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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에 대하여

by 대행사 AE

<배우자에 대하여>


딸이 대학 졸업하고 아빠와 유사한 업종의 신입사원이 되고 나서 더욱 친해지고 있습니다.


거리가 멀어도 서로 시간 나면 페이스 타임으로 화상 전화를 하다 보니 공감하는 직장 생활 이야기 소재가 많네요.


어제는 미래 배우자와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딸이 문득 “엄마 아빠와 같은 배우자를 만나게 되면 어떨까?”라는 질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훌륭한 선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따님은 그다지 동의하지 않는 눈치지만요 ㅋ


어제 대화를 돌이켜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배우자에게 기대하는 사랑은 행복감이라기보다는 예측 가능함과 친밀함인 것 같습니다.


배우자가 특출 나게 멋진 사람이길 원하는 것이 아니라 예측 가능한 평범한 사람이길 바라는 것이죠.


이유는 우리들 대부분이 이상적인 방식으로 양육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나의 부모와 나 자신, 그리고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강박, 불안, 깐깐함, 히스테리, 속물근성, 이기심, 엄격함, 경쟁심, 외부 시선 의식, 단호함 등 서로 상충되는 성질로 뒤섞인 형태의 애정을 자식들에게 쏟아부었죠.


우리는 유년기 성장 과정에서 부모가 제공하는 이런 이상한 상황들을 인내하고 수용하는 능력이 자연스럽게 발달하게 되었고요.


우리가 결혼한 배우자의 단점과 불만을 토로하지만, 돌아보면 결혼 전 그보다 더 나은 배우자 후보들은 모두 탈락시켰습니다


알랭드 보통의 <사랑의 기초>에서 언급한 이야기처럼, 그 쟁쟁했던 배우자 후보들을 탈락시킨 이유는 그들에게 어떤 결점이 있어서가 아니라, 결점이 충분히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부모처럼 결점이 어느 정도 충분해야 상대가 예측이 되는데 예측이 안 되는 완벽한 품성은 너무나 낯설기 때문이죠.


우리 따님도 부모에게서 받은 영향이 배우자를 선택하는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살짝 미안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엄마가 훌륭해서 다행입니다






#배우자

#딸과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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