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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의 ‘엔진(Engine)’ 생명이라 함은.

무엇으로 살아 움직이는가?

by MooAh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 는 모든 생물이 얼어붙는 빙하기 세상에서 생존의 절대조건이 멈추지않는 열차에 탑승하는것이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계급투쟁을 그리고 있다. 계급주의 현대사회를 열차로 축소시켜 놓았다.


사람끼리 잡아먹고 바퀴벌레 단백질바 (영양갱같다.) 로 연명해야하는 맨 꼬리칸의 주인공이 엔진실 까지 돌진해 가는 쿠데타 이야기 인데 앞칸으로 갈수록 점점 호화로운 상류층 문명을 접할수 있다. 앞칸 승객들은 클래식 연주 속에서 스테이크를 즐기고 수족관에 활어를 키워 스시를 먹는다.



설국열차에 탑승한 인류 모두가 아날로그 엔진 하나에 생존을 기대야 하는 상황에서 엔진을 차지하는자가 곧 설국열차의 질서를 책임지는 리더가 된다. 열차가 멈추면 모두가 얼어 죽기에 엔진이 곧 신이다. 엔진을 멈추지 않게 하기 위해 어린아이들을 희생해 엔진실에 가두어야 한다는 설정은 자연재앙 앞에서 신에게 인간을 제물로 바치는 야만적 고대신앙을 연상케한다.


*설국열차는 그래픽노블이 원작이고 영화가 성공한후 TV드라마 시리즈로도 제작 되었다.




인간의 산업문명은 엔진의 발명으로 부터 시작됐다고 할수있다. 엔진이 없이 전기 모터로 작동하는 전기차가 점점 대세를 이루는듯 보이지만 디지털 최첨단 장비는 전선하나만 끊어져도 무용지물이 된다. 전기공급이 끊기면 자동차가 아니라 고철일 뿐이다. 혹한환경에서 내구성에 있어선 물리적 엔진과 비교가 안된다.


자동차 액션영화인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핵전쟁이후 인류문명 멸망후에도 구동되는 엔진 자동차들이 메인으로 연료가 곧 권력이다.
86년 당시 회장님 차 1세대 그랜저가 지금도 현역으로 중고 매물로 나온다. 당시 회장님들은 트렁크에 이동 전화국을 설치해 벽돌크기의 카폰을 썼다. 안테나가 그거다..


아날로그 엔진구동 자동차는 부품을 계속 교환해주면 수십년 세월이 흐르고 몇십만 킬로를 달리던 항상 싱싱한 성능을 보장 받을수 있다. 수리비가 가성비에 안맞기 때문에 폐차를 하는것이고 수리비 상관없이 애착을 가지고 관리하면 수십년 클래식카도 여전히 구동이 가능하다. 그것이 엔진을 가진 자동차이고 반면, 배터리를 기반으로 모터로 작동되는 전기차는 배터리 성능만큼 정해진 일정한 수명이 있다.



십여년전 연비혁신처럼 각광받았던 (전기차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초창기 하이브리드 차량들 중고가는 현재 상당수 폐차수준이다. 소모품인 배터리 교체시기가 되감에 언제 엔진이 멈출지 모르는 폭탄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구형 배터리를 교환하자니 차값만큼 나오는지라 차라리 버리고 순수 엔진이나 (기술발달로 배터리 수명이 길어진) 신형 전기차로 바꾸는것이 이득이다. (다이소에서 배터리 사다가 바로 교환하는 시대가 오지 않는한) 하이브리드 차량은 과도기 시대산물로 중고차 시장에서 일회용 소모품 신세를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스마트폰 나오기전의 PDA폰 경우다. 그 당시 하이브리드 신차 구매자들은 배터리 수명 연비 따져보고 - 기간안에 충분히 본전 뽑는다는 판단하에 - 구입을 결정 했을것이다. 가성비 분기점을 지나 만기상환 다 채운거다.)


테슬라 쌍둥이 전기차 두대가 우연히 마주쳐 앞뒤로 주차돼있다. 전기차는 엔진이 없음으로 후면에 배기구도 없고 전면에 고기굽는 불판도 없다.


인간의 육체도 하이브리드 차량과 구동 매커니즘이 비슷하다. 정신이 전기신호라면 육체를 구동시키는 원동력은 아날로그 ‘엔진(심장)‘ 이다. 관리하기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노쇠라는 규칙을 벗어날수 없고 년식에 따라 점점 여기저기 부품들이 고장나고 삐걱대다 배터리가 소진되고 엔진(심장)이 멈추면 공식사망 판정을 받는다.


년식이 오래되면서 몸하나 관리 건사하기가 쉽지않고 가지가지 속 썩인다. 얼마전 동네마실 자전거타기 시도해 보려고 자전거 옮기다 바로 왼쪽 어깨 근육파열이 왔다. (‘만세‘ 가 안된다.) 병원에 가서 초음파 검사를 해보니 미세근육들이 끊어 졌다고 한다. 십여년 병마에 쇠약해진 50kg 근육들이 자전거 하나 다룰 물리적 힘을 감당 못한것이다. (MTB 로 산에서 고꾸라지고 뒹굴던 젊은날의 육체가 아니다.)


의사말로는 한번 끊어진 실들은 부품교환(복구)이 안된다고 한다. 재차 물어도 남은 (근육)실이라도 잘 챙기는 수밖에 없다고 한다. 운동선수 였다면 선수생활이 끝난것이고 현재로선 수저들 정도의 힘만 남았다. 평생 왼손잡이 였는데 오른손 잡이로 전향해야만 한다. (의사말과는 다르게 ChatGTP는 끊어진 미세 근육도 복구재생이 된다고 희망적인 답을 한다.) 불구가 됐다는 말을 너무도 아무렇지 않게 의사가 말하는것이 서운해 조만간 다른 정비소(병원) 에도 가볼 생각이다.


차로 비유하면 미션이 나간 미션슬림 현상인데 밟아도 힘을 받지 못하고 느릿느릿 행동이 굼떠진다. 어떻게 된거야? 문고리 하나 혼자 갈지 못하는 신세가 된건가 자문중이다. 자동차와 같이 부품을 돈만주면 새것으로 갈아끼울수 있는것도 아니고 타인의 조력이 없으면 혼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노인들의 굼뜸이 점점 남일같지 않다.


*줄기세포를 이용해 필요한 부품(장기)들을 배양하는 기술이 아직 완전히 성공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으며 설령 성공한다 쳐도 상용화 되려면 갈길이 멀고도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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