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러움 가득인 엘리자베스와 눈빛에서조차 멋짐이 뚝뚝 흐르는 다아시.
네! 맞아요! J. 오스틴의 아주 유명한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였죠. 이미 아실 분들은 아시고, 마니아분들 또한 많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저는, 이제서야 빠져버리고 말았답니다. 이 책에 먼저 빠지게 된 계기는 영화를 보고 나서 였는데요, 영화를 보고 나니 원작은 과연 어떨지에 대한 궁금증이 마구 샘솟더라고요. 그래서 그 궁금증을 안고 다시 영화를 보고 나서, 이제서야 책을 읽게 되었답니다. 영화 속 사랑스러운 엘리자베스와 다아시를 한 번 보시죠!
책 소개 코너답게, 오늘 제가 소개할 것은 영화가 아닌 책인데요. 저는 앞서 쓴 교보문고 서점 관련 글에서도 언급했었지만, 종이책의 바스락거리는 질감을 좋아해서 e북을 그리 선호하지는 않는답니다. 그런데! 요즘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동네 도서관이 문을 닫게 되면서.. 또르르..항상 슬픈 일이 있으면, 좋은 일도 있듯이! e북의 세계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게 되었어요.
『오만과 편견』은 책으로도, 영화로도 너무나 잘 알려져 있지만, 제 나름대로 이 책을 소개해보자면, 한 마디로 '사랑'에 관한 이야기에요. 하지만 그 사랑이 그리 단순하지는 않아요. '오만과 편견'에 사로잡힌 두 주인공이 서로를 오해하고, 지켜보고, 이해하고, 그리워하고, 사랑에 빠지는 여러 과정이 담긴 소설이거든요. '오만'은 다아시를, '편견'은 엘리자베스를 상징하는 듯하지만, 이 오만과 편견은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기에 그 과정을 읽으면서 사람과 사랑을 대했던 내 태도를 돌아보게 해주고, 성찰하게 해주기도 합니다.
또 읽다 보면, 어느새인가 엘리자베스에, 다아시에, 제인에, 빙리에, 이 소설의 감정선을 책임지는 모든 인물들이 내 마음속에 들어와 둥지를 트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그만큼 이 소설은 매력적이고, 사랑스럽고, 모든 인물들이 생생히 살아 숨 쉬고 있는 듯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재밌다는 사실이겠죠. 저처럼 고전은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묘한 거부감을 느끼고 있는 분이시라면, '사랑'이야기를 읽고 싶지만, 뻔하지 않은 '사랑' 이야기를 다룬 소설을 읽고 싶은 분이시라면, 저는 꼭꼭 추천드리고 싶네요!
제가 영화를 3번이나 보고, 내용을 전부 다 알았음에도 책의 매력에 또 퐁당! 빠져버린 이유, 셋!
첫 번째, 영화 속 배우들만큼이나 매력적인 엘리자베스와 다아시, 두 번째, 영화와 다른 내용 전개, 세 번째, 제인 오스틴 작가의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이야기 흡입력
이라고 말할 수 있겠어요. 전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읽은 거라 기준을 영화에 두고 있다는 걸 미리 전제하고 글을 읽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
✅ 역시나 당찬 매력의 엘리자베스! 다아시, 너는 성격이 좀 다르네?
엘리자베스 역할은 영화로 먼저 접하고 책을 읽었기 때문에, 관찰력이 뛰어나고 자기 주관이 뚜렷하며 무엇보다 정말 사랑스러운 성격을 키이라 나이틀리 배우분이 잘 살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다아시 역은 영화 속에서는 말수도 적고, 왠지 모를 신비로운 느낌이 폴폴 나는 느낌이었다면 책에서는 조금 더 거만하고 조금 더 말이 많은 캐릭터 같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영화 속에서 표현한 캐릭터가 더 제 취향입니다. ) 특별히 성격 면에서 차이점이 있었다기보다, 책을 읽고 다시 영화를 보니 영화는 러닝타임이 존재하기에 많은 부분이 편집되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아마 영화에서는 대화 장면도 적고, 성격적인 부분도 적게 표현된 것 같아요.
✅ 우리, 만나는 과정이 좀 다르네?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면은, 영화 속에서 정말 유명한 장면인 다아시가 비바람을 뚫고 엘리자베스에게 그동안의 마음을 고백하는 장면인데요, 영화 속에서는 다아시의 마음이 제대로 나온 적 없이 엘리자베스에게 고백했기 때문에 살짝 급하게 마음을 전하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그만큼 더 설렘 지수는 올라갔었던 장면이었죠..! 그런데, 책은 좀 다릅니다. 책에서는 다아시가 "어느 아름다운 여인의 멋진 두 눈에서 얻을 수 있는 커다란 기쁨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있었거든요."라든가 "많이 걸어서 그런지 더 반짝거리던걸요."라든가 "다아시는 태어나 처음일 만큼 엘리자베스에게 푹 빠져있었다."같은 표현들이 많이 등장하고 엘리자베스를 만나기 위해 찾아간다거나, 엘리자베스의 행동들을 유심히 지켜보는 등 관심이 담긴 여러 행동들도 많이 보여줍니다. 그래서 다아시의 감정선이 이해가 되기에 그 고백이 어색하게 느껴지진 않습니다.
