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움직인 열 가지 프레임
옛날 텔레비전에 '당연하지'라는 우스꽝스러운 게임이 있었다. 학교를 마치고 세상에 나와보면 '당연하지'라는 말은 어림 반푼어치도 없다. 세상에 당연한 건 사실 거의 없다. 그렇다고 생각할 뿐이다. 그 당연함의 관념과 현실의 차이만큼 머리가 아플 뿐이다.
인도식 이름, 여성이라고 추정되는 작가는 자신의 경험과 온갖 다양한 분야의 주제와 지식을 통해 세상의 현재 관점과 의견을 던지고 있다. 과학, 교육, 문자, 법, 민주주의, 시간, 국민, 예술, 죽음, 공동선이란 작은 타이틀과 이 타이틀과 관련된 짧은 문장을 통해 의도와 생각을 짚어 볼 수 있다.
책 띠지에 나와있듯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면 대상의 모습도 동시에 바뀐다. 그림자의 위치만큼 그에 따른 부작용도 변하게 된다. 그렇게 바라본 관점의 시간이 존재하지만 또 다른 관점이 존재하는 시간 엎치락뒤치락하며 세상은 움직이고 뒤틀기도 한다. 그 속에서 인간은 틀 안에서 순종하고 저항하고 서로를 의지하고 싸우며 요란하게 살아간다.
태초부터 문명이 존재했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태초에 자연은 존재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인간이 문명을 만들며, 세상이란 빈 도화지에 지우고 다시 쓰고 색칠을 해가는 중이다. 그런 행위에는 반드시 사람의 의도, 의미, 기대와 같은 다양한 생각이 존재한다. 내가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의도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왜냐하면 세상이 그 의도와 싱크로율이 비례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그것이 당연한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그게 당연하고 합리적이고 올다는 전제가 정당한지? 인류에게 좋은지 생각해 보는 것이 아닐까? 고상하게 변증법적으로 좀 개선이 될 수도, 망할 수도 있긴 하겠지만.
첫 번째 주제인 과학을 시작하기 전 서문에 눈감고 칼과 니케의 말이 나온다. 요즘같이 개떡 같은 시대는 내가 보는 관점에서는 전혀 안 맞는다. 사실 이 책들은 기존의 아무 생각 없이 수용하던 내 주의의 것들을 새롭게 보도록 의도한 측면이 많다. 이것과 별개로.. 아주 과학적으로 아무것도 안 보고 저울 들고 칼을 휘두르면 엄한 놈이 죽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이게 문제 아닌가? 차리라. 천 개의 눈을 갖은 여신이던 남자던 그런 존재가 칼과 저울을 들고 있으면 뭐가 켕겨서 그런가? 상징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 할 수 있지만 과학적으로 보면 말이다.
과학은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우성론이란 결과와 연결된다. 이것이 어떻게 제국주의와 연결되고 있는지를 알아본다. 'Nullius in verba 누구의 말도 그대로 믿지 말라'라는 말이 나온다. 의미심장하다. 그 결과물들이 부과 권력과 연관되고, 인류문명에도 기여하는 부분과 별도로 현재까지 과정에서 부작용도 잘 나타난다. 내겐 이런 과학의 결과가 인간적인 문명에 가까운가 비인간적인가를 되짚어 보는 기회가 된다. 작가 서구문명과 인도인이기 때문에 이런 관점이 생길 수 있지만 나는 AI적용되고 자동화가 될 수도록 다른 주제에서도 언급되듯 인간은 새로운 노예형태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뒤지든 말든 부려먹을 것들이 중요한 시대가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험한 일이나 통상적인 고급일이나 부려진다면 생각해 볼 부분이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무료교육이란 이 사회의 제도와 문화에 이 정도면 적응하는 수준의 최소한을 위한 것이다. 원래 근대 학교가 기계가 나오고 부려먹을 만한 수준을 가르치기 위해서 만들었다. 지금은 다른가? 아니면 교육이 시행되고 통제되는 범위를 장악한 무리들에 적합하게 머릿속에 세뇌를 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세상에 나오면 당췌 당연하다고 한 게 당연하게 되는 일이 없는 경우가 많은 것이냐?
