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문연 Jun 21. 2018

감격스러운 첫 계약

내가 책출간 계약이란 걸 하다니! 이거 실화냐?


100일 프로젝트가 지나고, 책을 써야겠다는 나의 열망은 점차 사그라들었다(몇 군데 출판사에 기획안을 보낸 것도 같은데 2011년의 일이라 메일로 남아 있지 않아 확인할 방법이 없다). 1/3정도 쓰고 나머지 원고를 써야 하는데


한 번 사그라든 열망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다시 부풀어 오르기가 쉽지 않았다.


블로그 글에만 익숙한 나머지 글쓰기에 대해서 제대로 한 번 배워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단군 프로젝트를 통해 알게 된 한명석 선생님의 글쓰기 강좌를 듣기 시작했다. 직장을 다니지 않는 나에게 겨울은 유난히 견디기 힘든 계절이었는데 목표가 있는 배움으로 그나마 추위를 견뎌낼 수 있었다.     


그렇게 겨울이 지나고 봄이 지나면서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모 출판사의 팀장이라는 그녀는 내가 어느 여성 자기계발 카페에 쓴 글을 보고 전화를 했다고 했다. 내가 쓴 글에 관심이 있다면서 책으로 낼 생각이 있냐고 물었다. 이 질문에 나는 이게 웬 행운이냐를 속으로 외쳤다. 하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 안 그래도 책을 준비 중에 있다며 출판사 팀장인 그녀가 던진 낚시줄을 잡았다.     


출판사 쪽에서는 바로 만나서 이야기하길 원해서 약속 날짜를 잡은 뒤 만나기로 하였다. 그 때 당시의 나는 직장을 그만두고 스타일 코칭을 시작한 지 2년이 조금 지난 때였고 그 때까지는 생각한 대부분의 것들이 현실화 되는 시크릿(자기계발서)의 기운이 충만해 있던 때라 뭘 하는 것에 있어 주저함이 없었다.     


출판사 팀장이 내 글을 본 건 여성을 위한 자기계발서를 출간한 저자가 운영하고 있는 2030 여성들을 위한 자기계발 카페에서였다. 나는 나를 알리기 위해 내가 쓴 스타일링 글을 관련 까페에 열심히 퍼 나르고 명함도 올리곤 했는데 스타일북을 기획 중이던 출판사 팀장이 내 글을 그 까페에서 본 것이다. 그 팀장은 카페를 운영하는 그녀(저자)가 자기계발서를 출간한 바로 그 출판사의 팀장이었다. 이런 우연적인 행운이 나에게 너무나도 일찍 찾아온 것은 내가 책을 준비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었다.     


종각역의 스타벅스에서의 만남. 팀장은 직원을 2명이나 데리고 왔다. 출판사 직원들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스타일리시하여 놀라웠다. 팀장은 기획 중인 책의 컨셉에 대하여 대략적으로 설명하였고 나 또한 그 컨셉이 내가 내고자 하는 방향과 비슷하다고 생각해 만남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그 날 바로 계약서를 메일로 보내주었고 그렇게 첫 계약은 성사되었다. 난 이런 계약이 처음이라 지인분께 계약서에 대한 내용을 검토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뭐 책도 출간한 출판사가 일개 초보 저자에게 엄한 계약서를 들이밀었겠냐마는 그래도 나는 초보였기에 신중을 기했다.     


첫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얼마나 자랑을 했는지 모른다.


책은 나와봐야 아는 것이지만 그래도 계약할 그 당시만큼은 이제 내가 책을 낸다는 것과 내가 저자가 된다는 것이 바로 코 앞에 와 있는 것마냥 기뻤다. 직장을 나와 이렇다할 뭔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더 기뻤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내가 이 정도 노력하고 있다고. 내가 하려는 게 이런 거라고. ‘인정’ 받을 수 있는 무기가 생겼다고 생각했다. 책은 나의 정체성을 정립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거라 생각했기에 원고의 2/3을 채우기 위해 나는 다시 의욕에 불타올랐다.     


초보 저자의 한 줄 생각     


준비하는 자에게 행운이 온다고 했던가. 그 말을 100% 믿지는 않았지만 ‘책을 준비’하면서 컨택했던 출판사에서는 거절을 당했던지라 이렇게 뜻밖의 곳에서 계약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 때는 나라는 사람과 내 글을 보여줄 플랫폼이 거의 없었던 때라 ‘까페’를 통해 연락이 된 건 진짜 운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요즘은 브런치같은 플랫폼을 통해 책 출간의 기회가 더 많아졌다. 낚이고 싶다면 나를 드러내라.     


* 이 매거진의 글은 2013년 출간한 ‘스타일, 인문학을 입다’란 책의 3년간의 출간 과정을 담은 에세이(2015년 기록)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한량, 아침형 인간이 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