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을 다녀오는 길입니다.
두 달 전에는 장인어른이 돌아가셨고, 이틀 전에는 이모부께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이제 생명 탄생의 이야기보다 죽음에 대한 소식이 익숙해지는 나이가 되었나 봅니다.
어려서는 죽음의 순간이란 파스텔톤의 저녁노을처럼 색감이 번지는 전이의 과정이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하늘로 떠나기 위해 마음의 준비 시간을 충분히 갖는다고 생각했었죠.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실제 나이가 중년이라고 해도 정신은 아직 중년이 아닌 것처럼, 자연으로 돌아가야 할 때의 병든 육신이라고 해도 그 영혼은 아직 돌아갈 때가 아니라고 믿는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결국 준비된 죽음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병으로, 사고로, 노환으로 죽음을 맞이해야만 하는 모든 당사자들에게 죽음이란 느닷없이 다가오는 시간입니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에게 임종을 앞두고 마음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질 것이라고 믿는 것은 살아남은 자들이 죽음에 대한 부담과 망자에 대한 안타까움을 덜어내려는 스스로의 위안인 것 같습니다.
자신의 임종을 스스로 준비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생각해 봅니다.
#임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