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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이 Sep 01. 2019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온전한 '나'를 발견하게 해주는 책_백세희 에세이


소스를 묻히기 전 흰쌀떡같은 책


   이 책을 읽고 난 후 첫 감상은 '흰쌀떡'같은 느낌의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저자가 좋아하는 떡볶이의 떡이 쌀떡인지 밀떡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쌀떡을 좋아해 쌀떡으로 생각했다.)



떡볶이에는 떡부터 시작해서 어묵, 고추장, 고춧가루, 소시지 등 많은 재료가 들어가지만 '떡볶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기본 재료는 '떡'이다. 만들어진 떡볶이의 소스를 다 발라내고 다른 재료들을 빼고 나면 떡볶이의 민낯이 드러난다. 이 민낯을 보는 느낌이 이 책을 읽은 느낌과 같았다. 저자의 마음속 민낯, 마음속 아주 깊은 곳을 본 느낌이었다. 하지만 저자의 마음속뿐만 아니라 나의 마음속까지 들여다보고 위로를 받는 느낌이었다.



이 책은 상담 기록 에세이라 다른 에세이들과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이때까지 내가 읽은 자기 계발서나 에세이들 보다 특히 솔직하고 깊은 내면을 보여주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더 와닿고 깨달은 점이 많았다. 밝은 내면뿐만 아니라 어두워서 남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그런 내면조차 보여주는 글에서 진심이 묻어 나왔고 그래서 이 책이 입소문만으로 베스트셀러에 올라 독자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자신의 가장 깊은 내면은 말하기 두렵고 부끄러울 텐데 이 저자는 용기 있게도 스스로 사적이고 구질구질하다고까지 말하는 저자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을 치유해주고 가장 가까이서 토닥거려주고 있다.






01.  이 책의 의미



 왜 사람들은 자신의 상태를 솔직히 드러내지 않을까? 너무 힘들어서 알릴 만한 힘도 남아 있지 않은 걸까? 난 늘 알 수 없는 갈증을 느꼈고 나와 비슷한 사람들과의 공감이 필요했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을 찾아 헤매는 대신 내가 직접 그런 사람이 되어 보기로 했다. 나 여기 있다고 힘차게 손 흔들어 보기로 했다. 누군가는 자신과 비슷한 내 손짓을 알아보고, 다가와서 함께 안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8p.)



  이 책은 저자의 말처럼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한 '손짓'이다. 우리는 자신의 위치를 알리기 위해,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그리고 존재를 알리기 위해 손짓을 이용한다. 손짓 하나가 자신의 존재를 설명하고 이러한 손짓이 다른 사람에게 하나의 지표가 되어 위치를, 의견을, 존재를 알릴 수 있는 방법이 되도록 가르쳐주는 것이다. 즉, 저자의 손짓이 지표가 되어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을 발견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손짓인 상담 기록을 책으로 엮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려주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저자의 진솔한 고백들이 담긴 책으로 인해 책 뒤표지에 나와있는, 이 책을 통해 위로받았다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나 또한 위로받고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02.  이 책의 매력 포인트



  이 책의 매력 포인트는 앞서 말한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 구절들과 느낀 점 위주로 설명하려 한다.



: 다른 사람과의 비교가 아닌, 나 자신을 바라보기 _61p.

      




보통 꿈이 현실이 되기 전에는 '이뤄지기만 하면 더 바랄 게 없겠다'라는 생각을 많이 하잖아요. 만약 꿈이 이뤄졌을 때도 그때의 마음이 생각난다면, 지금의 삶이 보너스처럼 느껴지지 않을까요? 내가 무언가가 부러울 때, 스무 살의 내가 지금의 나를 바라본다면 어떨까요? "대학교 나와서 출판사 다니네?" 하지 않을까요?(61p.)



