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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의 시대

<답이 없던 행복한 시간 vs 답이 있어 서글픈 시간>

by 대행사 AE

지인의 추천으로 장 강명 작가의 <먼저 온 미래>를 읽었습니다. 재미있으면서도 서글픈 시간이었습니다.


책에는 알파고 등장 이후 바둑계를 떠난 프로기사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일부 프로 기사들이 바둑을 그만둔 이유는 AI에게 졌기 때문이 아닙니다. “내 마음대로 생각하고 내가 그릴 수 있는 그림을 빼앗겼다”는 상실감 때문이었습니다.


원래 바둑은 정해진 답이 없는 영역이었습니다.


인간의 창의적 사고로 새로운 길을 만들어갈 수 있는 자유가 있었고, 개성 있는 기사가 정석을 비틀면 그곳에서 새로운 변화가 생겨났습니다.


하지만 AI 이후 바둑에는 ‘최선의 수’라는 답이 생겼습니다. 이기려면 AI를 통해 배울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었고, “이 수는 아니다”라고 정해져 버렸습니다.


인간 고유의 사고방식으로는 AI를 학습한 기사들을 이길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이세돌을 비롯한 많은 프로기사들이 바둑을 떠난 이유입니다.


이 이야기가 서글픈 것은 바둑의 변화 때문만은 아닙니다. 우리가 믿어왔던 인생의 명제가 흔들리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에 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걸어가는 길이 내 인생의 답이다.” 우리는 이렇게 믿으며 살아왔습니다. 틀려도 괜찮고, 나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대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AI가 더 나은 답을 제시하는 시대에, 이 자유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내가 선택한 길이 최선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길을 걸어가는 것이 여전히 가치 있는 일일까요?


바둑에서 빼앗긴 것은 단순히 게임의 자유가 아니라, 자율적으로 사고하고 창조하며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존재의 자유였습니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은 기술의 발전이 아니라, 인간 존재 의미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입니다.


창작, 전략, 의사결정 등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고 믿었던 모든 분야에서 AI가 더 나은 답을 제시할 때, 우리는 어떻게 굳건히 믿어왔던 것들의 가치와 의미를 지켜낼 수 있을까요?


인간의 노력만으로 안 되는 앞으로의 시간을 어떻게 인정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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