마그나카르타에 대한 언급은 아주 실랄하다. 그 현실의 장점이 크게 과장된 현실을 사실로 제압한다. 맞는 말이다.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에서도 목민이란 말은 양반의 입장에서 개돼지를 잘 기르는 마음과 같은 관점이 존재한다. 다산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한 한자가 그렇다는 말이다. 더 재미있는 것은 민주주의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읽다 보면 수긍이 가는 면이 많다. 민주주의 과정을 통해서 선출을 하는 권리가 주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지맘대로 난리를 쳐도 통제할 수 없는 것이 대의제 민주주의의 부작용이라면 적나라한 사실이다. '누가 그 따위로 하라고 그랬어'라는 부작용은 세상 곳곳에 존재한다. 정도가 심하면 목을 자르던, 직을 자르던 하여튼 잘라서 해결하게 된다. 무엇보다 민주주의 방식에서도 제한된 소수가 권력과 부를 관리하는 점.. 이것이 당연시 여겨지는 점, 이것이 제국주의시대 우성학과 묘하게 연결되었다고 보는 관점이 합리적이다. 어쩌면 지금 시대는 과학기술이 발달하긴 했지만 아직도 사람과 개돼지 경계를 허용하는 아주 겉과 속의 싱크로율이 낮은 수준일지도 모르겠다. 개돼지 입장에서 분명 전보다 좋진 것은 사실이라고는 하지만.
시간은 개념은 다른 수단을 통해서 뉴턴, 칸트, 아인슈타인이 말한 시간의 개념을 찾아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 시간이란 개념은 과학이란 이름하에 초재고, 결과 측정하고 정확성을 향상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런데 놀 때는 이런 일을 잘 안 한다. 결국 기계처럼 부속으로 개돼지 취급을 받을 때에 적용된다는 점이다. 이런 시간의 관점에 관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답 안 나오는 자문자답, 그 와중에서 서루 부림 당하며 벌이는 사건사고들이 생각나서 씁쓸하다. 부리는 자.. 사람과의 관계.. 뭣이 중요한가?
우리가 단일 민족이라고 하지만 그럴 리 없다. 고구려 때는 우리가 만주 숙신 중국까지 휘젓고 다니고, 병자호란, 임진왜란 때는 중국과 왜놈이 휘졌고 갔는데 순혈주의적 혈통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공동의 정체성으로 묶인 사람들을 뚜렷한 경계 안에 담고 있는 장소'로 말한 국가의 개념이 맘에 든다. 책에서는 인도 출신이며 영국인이 갖는 다양한 의견이 앞의 주제들과 복합적으로 이야기된다. 내게 공동의 정체성이 없는 존재들이 한반도에 암약한다는 사실, 그리고 책에서 언급된 다양한 프레임으로 사람들을 개돼지 취급한다는 사실에 분노할 뿐이다. 누가 그랬더라 혼이 비정상이라고 했는데..
죽음과 관련된 벤덤의 오토-아이콘에 관한 이야기, 프로이트와 욕구단계설로 유명한 매슬로우의 이야기까지 박학다식한 배경과 현재의 문명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관점이 아주 재미있다. 나이도 들고 나란 도화지에 문명이란 이름하게 막 그려진 낙서와 정체된 생각도 존재하고, 세상을 보이는 대로 보고 이것을 알아가기 위해 독서도 하고 자신만의 생각하는 힘을 길러보려고 노력은 했던 것 같다. 그렇다고 세상이 내 관점대로 좋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어떻게 볼 것인가, 어떤 가치를 추구할 것인가가 하나씩 모여 내일은 좀 더 좋은 세상이 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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