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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병진 May 21. 2019

봄, 괜찮니?

얼떨결에 아기 고양이를 구조했다

밤새 고양이가 울길래 '도둑고양이들이 싸우는구나' 하고 잤다. 그런데 아침이 되어서도 계속 고양이가 울어댔다.


"아파서 우는 것 같아. 설이 끙끙 앓을 때 소리랑 비슷해"


아내나 나나 집에서 동물 키워본 경험이 적거나 전무해 애써 무시하려 했지만 정말 자세히 들어보니 "살려달라"는 소리 같았다.

옆집 대문 앞에 가보니 저렇게 옷가지 사이에서 새끼 고양이가 끙끙 앓고 있었다. 처음엔 죽은 줄 알았는데 살짝 건드려보니 겁에 질려 빽빽 소리를 냈다. 애완동물에 큰 감흥 없이 살아온 나지만 얘는 그냥 놔둬선 안 될 것 같았다. 생명 하나가 목숨 걸고 울부짖고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급한대로 펫샵을 운영하는 지인에 도움을 청했다. 정말 구조가 필요한 상태인지부터 점검해야 했다. 밤새 어미가 찾아오지 않은데다 옆집도 비어 있었고 옆집에서 기르는 고양이라고 할 순 없을 정도로 비참한 처지였다.

널브러진 옷가지로 봐선 누가 고양이를 버린 건가 싶었다. 오갈 데 없이 대문 앞에 쓰러져 낑낑대는 녀석을 보고 다른 이웃이 옷가지를 툭 던져줬을 수도 있었다. 병원으로 옮겨야겠다고 판단했고 진찰을 받고 왔다.


다행히 생존 확률은 90%라고 한다. 감기가 심한 상태다. 눈에 안약을 주기적으로 넣어줘야 했다. 식욕이 왕성했다. 배 많이 고팠나보다. 일단 탈수 증상을 털면서 먹을 걸 먹고 기운을 차리는 작업이 급선무라고 들었다. 박스를 구해 임시 거처와 화장실을 마련해줬다.

마냥 고양이를 집에서 키울 순 없는 상황이다. 고양이가 기운을 차리면 입양할 사람을 찾아 보내려고 한다. 아이들은 마냥 신기하니 좋아한다. 그걸 보면 또 그냥 키워야 할까 싶기도 한데, 마음이 복잡하다. 워낙 경황 없이 찾아온 업둥이인지라 우리가 얘를 잘 케어하고 있는 건지 잘 몰라 걱정도 든다.


"결이가 고양이 이름으로 '봄' 어떠냐는대? 따뜻한 봄에 찾아왔다고 봄"


봄인 당분간 우리집에 머물 예정입니다. 혹시 입양을 희망하는 분이 있다면 댓글을 남겨주시거나 이메일을 보내주세요.

 editorjin032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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