또 다른 점은, 이 고백을 할 때의 장소인데요. 영화 속에서는 앞서 말했다시피 비바람이 내리치는 야외에서 다아시가 자신의 마음을 다 쏟아내는 고백신이 등장했는데요, 책에서는 엘리자베스가 절친한 친구인 샬럿의 집에 머무는 중에, 근처에 있던 다아시가 찾아와 마음을 고백합니다. 아무래도 영화 속 장면이 굉장히 영화처럼(?) 아름답게 보였기에 책에서 그 장면을 기대하며 읽던 저로서는 조금 아쉬웠습니다만, 이 장면을 제외하고는 다른 부분들에서는 오히려 더 설렘 지수가 올라갈 부분도 많았다는 사실!
✅ 멈출 수 없어! 너무 재밌어!
제가 읽은 『오만과 편견』은 더디 출판사의 e북이었는데요, 종이책으로는 접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책과 e북의 내용이 완전히 같을 지는 모르겠어요! 아마 출판사들마다 번역 스타일도 달라서 내용면이나 문체면이나 다른 점들이 어느 정도 존재하리라 짐작합니다. 이 점도 미리 알아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아무튼! 내용이나 문체가 조금씩 다르더라도, 대부분 비슷할 것이라는 전제 하에, 『오만과 편견』은 너무나 재밌는 소설이라고 감히 자부합니다! 앞서 말했듯 영화를 무려 세 번이나 보고 책을 읽었는데도, 책만이 주는 글을 통해 전해 오는 심리 묘사, 감정 전달이 제인 오스틴 작가가 왜 유명하고 왜 이 작품이 고전 중에서도 재밌다고 명성이 자자한지 아주 잘 알겠더라고요. 내용 자체도 사랑 이야기라 재미없을 수 없는 소재이지만, 뻔한 소재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뻔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에는 다채로운 인물들과, 또 인간적이라 공감 가면서도 색깔 있는 인물들마다의 성격, 또 제인 오스틴 작가의 유머와 재치가 아닐까 해요. 작품 해설에서는 특유의 비꼬는 말투가 있어 더 재미있었다고 하던데 그 말에 공감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구절을 몇 개 가져와 봤어요. 이 구절들을 끝으로 이번 글도 마무리할게요. 아직 『오만과 편견』을 접하지 않은 분들이라면, 기회가 될때 영화든, 책이든 보시고 저와 같이 대리 설렘과 즐거움을 많이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대리 설렘과 즐거움을 느낌과 동시에, '왜 제목이 오만과 편견일까?'하는 질문을 계속 생각하며 글을 읽어나갔는데요, 제가 내린 결론은, '우리가 흔히 빠지는 오만과 편견을 어떻게 뚫고 사랑을 이루어 나갈 것인가.'를 강조하는 제목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엘리자베스가 다아시에 대해 엄청난 편견과 증오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여러 주위 사람들을 통해 그 편견을 거두어 가는 모습을 묘사함으로써 우리 모두는 어느 정도의 편견과 오만함을 가지고 있기에, 그래서 어떤 종류의 편견을 거두어들이려면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쉽지 않기에,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한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 또한 들었어요. 단순히 사랑만을 담은 소설이라기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춰서 보면, 여러 방면으로 해석이 될 수 있는 매력적인 소설 같습니다.
이제껏 읽어본 모든 책들을 근거로 장담하는데, 오만은 아주 흔해빠진 거야. 특히 인간은 쉽게 오만해져. 우리 중에서 진짜든 상상이든 자신이 지닌 이런저런 장점 때문에 자아도취에 빠지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 허영과 오만을 같은 뜻으로 쓸 때가 많지만 이 둘은 엄연히 달라. 허영이 없는 사람도 오만할 수 있어. 오만은 우리가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와 관련이 깊은 데 반해, 허영은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와 관련된 거거든.
더디 출판사의 e북 기준 72p.
그녀가 캐서린 영부인에 대해 들은 엄청난 찬미 가운데 어떤 특별한 재능이나 놀랄 만한 미덕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따라서 단지 돈과 지위에서 비롯된 위엄이라면 두려움 없이 대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더디출판사의 e북 기준 531p.
그의 소식을 전혀 들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그의 소식이 몹시 듣고 싶어졌다. 더 이상 만나기 어려울 것 같은 시점이 되어서야 다아시와 함께라면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더디출판사의 e북 기준 985p.
"다아시씨, 저는 굉장히 이기적인 사람이에요. 그래서 제 마음이 편해지기만 한다면 다아시씨의 마음이 얼마나 상하건 신경 쓰지 않을 겁니다. 이제는 더 이상 모른 척하고 있을 수가 없으니 제 가련한 동생에게 전례 없는 친절을 베풀어주신 데 대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려야겠어요. 그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 제가 얼마나 고맙게 생각하는지 말씀드릴 기회만 손꼽아 기다려왔어요."
더디출판사의 e북 기준 115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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