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터널에서

흔들리는 집

by 솔채

소파에 누워 집 구석구석을 바라보았다. 오늘따라 눈에 하나둘 거슬리는 것들이 보인다. 그렇게 밤새도록 방 구조를 바꿨다. 마치 테트리스를 하는 것처럼 공간에 하나둘 배치해 보지만 늘 한두 칸이 맞지 않았다. 분명 머릿속에서는 잘 어울렸던 그림인데 현실에 놓이는 순간마다 늘 오류투성이다. 한순간에 미로처럼 복잡해진 공간을 바라보며 멍해진다.


이번엔 책상이 문제였다. 처음엔 창 가까이에 두었는데, 밖에서 들어오는 조명의 인공 빛이 너무 강했다. 커튼을 치면 또 너무 어두웠다. 한쪽 벽으로 붙이자니 답답했고, 거실 중앙에 두니 바다 위에 놓인 배처럼 흔들흔들 불안하고 어색하기만 했다.


책상만이 아니었다. 소파, 책장, 심지어는 식탁까지도 몇 번씩 제자리를 잃고 둥둥 떠돌았다. 무겁게 끌려다니는 가구 소리에 마루 바닥도 내 몸도 금세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그런데도 멈출 수가 없었다. 사실 흔들리는 건 가구가 아니라 내 마음이라는 걸, 나는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미로 사이를 피해 다니다 툭 책상을 건들었다. 위에 놓인 노트북이 저절로 깨어나듯 켜졌다. 화면 속 커서가 깜빡이며 오래 멈춰있던 글을 재촉했다. 적힌 건 단 한 줄, 제목뿐이었다.


〈텅 빈 터널에서〉


애써 감추고 있던 마음이 들킨 것만 같았다. 벌써 몇일째 제목을 더듬으며 글을 쓰고 지우고를 반복할수록 이상하게 마음이 허전했다. 내가 쓰는 문장들인데도 내 것이 아닌 것 같은 기분이다. 마치 누군가 먼저 이 이야기를 세상에 풀어버린 듯한 불안이 가슴 깊은 곳에서 서서히 부풀어 올랐다.


그 순간 창밖에서 덜컹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기차였다. 늘 같은 시간, 같은 소리. 하지만 오늘은 유난히 거칠게 느껴졌다. 기차가 지나간 뒤에도 집은 여전히 흔들리고 있었다. 공간 사이사이 흐트러진 가구들도 쓰러질 듯 위태롭게 움직이고 있었다.


불 꺼진 집 안에서 공허하게 혼잣말을 내뱉었다.

“ 아무리 옮겨도... 제자리는 없는 걸까”


하지만 이미 나는 알고 있었다.

제자리를 찾지 못한 건 가구가 아니라 나 자신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