  나는 누군가가 부럽고 나보다 잘난 것 같을 때, 그 사람과 나 자신을 비교할 때가 많았다. 그 사람은 가졌고 내가 못 가진 것은 무엇인지 비교하며 왠지 모르게 씁쓸한 기분을 맛볼 때가 많았다. 그런데 위의 인용구를 읽으면서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5년 전, 10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정말 많이 다르다. 5년 전, 10년 전에는 세상의 밝은 면을 보기보다는 어두운 면을 좀 더 깊게 바라보곤 했었다. 또 나 자신을 먼저 생각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먼저 살피곤 해 정신적으로 지치는 날들이 많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소중한 사람을 만나 아름답지 못한 세상의 모습도 아름답게 볼 수 있는 힘이 생겼다. 또한 그 사람의 영향으로 인해 나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되었고 다른 사람보다는 나를 먼저 생각하게 되었다. 5년 전, 10년 전에 내가 지금의 나를 만난다면 정말 많이 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렇게 말해줄 것 같다. 이미 충분하다고, 고생 많았다고,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이다.



전에 김연아 선수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내가 극복하고 이겨내야 할 대상은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내 안에 존재하는 또 다른 나'라고 말이다. 다른 사람과의 비교가 아닌, 나 자신의 이전보다 더 나아지고 변화한 모습에서 좋은 점을 찾아내고, 나 스스로 더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것, 이 방법이 다른 사람과의 비교를 통해 얻어지는 씁쓸함보다 훨씬 가치 있고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 그놈의 흑백논리_97p.



......(중략) '흑과 백' 둘 중 하나만 선택하려고 하네요. 사람을 사귀거나 안 사귀거나, 아주 친하거나 다시는 보지 않거나, 터뜨리거나 참는 거요. 늘 예스 아니면 노의 선택지만 존재하고, 중간 단계는 아예 없네요.(97p.)



  흑백논리란 모든 문제를 흑, 아니면 백, 두 가지 방식으로만 구분하여 양 극단 이외의 것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 아주 극단적인 논리를 말한다. 위의 인용구는 이 책에 나오는 정신과 전문의 선생님이 저자의 말을 듣고 얘기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나는 이 구절이 비단 작가에게만 하는 말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정확히 내 생각과 일치하는 논리였기 때문이다.



나는 어릴 적부터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들이 나에게 조금만 차갑게 굴어도 나를 싫어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나를 보고 웃으면 다시 나를 좋아한다고 생각하곤 했다. 지금 생각하면 사람은 여러 가지 모습이 있고 모든 행동이 그 사람의 생각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어릴 적에는 사람 관계에 있어서 상대방이 '나를 싫어하거나 좋아하거나' 이 두 가지로만 생각했던 것 같다.



지금도 완전히 이런 생각이 나를 지배하지 않는 것은 아니기에 이 구절을 읽었을 때 '어릴 적부터 나를 지배해왔던 생각이 흑백논리였었구나. 바로 이것이었구나.' 하는, 오랫동안 이름도 알 수 없는 통증을 계속 느끼다 이제야 병명을 알게 된 사람처럼 왠지 모를 통쾌함과 무의식 중에 흑백논리라는 것이 나를 오랜 시간 지배해왔다는 사실에 씁쓸함이 함께 몰려왔었다.



이러한 극단적인 생각을 나아지게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 방법은 인간은 입체적이며 우리 자신은 다 여러 부분을 가지고 있다(103p.)는 말을 계속 생각하고 의식하는 것이다. 회색에도 무수히 많고 다른 색이 있듯이, 하나의 색으로 단정 짓는 것이 아니라 여러 색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이 책은 해결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98p.)






  여기에 이 책의 매력이 있다. 상담 기록 에세이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겠지만, 저자의 진솔한 고백과 선생님의 진심 어린 조언을 통해 나 자신 또한 책을 통해 상담을 받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 그래서 오랫동안 내가 가져왔던 생각들의 오해를 풀고 해답을 제시해주고, 온전한 '나'를 발견하도록 도와주는 것 말이다.




03. 추천 독자



  이 책은 모든 사람들이 다 한 번씩은 읽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드는 책이다. 어느 누구나 밝은 면만 있는 게 아니라 어두운 면 또한 함께 가지고 있고 그 어두운 면의 원인과 이유, 해결 방법까지 이 책이 제시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저자의 솔직한 고백이 주는 힘을 모든 분들이 느끼고, 받아들이고 자신의 어두운 면 또한 사랑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두려워하지 말고 정면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는 항상 불행하고, 우리의 슬픔과 괴로움, 그리고 두려움에는 늘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그 사실을 말이다. 이런 감정들을 따로 떼어 놓고 볼 수는 없는 법이다.(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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