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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현 Aug 20. 2016

미스터리 노인

인도 혹은 인생을 여행할 때 주의할 3가지


“인도를 여행할 때는 조심해야할 게 몇 가지 있다네.”

그가 입은 낡은 옷은 바람이 불 때마다 아주 가볍게 흔들렸다. 새 옷에서 찾아볼 수 없는 바람의 흐름을 그대로 보여주는 그런 하늘거림이다. 인도를 여행하다보면 길에서 수없이 만나게 되는 노인과 별반 다를 게 없는, 그런 사람이었다.


“이보게, 젊은이. 인도를 여행할 때는, 남이 주는 것을 먹지 말게나.”

그건 인도인들이 외지인을 상대로 약을 탄 음식물을 먹이고 정신을 잃게 만든 후 강도나 강간을 일삼는 걸 조심하라는 뜻이리라. 그래서 인도를 여행할 땐, 처음 만난 사람이 호의로 주는 어떤 음식도 조심해야한다.


“그리고 남이 하는 말을 믿지 말게.”

그건 인도인들이 외지인을 상대로 사기를 치거나 바가지를 쓰는 일이 흔하기 때문일 것이리라.


“그리고, 인도를 여행할 때는 말일세. 때로는 자기 자신도 믿어서는 안 되네.”

그건, 그건... 왜 그런 걸까? 나는 사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사내의 얼굴을 다시 바라보았다. 순간 생각보다 사내가 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흰색 수염은 그 사람을 늙어보이게 했지만, 맑게 빛나는 그의 눈은 그 사람을 젊어 보이게 했다. 늙음과 젊음이 공존하는 신기한 사내였다. 



그와 헤어지고 이곳저곳을 여행하면서 나는 인도 여행을 무사히 마쳤다. 그의 말대로 남이 건네는 음식은 입에 대지도 않았고, 길을 가다 잠시 스치는 사람의 말은 절대 듣지도 믿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가 말한 마지막 조언은 여행이 끝나가도 알 수가 없었다. 아마도 그때는 그의 말을 이해하기엔 내가 아직 어렸을 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에야 어렴풋이 그의 말뜻을 알 것 같다. 나이가 들면서 어쩔 수 없이 겪는 삶의 경험 때문이다. 때로는 나 자신조차 믿지 못하는 그런 상황이 있다. 나의 판단은 옳은가? 나의 결정과 선택은 항상 옳았는가? 나는 어리석은 판단을 내린 적이 없었던가?

여행과 인생은 참 많은 것들이 닮았다. 


그 미스터리 노인이 말한 것처럼, 자기 먹을 것은 스스로 챙겨야 하고 타인의 이야기에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때로는 어리석어지는 자기 자신도 경계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그래야 가고자 하는 곳으로 인생이라는 여행을 마칠 수 있다. 






안종현 작가의 여행에세이 <위로의 길을 따라 걸을 것>은 끊임없는 상처 속에서도 삶을 계속 여행할 위로와 용기에 대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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