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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중후반 세대 대기업 직원 [김부장]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by MooAh


넷플에서 소설 웹툰원작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라는 드라마를 보고있다. 이 시대 나와같은 50중후반 베이비부머 마지막 세대의 이야기다.


‘서울에 자가 아파트를 보유하고 대기업 부장‘


대기업에 입사해 성실하게 직장생활로 이룰수 있는 성공적 삶을 살아낸 50 중반 스탠다드 처럼 들린다. 직장인 대다수가 부러워 바라보는 50중후반 성공적 직장인의 교과서같은 제목이다.



같은 직장인 이라도 어느 기업에 다니냐에 따라 등급이 갈리고 대기업 부장쯤 되면 왼만한 중소기업 사장 안 부러운 위치다. 직장 생활 하면서 한눈 안팔고 청춘을 다 바쳐 노력한 트로피로 서울에 (대출끼고) 아파트 장만한것에 성취감을 느낀다. 남들에 비해 성공 노선을 걸어왔다 자부하지만 년식이 차감에 대기업 직원이면 누구나 겪는 승진이냐 밀려나느냐 갈림길에 놓이게 된다. (피라미드 구조에서 오래된 부속갈이를 해야 신입 들어올 자리가 생긴다.)


자본주의 경쟁 사회는 계층별로 삶의 질이 다르다. 일당 십만원 노동계층과 일당 천만원 연봉받는 대기업 임직원의 삶 패턴은 하늘과 땅 차이다. 매일 한우 스테이크를 먹느냐 한달에 한두번 맛보냐,


50중후반 부장에서 승진은 임원이요 밀리면 자의반 타의반 명퇴로 그간 누렸던 계층적 삶에서 내리막길을 걸어야 한다. 확률상 피라미드 상층부인 대기업 임원직 되는것보다 명퇴해서 카페나 치킨집 차려 퇴직금 날리는것이 주변에서 흔하게 보던 패턴이다. 초짜가 장사해서 성공할 확률은 그리 크지 않다. 그래서 건물주 꿈에 부풀어 대출끼고 건물이나 상가투자했다 망하는 것이 요즘의 신 트랜드다. 김부장은 그런 평범한 50중후반 은퇴 직장인 요즘의 일반적 행태를 그대로 보여준다.



김부장은 공황장애에 시달린다. 남보기 부러울것 없어 보이는 타이틀이 그에겐 도박판의 승패를 결정짓는 도마위다. 지난 삶을 돌아보기도 하면서 나아가느냐 주저앉느냐 눈앞에 닥치는 변화를 어떻게 대처해야 옳은지 계속 갈등한다. 50중후반 이란것이 그런거다. 자식 결혼 시키고 노부모 부양하고 가족을 거느린채 부담해야할 책임감은 막중한데 걸치고 있던 사회적 지위라는 껍데기가 벗겨지는 시간이 퇴직이다. 50대 중후반에 은퇴를 하면 노후 준비하기엔 억울하고 새로 출발하자니 구세대 취급당하고 할수 있는일이 매우 한정적이다.


계층에 변화가 오면 모든것이 새롭고 어설프다. 남에게 맏기면 됐던 시절에서 왼만한건 D.i.Y 로 때울려 해도 할줄 아는게 없다. 자격증 따기도 어렵고 따도 일잡긴 힘들고 갈데도 없고 할것도 없다.( A.I 시대엔 나이 먹으면 기술직만 살아 남는다는걸 체감한다.) 새출발 하려니 나이만 먹었지 아무 기술 능력없는 아이와 마찬가지다. 대기업 다녔다고 해서 대리기사 음식배달 하는데 어드벤테지 그런거 없다. 택시기사 경비원등이 그나마 비벼볼만하다. 청춘 다 바친 직장에서 명퇴맞고 (자영업이나 투자사기로) 퇴직금 날린 중년들의 일반적 선택지가 대충 그러하다.


햇살아래 마당 뛰놀다 겨울에 집안에 갖혀지내면 고양이들 만성 우울증 걸리기 쉽상이다. 소파는 노묘가 차지하고 사람은 바닥에.. 털쟁이들끼리 좁은 집안에서 부대끼며 겨울나기 해야한다


’행복 불감증‘ 을 다른말로 바꾸면 ’만성 우울증’ 이다. 나이에 따른 상실감에서 오는 사회적 현상으로 50중후반이면 누구나 경험하게 된다. 성공가도를 질주하고 있다한들 나이에서 오는 중압감을 거스를수는 없다.


친구와 노년이 막 들이닥치는데 준비없이 어찌 살아가야 하노 일상 잡담중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보고 짠하다는 말을 했더니 바로 타박이 들어온다.


“야! 니가 누굴 동정하니 니가 몇십배는 더 불쌍해. 그런 사람들… 어쩌고“


대부분 제목만 보고 사람들은 배부른 사람들 이야기 라고 비꼴지도 모른다. 맞다. 그보다 못한 처지가 더 수두룩 하니까.. 작가가 구차해 보이는 긴 제목으로 노리는 아젠다가 정확히 그거다. 서울 자가에 대기업 중간 간부직, 남들보기 성공해 보이는 모범적 스탠다드 중년삶 이지만 정년 나이에서 오는 사회적 박탈감과 상실감의 위기는 직장인 누구나 같다라는 공감대를 말하고 싶었을거다. (신입을 모델로 하는 직장드라마는 ’미생‘이 있다.)


나 역시 사회적 지위나 위치를 떠나 50중후반 누구나 겪는 보편적 상실감을 말하려 했지만 어쩌다 드라마 예를 들다보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다. 제목부터 말하다보니 의사 전달 선후가 잘못됐다. 내 처지에서 남을 동정하는것 자체가 남에겐 (연예인 걱정하는) 주제넘는 사치로 보이는거다.


온다 또 겨울 크리스마스가.. 올해는 트리 꾸밀 맘도 생기질 않으니.. 젊었을땐 크리스마스 파티용으로 사고 싶었을 바지다.


재산이 많은 50대와 가난한 50대 삶의 패턴은 장르가 다르다. (가난은 재난 장르다.) 그러나, 나이에서 오는 서글픔이 선택사항은 아닌지라.. 맛의 정도 차이가 있을뿐 누구나 같은 노화라는 맛없는 것을 먹는다. 중년 막바지엔 어느 장르를 살아가던지 둘러보면 같은세대 안에서 죽음도 조금씩 알짱거리고 누구나 상실감을 체감하고 소주냐 와인이냐 허무감을 음미한다.


”가진게 돈밖에 없어“ 80 바라보며 병원 부지런히 다니는 부자 노인의 푸념은 진짜 체념어린 한탄이다. 그런 한탄이라도 해보고 싶어 발버둥치다 막 내리는것이 일반적 삶인지라.. 중년 막바지의 만성 우울증이 그렇게 오는건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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