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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자뻑의 역사 되감기.

by MooAh


내가 멋있다는걸 처음 알게된 시기가 초6학년때야. 좀 빨랐어. 아버지가 (조름에 못이겨) 이소룡 쌍절곤을 사주셔서 오른쪽 왼쪽 겨드랑이 한번씩 쳐주시고 어깨뒤도 한번, 그리고 겨드랑이에 끼고 한손을 쭉 뻗어 손바닥 피고 아죠 아조조조 닭소리를 내면 멋짐 완성끝.


뒤에서 너 바지 안 내리고 응아?


거울앞에서 폼잡으면 그렇게 멋져보이면서 나루토시즘이 파도를 넘실대는거야. 영구나 맹구는 어김없이 쌍절곤으로 자기머리를 때리는데 나는 단 한번도 내 머리를 쳐본적이 없거든. 그들이 자기머리를 때려야 돈을 번다는것까지 아이들이 생각하진 않아.



쌍절곤 한두달 갖고놀다 바로 내던진 이유는 성룡 때문이야. 손으로 뱀 판토마임을 보여준 사형도수, 술잔들고 비틀대는 취권이 너무나 재밌고 멋져 보이는거야. 아무리 힘쎈 깡패가 때로 덤벼도 손으로 뱀머리 하고 입으로 쓕슉대면 다 이길줄 알았어.


척척 박자맞춰 기계체조식으로 합을맞춰 싸우는 홍콩영화가 당시 유행이었는데 따라하면서 현실에서 애들이 무식하게 마구잡이 싸우는거 보면 개싸움 같아서 비웃었어. 홍콩 무협영화가 국내를 휩쓸땐 진짜 중국엔 무림이란 곳이 존재하고 소림사가 무림의 지존 명가라고 다들 인정. 소림사의 36방 테스트를 통과하기만 하면 장풍은 물론 나무 사이로 학처럼 날라 다닌다고 아이들은 믿었어.


성룡이 슬랩스틱을 중단하고 고강도 스턴트 액션시대가 열리면서 무협흉내는 거기까지. 폴리스로 변해 고층건물에서 뛰어내리고 달리는 차량 사이를 덤블링하는 성룡 흉내내다간 바로 저세상일테니.



그리고 청소년 말기, 갑자기 등장한 주윤발. 남자들 사이에선 이쑤시개 무는것이 대유행하기 시작했어. 이쑤시개 물고 담배한대 꼴아물면 그렇게 멋져 보이는거야. 이때부터 인생 한방이야 도박과 갱스터 삶이 청춘 남자들의 로망이 되기 시작됐어. 홍콩과 한국 영화 주인공은 무조건 깡패 건달이라 깡패건달이 영웅이고 멋진 청춘의 이정표처럼 여겨지던 시절이야.


오우삼 감독은 얼마전 자신의 첩혈쌍웅(1989) 을 흑인여자 버젼으로 리메이크 (2024) 했다.


그 다음은 윤발 형님의 ‘첩혈쌍웅’ 이 나오면서 킬러가 주는 샤크한 매력에 청년들이 매혹 당하기 시작했어.연쇄 살인범이 주인공으로 정의를 지닌 고소득 전문직종이라고 온갖 영화들이 주장하는 시대가 시작된거지. 지금은 재벌2세가 트랜드를 이끄는 중인데 그래도 ‘존윅‘ 이라는 서양 킬러가 아직까지 그 바톤을 이어가는 중이야. 따라하진 못해도 동경하는 청소년들 많을거야. 국내 영화도 길복순, 사마귀등등 기업형 살인주식회사 주제로 삼는 영화들보면 아직 연쇄살인 기술자가 각광받는 유행이 끝나지 않은거지.



20대때는 내가 자고 일어나면 젊어 있는거야. 그래서 맘껏 젊다가 잠들면 그 다음날 역시나 마찬가지로 젊어있어. 자고 또 자고 해도 계속 젊어있어. 그렇게 매일 젊어있으니 그 시간이 계속 이어질것 같았지. 매사 염세주의를 표방한게 젊음의 여유고 술맛 좋으라고 낭만찾던 행위야. 30초반엔 사업한다고 3.0 냉장고 달린 검정차 몰면서 알마니 걸치고 매일 술집 순례하며 신났지.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바람이 빠지고 있다는걸 인지했지만 그래도 아직 많이 남았어. 여유 부리던게 40대 중반 까지야.


젊음의 끝을 알리는 40대 중반의 암선고로 삶은 아래로 곤두박질 치기 시작해 자뻑의 역사는 막을 내렸지. 바닥은 어디인가, 빌딩에서 추락하는것으로 멈추지 않고 지층을 파고 또 파고들었고 매순간 그냥 숨쉬고 살아있음이 감격스런 기적으로 감사하며 살고있어.



시들어 지기 시작하는 꽃이란걸 누가봐도 부정할수 없는것이 노화야. 자뻑 호르몬이 부족해지다 결국 고갈되는 현상이 오는거지. 인간은 그걸 막을수 없어 람보도 늙고 터미네이터도 늙고 인디애나 존스도 늙어. 몸은 늙었는데 마음따라 자뻑으로 행동하는것을 사람들은 ‘주책‘ 또는 ’노망‘ 이라 불러. 더이상 자뻑이 불가하단 말이지.


지나고 보면 인간은 철이 없는걸까 아님 한계가 뚜렷한 부족한 존재일까.. 모든 생물은 흘러가는 세월앞에선 반짝이는 반딧불 같은 존재야. 아름답지만 관찰자 입장에서 바라보는 반딧불인거지. 그 빛나는 청춘의 자뻑이 하루살이 처럼 느껴지는것이 바로 세월이란 거란다. 나이가 채워져야만 보이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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