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차람 Jul 19. 2019

유미는 왜 헤어졌을까?

촉 하나로 이별을 말할 수 있나요?

남편이 웹툰을 보다가 조금 흥분하며 나에게 질문했다. 

"여자들은 이렇게 갑자기 헤어지자고 진짜 말해?"

남편은 나에게 그가 즐겨보는 <유미의 세포들> 내용을 보여주었다. 


간단히 설명하면, 남자 주인공 바비는 떡볶이집을 운영하는데, 다은이라는 알바생이 그만두어 조금 시무룩하다. 여자 친구 유미는 매우 강력한 촉으로 그 표정을 읽어낸다. 남자 친구가 어린 알바생에게 마음이 흔들렸음을 직감하고, 살짝 떠보는 질문을 한다. 1초 만에 대답이 나오지 않자, 유미는 차가운 얼굴로 이별을 고한다.  


"응. 그렇기도 해. 많이들 그러는 거 같아. 근데  바로 이별하자고 하는 건 좀 그렇네."

라고 내가 대답하자, 남편은 베스트 댓글을 읽어주었다. 


"갑자기 헤어지자고 하면 나는 너무 당황하고 그동안 우리 사이와 시간을 부정받는 기분이 들어서 배신감도 느낄 거 같아. 그런데 댓글들이 모두 유미를 응원해. '너는 소중해! 잘 결정했어' '우리 유미 잘한다' 이렇네. 평점도 올랐어."


"나도 어릴 땐 그랬던 것 같은데, 아니지 나이 서른 일 때도 자존심이 먼저였던 적이 있어. 

그런데 말이야... 유미는 정말 바비를 좋아했을까?"


내가 정말 좋아하고 아끼는 것.. 그것이 또한 사람이라면 이렇게 순간적으로 헤어지자고 말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그녀가 이별의 이유를 말하는 근거는, 


첫 번 째로, 강력한 촉이 와서  (그 촉은 항상 맞을까)

두 번 째로, 바비의 얼굴이 시무룩해서 (다은이 때문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이 두 가지 이유로 휴대폰 꺼버리듯, 만남을 정리하고 바비에 대한 애정이 분노로 바뀌었다.

그 분노 에너지를 끌어모아 작업(유미의 직업은 웹소설 작가)에 몰두했다.





헤어지자고 말한 것이 유미이기에 주도적으로 연애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는 그녀가 수동적이라고 생각했다. 사람 대 사람으로서 바비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좋아하는 바비'를 좋아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로 인해 마음이 흔들렸다면, 그 방향을 돌려놓을 생각을 왜 하지 않을까. 아무리 소용없는 일이라도, 나는 내가 사랑하는 남자를 쉽게 보낼 수 없다. 솔직히 말해서, 누구 좋으라고 차 버리는 건가. 바비가 차인 마음이 헛헛하여 다은이에게 연락을 할 수도 있는데.. 둘이 잘 되길 돕는 격 아닌가. 유미와 바비가 한두 달 썸을 탄 것도 아니고 꽤 오랜 시간을 만나왔는데, 너무 한 순간의 이별이라 과연 유미는 진정으로 바비를 좋아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먼저 이별을 고하는 것은 그 순간 자존감을 채울 수 있겠으나, 나는 유미가 심히 자신감 없어 보였다. 


내가 유미라면 바비에게 이 상황에서 매우 솔직히 말할 것 같다.


"불필요한 이야기라서 그냥 넘어가려고 한 거 알겠고 다은이 한테 흔들리지 않았다면 자길 믿어야지. 그런데 네 얼굴에 시무룩한 표정을 보자니 내 마음이 좀 아프다.  누군가 내가 애인이 있음에도 용기를 내어(혹은 떠보기로) 고백을 했다면, 일단 그 마음이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들 수 있겠지. 나는 오늘 이만 집에 가고 싶다."


하며 대차게 싸우거나 나중에 그의 항변을 들어볼 것 같다. 서로 솔직하게 싸우면서도 돈독해지는 사이라면, 그 관계는 매우 발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관련 웹툰 보기 (클릭)

https://comic.naver.com/webtoon/detail.nhn?titleId=651673&no=392&weekday=wed



http://pf.kakao.com/_JHxjud





  

매거진의 이전글 애프터 신청이 없는 소개팅의 배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