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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읽은 책의 저자를 인터뷰하는 일

쉽게 오지는 않으나

by 유지영

읽은 책의 무엇이 좋은지를 꾸준히 써야겠다고 다짐한다. 이 다짐은 무얼 뜻하나. 읽은 책에 대해 평소 꾸준히 쓰는 습관이 없다는 걸 의미한다. 하하


내가 다니는 회사에는 문화부가 없고 문화를 포괄해서 담당하는 부서에서는 취재 기자를 따로 두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재밌게 읽은 책의 저자를 인터뷰하는 행운은 그리 쉽게 오지 않는다. 작년에는 좋은 연이 닿아 브런치스토리에도 인터뷰 전문을 올린 ’커먼즈란 무엇인가‘의 한디디 작가님을 만났다.


‘커먼즈란 무엇인가’는 나에게는 작년의 발견이었는데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는 커먼즈라는 개념을 잘 알지 못하고 있다가 책을 다 읽은 뒤에는 푹 빠져버리고 말았다. 특히 몇 년간 집 근처 공원을 지키는 일에 작게나마 연대하고 있던 터라 이 책이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책을 읽고 나니 마치 세상의 모든 문제가 공공성이라는 개념이 점차 협소해지면서 일어나는 것만 같았다. 그러니까 이를 테면 더 이상 가게에서 예쁜 커트러리를 쓰지 못하는 이유(가게에 온 손님들이 훔쳐가기 때문이라고)조차도 커먼즈로 해석할 수 있었다.


한디디 작가님은 인터뷰에서 커먼즈 실천 방안 중에서도 포인트 적립을 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뒤로는 가끔 포인트 적립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러니까 가게 키오스크가 나에게 포인트 적립을 할 것인지를 묻는 등의, 나는 자주 커먼즈를 떠올린다.


올해는 ‘한국이란 무엇인가’의 저자 김영민 교수님을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책 ’한국이란 무엇인가‘도 재밌게 읽었다. 김영민 교수님의 칼럼은 “맛깔난다”는 표현이 정말 잘 어울린다. 특유의 리듬감도 리듬감이지만 평범한 주제에서 자기만의 독창적인 사유를 굉장한 속도감을 가지고 이끌어내는 것이 좋다.


한 달에 한 번씩 길지 않은 칼럼을 기고하는 사람으로서 내게 그의 칼럼은 자주 감탄을 부르곤 한다. 그의 칼럼을 통해 특정한 주제에 대한 김영민 교수님의 개인적인 생각이나 관점은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적인 일에 대해서는 알기 어렵다. 반면 나는 칼럼에 나에게 일어난 일을 쓰는 편이다. (칼럼 연재명이 ‘옆에서’인 이유도 그 때문이다.)


아마 그래서인지 이번에 ‘한국이란 무엇인가’에서 유난히 눈길이 갔던 짧은 칼럼이 있는데, ‘한국의 소원’을 다룬 칼럼이다.


“내용이 무엇이든 소원을 공공연하게 적은 사람들은 나와는 상당히 다른 사람들 같다. 나는 이재용씨 아들이 되기에는 너무 나이가 많고, 이재용씨 며느리가 되고 싶은 마음도 없으며, 만주 여행도 현시점에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내게도 소원이 있다. 나는 내 소원을 공공연하게 벽에 적을 수 없다. 그러지 말고 소원을 말해보라고? 소원을 떠올리는 순간, 난 눈물이 나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을 것 같은데.“ - ‘한국이란 무엇인가’에서 일부 발췌


그는 이 칼럼에서 한국의 보편적인 소원(보편적으로 말해지는 혹은 말할 수 있는 소원)에 대해 말하고 마지막에 한두 문장으로 자신의 소원은 벽에 적을 수 없다고 했다.


이 소원이 무엇일지 추측하는 것은 온전히 독자의 몫일 거라(몫이자 책을 읽는 즐거움이기도 할 것이라) 인터뷰를 하면서는 이 소원이 무엇인지 물어보고 싶은 마음을 조금 눌러놓았다. (그 질문을 한다면 내 궁금증을 충족시킬 수는 있겠으나 책의 전체적인 주제랑은 멀어 기사에 쓸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는 나는 다시 홀가분해진 독자로, 그래서 책을 읽고서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는 독자로 돌아왔다. 아마 그 소원은 상실된 무엇의 재회가 아닐까. 나는 그런 소원을 가진 이들을 알고 있기에 자연히 생각의 방향이 그렇게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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