어서 걸어갔다면, 나는 아마도 순례길이 그렇게 즐겁지 않았을 거다. 내가 멈추고 싶을 때 멈출 수 없었을 거고, 많은 것을 놓쳤을 거고, 많은 후회를 안고 산티아고 대성당 앞에 앉았을 것 같다.
지금의 내가 어쩌면 그런 후회를 가지고 산티아고 대성당에 앉아있는 것 같은 마음도 든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선택을 해오고 있었던 것 같다. 이제 다시 한번 나를 위한 선택을 해보려고 한다. 그때, 내가 얼마나 나다워지는지를 경험했기에, 산티아고에서 걷던 그 순간처럼 하루하루를 보내보려 한다. 다시 한번 후회를 후회하지 않는 삶, 지금 이 순간부터 시작해 보자
혹시 이미 선택한 것에 대해 후회하고 있나요?
그 선택을 했던 때로 돌아가 보면 어떤 결정을 할 건가요?
지금 선택이 후회가 된다면, 다음에 다시 그 기회를 잡게 된다면 어떤 결정을 한 건가요?
다르게 결정한 그 순간에 어떤 마음이 드나요?
그렇게 결정한 이후에 내 삶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그런 삶을 살고 있는 나를 보는 느낌은 어떤가요?
지금의 질문에 대한 답을 하고 나면, 지금 이 순간 어떤 선택을 하고 싶나요?
Thanks to My Coaches
오랜 시간 동안 “글을 쓰고 싶다"라는 주제로 여러 코치님께 코칭을 받아 왔습니다. 미루고 또 미루다 이제야 첫 글을 쓰게 되었네요. 진심으로 코칭을 해주시고, 따뜻하게 응원해 주신 코치님들 덕분에 드디어 이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많이 있지만, 일단 완성하는 것, 그것부터 시작해 보려 합니다. 이 글을 시작으로 꾸준히 써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